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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원순과 대담 “서울 공공성 회복이 우선"
작성일 : 2015-02-25 16:39조회 : 2,942
<뉴스1> 2015년 2월 25일자 대담
박원순 “서울 공공성 회복이 우선…그린벨트 내 기업형임대주택 부정적”
[박원순-이상돈 대담]
대한항공 호텔건립·개발행위제한 관련 재산권 논란에 단호한 입장
"차기 대권주자 거론 시정 부담…박근혜 대통령 성공 위해서도 안좋아"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 유산 아쉬워도 포용해 발전시킬 것"
(서울=뉴스1) 장우성 기자,고유선 기자 | 2015.02.25 08:14:56 송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23일 서울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개인 권리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밝히고, 그린벨트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형 임대주택 건설에도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뉴스1이 주관한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와 대담에서 서울의 문화유산 보존 등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롯한 공공성 회복을 우선시하며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개인의 권리 일정한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복궁 대한항공 호텔 건립, 개발행위 제한 등에서 나타난 재산권 논란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그린벨트를 해제해 기업형 임대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임대주택 확대는 필요하지만 삶의 질이나 생태적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자치경찰제 도입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방범 교통 치안을 맡는다면 행정시스템과 시너지를 통해 제대로 해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 문제는 "지방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국가직으로 가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시장은 정부의 구청장 직선제 재검토 방침 등과 관련해 서울 중앙 도심 자치구의 직할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영국 런던이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도 “복잡한 사안이라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도권 규제완화 등 서울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 문제는 "서울시 이기적인 입장에서 독식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수도권 규제는 일부 풀리기도 해야하지만 그럼 지방이 고사된다"며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뒀다.
이명박 전 시장의 청계천 복원, 오세훈 전 시장의 서울신청사 등은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전 시장의 정책을 포용해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면서 서울시정에 부담이 크다며 “지금 대권 논의를 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이하 이상돈)=이제 시장이 된지 5년차인데 앞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원순)=워낙 많은데요.(웃음) 기본적으로는 워낙 힘든 시대니까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민생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창조경제가 강조되고 있죠. 결국 시민들이 창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삶의 질이 어느 정도 보장돼야죠. 그러려면 서울이 외국 도시와 견줘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갖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임기 1기 때부터 계획한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추진하려 합니다.
이상돈=취임 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무리하다고 지적됐던 사업들을 정리했는데 그런 과정은 이제 끝났습니까.
박원순=하루아침에 끝날 일은 아니죠. 하지만 언론에서는 자꾸 갈등 양상으로 보도하는 데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미 오 전 시장을 비롯해 그 이전 시장들의 정책을 잘 포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를 잘 만들어놨으면 소프트웨어를 완성시키는 것이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세빛섬이 그렇습니다. 논의는 시작됐지만 구체화되지 않은 것들도 많아요.
이상돈=이명박 전 시장 때 만든 시청광장이나 청계천 복원, 오세훈 전 시장의 광화문광장과 서울신청사 등은 한 도시의 전통 문화, 정신같은 것이 결여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원순=저도 동의하는 편입니다만 전임 시장이 만들어 놓은 것을 비판만 할 순 없죠.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합니다. 이 시청 건물도 외관을 놓고 비판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미 살고 있는 건물을 탓만 해서 되겠습니까. 시민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38번 시청 투어를 합니다. 주말엔 외국어 투어도 하죠. 지하는 시민청으로 만들었습니다. 1년 사이 100만명이 다녀갔어요. 청계천도 생태성·역사성·접근성에 문제제기가 많았죠.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만들어 ‘2050 마스터플랜’을 수립했습니다. 서둘러 만들어 소홀했던 문제를 50년에 걸쳐 되살리는 작업이죠.
이상돈=청계천은 2가까지는 괜찮은데 3가부터는 꼭 해야 했는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사실상 방치돼 있지 않나요.
박원순=청계천은 조선시대 토목기술과 문화의 총아 아닙니까. 시간을 두고 잘 조사하고 복원했다면 유네스코문화유산이 됐을 겁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잘 관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죠.
이상돈=이명박, 오세훈 전 시장과 비교해 박 시장만의 확실한 비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원순=서울의 랜드마크를 보는 관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큰 건물이나 화려한 공간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더 중요한 랜드마크는 자연입니다. 서울에는 아름다운 북한산, 관악산, 한강 등이 있지않습니까. 두 번째는 2000년 역사입니다. 세 번째는 사람이고요. 한양도성이 2016년에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예정입니다. 역사도시 서울 종합관광 마스터플랜도 수립중이고요. 풍납토성, 세시풍습, 서촌, 한지문화재. 성균관도 유네스코문화유산에 등재를 추진하기로 선언했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현재 유산이 너무 파괴됐어요. 베트남 하노이, 중국 베이징, 북한 개성의 유적까지 합쳐 월경(越境) 문화재로 등록시킬 계획도 있습니다. 역사야말로 우리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관광과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는 자산입니다.
이상돈=그런 맥락에서 북촌과 서촌이 각광받고 있는데요. 요즘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대로 둬도 괜찮을지 의문스럽네요.
박원순=중요한 지적입니다. 좀더 세밀한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갖고 있어야합니다. 영국을 가보니 역사적인 마을은 ‘마을디자인선언’(VDS·Village Design Statement)이라고 해서 창문 하나, 골목의 너비까지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해놨더군요. 인사동도 상업화되면서 정체성이 사라지고 북촌도 위기에 처해있죠. 북촌에 너무 사람이 몰리다보니 그런 현상이 생겼어요. 이제 서촌, 부암동, 이화동, 성곽마을 등으로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집중도가 줄어들면 도시 전반적으로 자기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상돈=경복궁 주변도 건축규제 같은 것이 불가피하지 않습니까. 재산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오는데 갈등을 해결할 묘책이 있나요.
박원순=우리 사회의 공공성이 많이 파괴됐습니다. 선진국을 가보면 바닷가, 강 등 전망 좋은 데는 공원이 들어서 있습니다. 우리는 아파트 등 개인이 점유하고 있어요. 때가 좀 늦었지만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양도성 안, 4대문 안은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이었는데 지금까지는 무시되고 파괴됐죠. 저는 역사도시를 선언하면서 심지어 ‘서울 미래유산’을 발굴해서 지금부터 보존하도록 했습니다. 우리 공동체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살리려면 개인의 권리는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돈=지나친 면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까지는 그린벨트로 묶어뒀는데 이번 정부 들어서는 여기에 기업형 임대주택을 짓는다고 합니다. 정부정책이 모순되는 것 아닌가요.
박원순=이 교수 문제의식에 100% 공감합니다. 과거 도시 성장 시기엔 환경 생태, 삶의 질을 따질 시대가 아니었죠. 지금은 훨씬 더 중요한 가치가 됐습니다. 서울의 주택수요를 맞추려면 임대주택을 지어야죠. 그렇다고 그린벨트를 훼손하거나 삶의 질을 침해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합니다. 서울시의 인구가 줄고 있죠. 그러나 인구가 줄어든다고 도시가 쇠퇴하는 건 아닙니다. 뉴욕은 800만명 인구로 세계 비즈니스 수도 역할을 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삶의 질이 높아져야 사람들이 더 선호하게 됩니다. 서울에 사실 남은 땅이 많지 않죠. 임대주택이 확대돼야 하는 것도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생태는 충분히 보호해야죠. 또 다른 가치를 훼손하는 쪽으로 가선 안된다는 겁니다.
이상돈=외국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서울은 근현대를 느낄 수 없는 도시입니다. 근현대 건축물이 너무 적어요.
박원순=그래서 서울시가 ‘서울 미래유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처럼 법령 개정을 할 수가 없다는 문제가 있지만요. 서울시가 나름대로 악기상가, 한옥마을 등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사찰, 호텔처럼 지금 문화재는 아니더라고 미래 가치가 있는 건축물들이 몇십년 지나면 다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바로 지금 보존해야 합니다. 예산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시가 매입하려고 합니다. 강제적으로 할 수는 없어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상돈=법제화하면 재산권 충돌이 또 일어날 텐데요.
박원순=합리적 가격으로 국가가 사들여야 합니다. 관광 등 미래형 산업이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합니다. 많은 유럽 도시들은 가만히 앉아서 먹고 살지 않나요. 서울 2000년 역사 도시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관광 발전은 자손들에게 먹고 살 것을 남겨주는 겁니다.
이상돈=오 전 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재임시 ‘대수도론’(大首都論)을 주창했습니다. 수도권이 경쟁력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산다는 거죠. 김 전 지사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니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고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기형적으로 큽니다. 국가 균형 발전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는데요.
박원순=양면성이 있어요. 기본적으로 지방분권에 동의합니다. 서울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분권이 이뤄져야 합니다. 서울에서 국가기관이 이전해나가는 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도 끊임없이 시설들이 외곽으로 나가고 있어요. 대신 도심재생, 창조적 혁신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거죠. 파리의 ‘라 빌레뜨’는 우리 마장동처럼 도축산업중심지였는데요. 외곽으로 가면서 이곳에 과학박물관이 생겼어요. 서울시도 재정이 어렵지만 이전하는 기관 부지를 사 모으고 있습니다. 홍릉의 농촌경제연구원, 대방동 미군부대, 풍문여고, 남대문 국세청 별관 등이 그런 것이죠. 때로는 지방 분산이 정치적 이유로 추진되면서 한 군데도 경쟁력을 갖지 못하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도 서울과 부산을 나눴는데 하나로 모아도 중국 상하이나 싱가포르와 경쟁하기 힙듭니다. 전략적으로 좋으면 분산해야 하지만요. 심사숙고 해야합니다.
이상돈=요즘은 지역감정이 영호남이 아니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 같습니다.
박원순=경쟁도 중요하지만 협동의 힘이 더 큽니다. 서울시가 이기적인 입장에서 독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교통은 서울·경기·인천 모두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수도권교통청을 만들자고 제안도 했죠. 사고 가능성도 큰데 도시철도가 지역별로 나뉘어 있잖아요. 규제는 일부 풀리기도 해야 하지만 그럼 수도권으로 다 집중됩니다. 지방은 고사하는 거죠. 일정한 규제는 필요합니다.
이상돈=역대 대통령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자기가 당선되면 자치경찰제를 실현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죠. 사실 시장이 도시 치안을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선 경찰이 시장·도지사 권한 밖이지 않습니까. 이제 시점도 성숙하지 않았나요?
박원순=자치경찰제는 당연히 이뤄져야 합니다. 경비나 공안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다뤄야 할 치안 문제가 있고요. 미국 FBI처럼 중앙경찰이 말이죠. 나머지 방범이나 교통같은 일반 치안은 지자체에서 하는 게 맞죠.
이상돈=흉악범죄 같은 것들도 포함해서인가요? 예전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화성살인사건을 예로 들면서 자치경찰제 조속 도입을 주장했는데요.
박원순=시에서 맡는 게 훨씬 좋지요. 우리는 일반 통반장까지 이르는 행정 시스템이 있지않습니까. 이것과 방범 시스템을 결합하면 지금보다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교통도 서울시가 사실상 다 하고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경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 경찰 시스템은 경비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방범, 교통 분야는 서울시가 맡으면 정말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시너지 효과도 생기고요.
이상돈=그와 동시에 책임도 늘어납니다. 범죄가 자주 생기면 시장 책임이 되니까요. 한편 가장 성공한 뉴욕시장으로 꼽히는 주디 줄리아니 전 시장은 범죄를 확실히 잡아서 뉴욕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죠. 우리나라 시장도 그러면 좋을 텐데요. 자치경찰제를 공약했다가 대통령만 되면 왜 약속을 안 지킨다고 생각합니까.
박원순=정부가 권한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그걸 다 챙기기 쉽지 않죠. 그래서 지방자치가 필요한 겁니다. 중앙정부가 많은 부분을 내려놔야죠. 동시에 서울시장이 다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어요. 구청장한테 넘길 건 넘기고 말이죠. 자치와 분권이 국가 경쟁력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돈=소방은 지자체 권한이죠. 반면 소방관들은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고 하지 않습니까.
박원순=지자체 재정이 못 따라주니까요. 중앙과 지방사무를 보면 6대 4로 지방사무가 많습니다. 그런데 예산은 2대 8이거든요. 그러니 지자체 따라 소방에 대한 투자가 차이 날 수밖에요. 예산만 따라주면 반대하진 않겠죠.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국가체제를 고려해야한다고 봅니다.
이상돈=줄리아니 시장은 관사에 있다가도 화재나 살인사건이 나면 지휘관 모자를 쓰고 현장에 나타나는 걸로도 잘 알려졌죠. 우리나라도 권한과 책임을 같이 줘야합니다. 역대 대통령들이 진도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요.
박원순=기회가 되면 교수님께서 청와대에서 질문을 하시면 좋겠어요.(웃음)
이상돈=행정적인 측면에서 권한과 책임을 보면 서울 역시 시와 기초단체인 자치구 2단계 체제인데요. 피부로 느끼는 장단점이 있습니까.
박원순=서울은 인구가 많고 큰 도시지만 지역적으로는 굉장히 콤팩트합니다. 그래서 일전에 고건 전 시장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요. 지방자치 설계할 때는 구청장은 임명제로 하고 구의회는 두는 방식으로 하려고 했다는 거죠. 요즘 흐름은 반대죠. 장단점이 분명히 있어요. 자치구와 의견이 달라 정책이 진척이 안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점은 문제지만 한편 구청장들이 창의적으로 일 해주시기 때문에 분권과 자치의 장점이 있죠. 구청장을 임명제로 바꾸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시의회와 기초의회의 관계는 한 번 검토는 해볼 만하지만 현실적으로 반대가 심각하죠.
이상돈=기초의회가 크게 반대하겠죠. 서울은 낫겠지만 지방으로 가면 기초의회에 대한 평가가 실제 어떨지 의문입니다. 그렇지만 서울은 도심인 4대문의 일부 자치구는 예외적으로 시장이 직접 임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요.
박원순=영국 런던이 그렇게 하고 있죠. 하지만 따져볼 게 많은 복잡한 사안이라서요. 사회적 합의가 있다면 고민해볼 수는 있겠죠. 직선제·임명제 같은 문제는 협의를 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처음 설계할 때면 몰라도 일단 도입되면 바꾸기가 어렵습니다.
이상돈=경찰 소방 뿐 아니라 행정도 자치단체장에게 권한을 주고 책임질 건 책임짓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살인 사건 많이 나면 시장·도지사가 바뀔 수도 있어야죠.
박원순=그러면 저희 잠 못 잡니다.(웃음)
이상돈=정치 이야기를 해보죠. 2011년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입당이 빨랐던 건 아닌가 싶습니다.
박원순=그때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 없이 시장을 하기는 참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제가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시의회에서 다수당이지 않습니까. 시의회를 막상 대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소속 정당이 다수당인 점이 그래도 시정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습니다. 만약 소속당이 소수당이라면 남경필 경지도지사처럼 연대가 불가피하겠죠.
이상돈=당적을 갖는 게 시정에도 긍정적이라는 말씀인가요.
박원순=시장으로서는 집행부를 이끌어가는데 시의회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새누리당과도 특별히 협력해야죠. 나경원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 모시고 말씀을 듣기도 했어요. 새누리당 협력 사항 파일을 정리해놓고 있습니다.
이상돈=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꽤 많이 상승했습니다. 대부분은 새정치연합이 잘 해서 지지율이 올라갔다기보다 정부 여당의 실패에 반사적 이익을 얻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입니다. 새정치연합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원순=워낙 어려운 시대이지 않습니까. 어느 정당이고 시민 삶 속으로 들어가서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국회가 그런 것보다는 갈등을 빚어 불신이 커지는 것 같고요. 국민의 이익, 시민 삶의 질 향상 이상으로 정당이 추구할 가치가 없지 않나요. 물론 권력 획득도 중요하지만, 권력도 국민의 삶을 낫게 하기 위해 얻으려는 것이니까요. 어느 정당도 지금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상돈=새정치연합도 민생 돌보기에서는 미흡하다고 보십니까.
박원순=이제 (문재인 대표로) 체제가 바뀌었으니까요. 그런 기대가 있다는 것이죠. 잘 부응해서 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돈=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허니문으로 생각하고 기대하고 있었죠. 이젠 실망이 큰 것 같아요. 야당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박원순=저는 어느 정부도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권이 성공하면 야당은 더 노력해서 집권을 해야죠. 지금까지는 대부분 정권이 말기가 되면 실패한 정권처럼 되고 정권이 바뀌는 악순환인데요. 선순환이 아쉽습니다.
이상돈=굉장히 말을 아끼십니다.(웃음) 사실상 야당이 정책으로 승부내기보다는 여당 실패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젠 적극적인 대안을 내야합니다. 야당이 요즘 뚜렷하게 내놓은 것이 법인세 인상 정도인데요. 증세에만 너무 목을 매는 것 같아요.
박원순=서울시장 되고 나서 보니 서울시 채무가 20조원 정도가 됐습니다. 하루 이자만 20억원 정도였고요. 3년 만에 지난 연말 현재 7조2800억원을 줄였습니다. 그러면서 복지 투자는 많이 늘렸어요. 지금 공공기관 부채가 1000조원이라고 하지않습니까.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복지 혜택을 늘리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중앙정부가 먼저 보여주고 시민에게 신뢰를 얻어야 증세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독일은 중산층이 수입 절반을 세금으로 냅니다. 그런데도 별 불만이나 저항이 없죠. 세금을 내면 결국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는 겁니다. 증세 전에 공공기관이 여러가지 혁신과 변화를 이뤄서 시민이 스스로 세금을 얼마든지 내겠다고 하는 분위기가 돼야겠죠. 노력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상돈=정치인 중 재정건전성 가장 강조한 사람이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2011년 대선 전에 제가 복지정책은 재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한 적이 있어요. 당시 박 대통령은 자신이 재정건전성을 가장 챙기는 정치인이라고 했죠. 취임 후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가 없어요. 현 정권의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요.
박원순=제가 정부를 평가하는 건 적절하지 않고요. 자기 위치에서 자기에게 부여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예를 들면 서울시가 좋은 정책을 펴면 다른 지방정부나 심지어 중앙정부까지 벤치마킹하는 속도가 굉장히 빠릅니다. 자기 조직부터 잘하면 저절로 모두 잘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돈=언론에서 계속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런 세간의 관심이 시정에 상당히 부담되기도 하고 반면 좋은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박원순=시민들이 그만큼 기대가 높다는 말이기도 하겠죠. 하지만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꾸 대권 논의에 포함돼 새누리당이나 언론이 지나치게 관심을 가져서 시정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많습니다. 저는 지금 재선된 지 얼마 안됐거든요. 나머지 임기동안 정책을 잘 갈무리해야 하는데 정치적인 데 휘말리면 좋지 않지요. 일희일비하지 않고 중심을 잡고 오직 시민, 오직 서울만 생각하고 가겠습니다. 대통령 임기가 거의 3년이 남아 있는데요. 어느 정부도 성공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잖아요. 지금부터 대권 논의를 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상돈=예전에도 보면 대선이 100일만 지나도 ‘차기 대권주자’라는 말이 나왔으니까요.(웃음) 혹시 다른 광역자치단체장 중에 가까운 분은 누굽니까.
박원순=다 가깝습니다. 특히 경기·인천 수도권 시도지사들은 자주 뵙지는 못하지만 특별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남경필 지사는 얘기해보면 당이 다르다는 생각을 못하겠더라고요. 지난번 제가 남 지사께 좋은 성과를 낸 부서에는 피자 한 판씩 돌린다고 얘기했더니 바로 가서 하셨다더라고요. 효험이 좋다고 얘기하시고요. 이건 서울시가 로열티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웃음)
*저작권은 뉴스1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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