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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공천 룰 전쟁'(광주)
작성일 : 2015-09-25 07:56조회 : 1,848
광주일보 2015년 9월 25일자 [이상돈의 '바른소리']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의 '공천 룰 전쟁'
여당과 야당의 대표가 공천 룰 제정을 두고 각기 당내에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그가 제안한 오픈프라이머리가 친박계의 반대에 봉착해서 좌초할 위기에 처했고, 문재인 대표는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공천 룰과 인적 쇄신 방안을 두고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야 대표가 모두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이지만 공천 룰을 둘러싼 내홍이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라서 두 사람의 대권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면서 거기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단순하게 한 정당의 공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야가 국민적 합의를 통해서 구체적 시행 방안을 마련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총선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에 그런 주장을 내놓으면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청와대의 입김을 배제하기 위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제안했겠지만 이제는 그로 인해 역풍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의 경우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갔다. 문재인 대표는 재보선 참패 후에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불식시키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통한 쇄신을 카드로 꺼냈다. 혁신위가 시작도 하지 전에 조국 교수는 호남 지역 다선의원 퇴출과 의원 평가를 통한 공천 배제를 주장해서 파문을 일으켰다.
조국 교수가 핵심 멤버로 참여한 혁신위원회는 우여곡절 끝에 공천 룰을 내놓았는데, 현역의원 20%를 여론조사 등 평가를 통해 컷 오프하고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를 통한 상향식 공천을 하도록 했다. 그러면서도 일정한 숫자를 전략공천 할 수 있도록 해서 ’물갈이’와 신진 영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혁신위는 또한 문재인 대표에게는 부산 지역 출마를, 그리고 몇몇 다른 중진에게는 열세 지역구 출마를 권했다.
새정치연합의 공천 룰은 상향식 공천으로는 현역의원을 교체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복잡한 공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지는 의문이다. 현역의원을 여론조사를 통해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거니와 국회의원을 이런저런 기준을 적용해서 상대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실제로 시행하려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은 여론조사를 통해 지역구 의원 중 하위 25%를 컷 오프해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당시에 쇄신공천의 한 형태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그것이 어떻게 시행되었는지를 안다면 놀랄 것이다. ’25% 컷 오프’는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밀어붙였고 의원총회가 이를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무엇보다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그런 굴욕적인 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공멸할 것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서울 지역의 친이 의원들은 대부분 통과했지만 부산 지역의 친박 의원들이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는데, 특히 김무성 의원이 탈락해서 충격을 주었다. 컷 오프가 기대 밖의 결과를 초래하자 수도권 친이 의원들을 전략공천으로 또다시 걸러내야만 했는데, 그러고도 공천 파동이 없었던 것은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확실한 미래권력이었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현재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가 각기 공천 룰을 두고 진통을 겪는 것은 김 대표나 문 대표가 미래권력이 아닐 것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두 대표에 대한 비판세력이 확실한 주도권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지만 윤상현 의원 말대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전면 물갈이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이다.
새정치연합의 사정은 한층 복잡하다. 박준영 전 지사와 천정배 의원의 창당선언과 박주선 의원의 탈당으로 호남에선 새정치연합으로부터의 이탈이 시작됐으며, 사실상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중진들이 혁신위원회의 요구에 순순히 따를지도 의문이다. 이 같은 진통은 선거 때마다 있었지만 이번은 그것이 대권 주자인 정당 대표의 리더십에 직접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다르다. 두 대표의 공천 룰 전쟁으로 촉발된 2016년 총선 레이스는 불확실성의 연속이 될 것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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