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2015 희망의 정치를 기대하다(한겨레)
2014-12-30 19:42 333 관리자

한겨레신문 2014년 12월 30일자 기사

2015 희망의 정치를 기대하다
 
  성한용 선임기자의 현장칼럼 창

“강한 야당, 통합대표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습니다.”
주저함이 없었다. 박지원 의원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국회 기자회견장을 울렸다.
잠시 뒤 “노장의 노련함과 신예의 패기가 맞붙는 건곤일척의 대격전을 기대한다”는 이인영 의원의 논평이 나왔다. 다음날 문재인 의원은 “변화와 단결로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 당을 살리는 데 정치인생을 걸겠다”며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박주선·조경태 의원도 대표에 도전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주자들 모두 자신이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국회는 29일 오후 본회의에서 부동산 3법 등 140여개 법안 및 안건을 의결하고 한해를 마무리했다. 2014년 정치는 세월호 참사, 6·4 지방선거, 7·30 재보선을 겪었다. 여야 모두 대표가 바뀌었다. 국무총리 후보자 두 사람이 잇따라 낙마했고 물러났던 정홍원 총리는 돌아왔다. 국회는 헌법이 정한 날짜에 예산안을 의결했다.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이 터졌고 통합진보당이 해산됐다.

2015년 정치는 우리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임기 5년 대통령제에서 3년차 대통령은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있는 분야에서 승부를 건다. 노태우의 3당 합당, 김영삼의 5·18 특별법 제정, 김대중의 남북정상회담, 노무현의 대연정 제의, 이명박의 세종시 수정안 제출이 집권 3년차에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그의 주특기는 이념전쟁이다. 공안몰이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방안을 예상할 수 있다. 효과가 있을까? 없을 것이다. 국민들도 이제 넌덜머리를 낼 때가 됐다. 결국 경제에서 성과가 없으면 지지율은 회복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을 추스르고 정치를 복원시킬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은 무모한 일일까? 지레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박근혜 정권을 만들었지만 대통령과 멀어진 두 사람에게 새해를 앞두고 조언을 요청했다.

“결국은 경제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공교육 투자를 크게 늘려 사교육비를 줄이는 방안, 사이버 안전에 투자하는 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 과제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쌍방향 직접 소통’을 늘려야 한다. 대통령이 서면보고나 인터넷 기사 검색을 하면서 자신이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텐데 그건 일방소통이다. 장관이나 청와대 참모, 여야 정치인들과 자주 만나서 대화해야 한다.”(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처럼 상황이 꼬이면서 헤어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제 과감하게 털고 일어나 국민대통합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이명박 정권이 난맥상을 보일 때 보수는 물론이고 진보층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었다. 나도 그래서 도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때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생각했으면 좋겠다.”(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

이름을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한 정계 원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에는 국민과 싸우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국민들의 요구에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극히 정상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의 태도로 그동안 국민들과 맞서왔다는 것이다. 그는 “져야 이기는 것이고 버려야 비로소 얻을 수 있다”며 “그런 다음에야 통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혜와 통찰이 번득이는 적절한 주문이다.

희망의 정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몫이 가장 크긴 하지만 전부는 아닐 것이다. 집권여당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와 의원들도 정치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청와대 우위의 일방적 당청관계를 대등한 관계로 바로잡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를 중심으로 청와대와 정면으로 맞섰기 때문에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었다. 새해에는 정치인 김무성 대표의 당당해진 모습을 자주 보고 싶다.

야당도 새해에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월8일 전당대회에서 새로 뽑히는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리더십은 팔로어십과 한쌍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안고 있는 문제의 대부분은 리더십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대중 총재 시절에도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 계파 갈등이 있었다. 카리스마에 가려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계파 갈등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인 것이다. 새정치연합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며 신당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있다. 새정치연합은 이런 움직임을 견제할 것이 아니라 당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진보정당은 재편이 불가피해졌다. 대한민국 정치의 건강을 위해서도 제대로 된 진보정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진보정당의 당원과 정치인들이 세를 모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확신한다.

정치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이다. 정치가 살아야 경제가 살고 국민이 살고 나라가 산다. 2015년 희망의 정치를 간절히 염원한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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