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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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남 신당은 가능하고 성공할 것인가?(광주)
작성일 : 2015-07-24 07:13조회 : 2,345
<광주일보> 2015년 7월 24일자 <이상돈의 '바른 소리'>
호남 신당은 가능하고 성공할 것인가?
이상돈 (이상돈)
요즘 야권 상황이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일어난 반(反)친노 정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당 쇄신을 위해 출범한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혁신 작업도 호남에선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혁신’을 보는 시각이 너무 다르다. 대체로 말해서 비노는 친노 중심의 당 운영을 타파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보는 데 비해 친노는 현역의원 물갈이가 혁신의 핵심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와 사무총장을 없애고 어쩌고 하는 기구 개편은 쟁점 사안이 못 되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그러하니 혁신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되는 9월에는 호남 의원들이 탈당할 것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천정배 의원과 과거에 정당을 운영했던 몇몇 인사가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서있다고 한다.
호남 중심의 신당 창당이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갖고 있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핵심 구성원들은 처음부터 현상을 타파하기로 작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혁신위원회가 이제 와서 당내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천개혁을 포기하다간 개혁과 화합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어버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혁신위원회는 우세지구 현역 물갈이 등을 포함한 공천개혁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호남의 다선의원이 주된 타깃이 될 것이고,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도권의 몇몇 다선의원이 자진해서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실 문재인 대표로서는 이 방법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이 경우라면 호남의 다선 의원들은 불안한 개혁공천에 자신의 운명을 맡기든가, 아니면 탈당해서 신당을 차리든가 결정을 해야 한다. 여기까지 보면 문재인 대표와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이 호남 현역의원에게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몇몇 여론조사는 호남 유권자들이 새정치민주연합보다는 생기지도 않은 신당을 보다 많이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신당이 생기면 호남 유권자들은 선거에서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수도권과는 달리 호남에서는 야권 표가 분산되어도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호남 선거가 야당 간의 이전투구 양상을 보인다면 수도권 선거에서 야당 후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문제는 물론 새로 태어날 신당의 생명력과 경쟁력이다. 새로 태어날 호남신당은 충청권에 기반을 두었다가 스러져 버린 자민련이나 선진당 같은 모습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정치신인을 영입해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당선자를 낼 수만 있다면 신당은 정계 개편을 향한 구심점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2017년 대선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신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얼마나 참신한 후보를 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기존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한 인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당은 첫 선거에서 실패하고 사라져 버린 과거의 사례도 고려해야 한다.
더 중요한 문제는 호남 신당이 의미 있는 의석을 차지하는 성공을 거둔다고 해도 지역정당으로선 현재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치개혁에의 여망을 담아내기는 어렵다는 사실이다. 1990년 3당 합당을 계기로 만들어진 거대 양당 체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염증은 위험수위에 달해 있다. 2011년을 풍미했던 안철수 현상은 양당 체제를 중심으로 한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안철수 의원은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적 자산의 대부분을 소진시켜 버리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그리고 정치쇄신을 내걸고 총선과 대선을 치른 것도 안철수 현상이 의미하는 바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이 내걸었던 약속을 대부분 파기했다. 인사 참사와 불통, 정책 실종과 위기관리 실패 등 박근혜정부의 무능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집권세력의 무능과 오만이 이러하지만 야당 또한 국민의 기대를 채워 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호남 신당이 생겨나더라도 이 같은 대중의 여망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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