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이철희의 論과 爭 : 이상돈 편(1)
2015-10-26 23:20 1,148 관리자

이철희의 論과 爭 (13화) : 이상돈 편

2015.10.23

 
이상돈 명예교수는 중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지금은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냉철한 지성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를 말할 때는 그가 낸 책의 제목처럼 ‘비판적 환경주의자’, ‘공부하는 보수’라는 별칭이 따라붙는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후보를 개혁적 보수로 견인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근자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비상 대책 위원장에 영입 제의를 받았으나, 진통 끝에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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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 편안해 보이시는데,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이상돈 - 몇 개 신문에 칼럼 쓰고, 방송에도 간간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 꼴이 정말 말이 아니어서 좀 답답한 마음으로 지냅니다.
 
이철희 - 저도 답답합니다. (웃음) 이상돈 교수님은 학자이면서도 사실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까이서 오랫동안 지켜봐 오셨잖아요. 실제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적도 있었고요. 한국 정치에서 제일 아쉬운 대목이 뭡니까?
 
이상돈 - 여당이나 야당 모두 과거에 너무 묶여 있는 거 같아요. 돌이켜 보면, 2012년 총선이나 뒤이은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광폭 행보, 통합 행보를 했어요. 색깔론의 시옷자로 안 나왔잖아요. 기껏해야 막판에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 제주 해군기지나 한미 FTA를 거론하면서 야당을 말을 바꾸는 세력이라고 표현한 게 전부예요. 그래서 전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인권침해와 같은 과오 부분을 풀어줄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근데 그게 안 됐죠.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웃음) 이처럼 여권도 박정희란 과거에서 못 벗어나고, 야권도 노무현 대통령에게서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나고 있어요. 이러니 답답할 수밖에요.

이철희 - 시대 흐름을 일별해 보면, 1987년 민주화가 이뤄지고 난 다음 1998년 최초의 정권교체가 달성됐죠. 그렇게 민주 정부 10년이 지난 뒤 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져 이명박 정부를 거쳐 박근혜 정부까지 왔습니다. 박정희 시대가 1979년에 막을 내렸고, 민주화가 된지도 어언 30년이 다 되어 가는데 또다시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후보로 등장했으니 야권으로서야 과거사 프레임을 제기할 만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 프레임의 유용성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해할 대목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여권은 왜 앞으로 안 나가고 자꾸 노무현 프레임을 쓰면서 과거사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거죠?
 
 
이상돈 -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때문이죠. 아버지와 딸의 관점의 관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또 하나는, 보수 여권이 아직까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에 취약하다는 겁니다.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하기보다는 취약한 부분을 색깔론으로 덮으려는 경향이 있죠. 이거 큰 문제입니다.
 
이철희 -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 너는 그걸 잘못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대응한다는 말씀이군요. 공감합니다. 자기가 잘난 점을 보여주는 경쟁이 아니라 상대가 못난 점을 헤집는 다툼을 벌이는 꼴이죠. 이런 부정의 정치(politics of negation) 때문에 보통 사람의 삶은 뒷전이 되잖아요.

 이상돈 - 네. 저는 잘잘못과 이념 성향을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같은 편이라고 해서 잘못을 덮어주면 안 되지 않습니까. 국정원의 대선 개입 같은 문제도 잘못된 부분을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지 질질 끌면서 어떻게 해서든 부담이 안 되게 만들려고 노력했잖아요.
 
이철희 -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대선 개입한 부분에 대해 왜 그렇게 예민하게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면서 숨기고 덮으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너무 과하게 반응하니 뭔가 뒷거래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됩니다. 또, 야권도 이 문제에 지나치게 과잉 대응했어요. 대선 패배 후의 정치구도를 이 이슈로 세팅하는 것보다는 복지나 경제민주화로 갔어야 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시대적 대세로 만들었어야죠.
 
이상돈 - 정치공학이 지나치게 득세해요. 여권이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같은 것을 들춰내고, 거기에 또 야권은 얽매이게 되죠. 그러니까 과거의 일로 서로 얽히고 얽혀서 꼼짝 못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이철희 - 그래서 친박과 친노는 적대적 공존관계라는 말이 나오는 거겠죠. 그건 그렇고, 제가 평상시에 갖고 있는 의문이 하나 있습니다. 보수진영이 김대중 대통령보다는 유독 노무현 대통령 때리기를 열심히 하는 이유가 뭘까요?
 
이상돈 - 김대중 대통령의 집권은 보수의 실패, 즉 김영삼 대통령이 경제 위기를 촉발한 탓이 크기 때문에 수용할 수 있는 거죠.
 
이철희 - 실패했으니 한 번 정도 정권을 내놓은 것은 불가피하다, 이렇게 생각했다는 거네요. 저는 여기에 더해, 과거 보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죽이려는 시도까지 할 정도로 오랫동안 괴롭혀 왔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점도 작용했다고 봅니다. 또 다른 요인도 있어요. 김대중과 달리 노무현은 보수 우위의 기축인 ‘하나의 영남’, 즉 TK와 PK의 결합을 위태롭게 만들었기 때문에, 젊은 세대의 표를 결집시키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앞으로 ‘제2의 노무현’이 등장하지 못하도록 막는 차원에서 노무현 때리기를 한다고 봅니다.
 
이상돈 - 보수 중에는 아직도 2002년 대선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들이 그렇게 보는 이유가 노 대통령이 집권 5년 동안 비판세력을 탄압했기 때문은 아니에요. 노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만 언어를 통해 누군가를 폄하하고, 비웃는 경우가 많았죠. 이게 정서적으로 보수를 자극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철희 - 노 대통령이 말씀을 거침없이 하긴 했지만 솔직한 어투의 문제이지 누굴 적대시하거나 악마화하지는 않았던 걸로 저는 기억합니다.
 
이상돈 - 노 대통령 때문에 보수라는 집단이 커밍아웃(coming out) 했다고 봐요. 이대로 가다가는 큰일 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감이 있었죠. 그때까지만 해도 보수라는 기치도 없었는데, 그런 자각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동아, 조선 등 보수 신문에서 뉴라이트 담론을 그때 만들었고,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 보수운동은 노무현 대통령이 촉발 시켰다고 볼 수 있어요.
 
이철희 - 노 대통령이 정치지형이나 전략적 구도 차원에서 보수를 자극하긴 했지만 정책적으로는 보수의 기본 이익을 건드리지 않았어요. 오죽하면 노 대통령 본인이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도 보수가 요란하게 움직인 건 10년 야당에서 비롯되는 애끓는 권력욕, 대북 평화정책(햇볕정책)에 대한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이상돈 - 2002년 당시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당선됐더라면 오히려 보수라는 집단이 응집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거예요. 일종의 역설이죠.
 
이철희 - 권력에 민감하고, 변화의 가능성에 예민한 것이 보수의 보편적 특성이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는군요. 보수가 자기 정체성을 좀 더 분명히 갖는 계기를 노무현 정부가 줬다고 했는데, 그런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2004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 시도한 4대 개혁입법(국가보안법,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관계법)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겠네요?

이상돈 - 그럼요. 그게 잠자는 세력들을 일깨운 거죠. 국가보안법은 개·폐 하려다 괜히 긁어 부스럼만 만들었고, 사립학교 법도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 나중에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도 한쪽만 보고 전체를 보지 못한 것이라고 봐요. 그 결과 오히려 정권이 쇠락하게 된 거죠.
 
이철희 - 말이 좋아 4대 개혁입법이지 하나하나가 거대한 기득세력과 맞서야 하는 건데 너무 준비 없이 대들었어요. 국가보안법은 반세기 가까이 유지돼온 분단체제의 힘을, 사립학교법은 학교를 가진 기독교의 보수 성향과 거대한 동원력을, 과거사법은 권력기관의 저항을, 언론 관계법은 보수언론의 여론 장악력을 고려했었어야죠. 그런 점에서 전략 없는 개혁은 되레 반동을 초래할 뿐이란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상돈 - 2007년 대선은 친노 스스로 폐족이라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새누리당에게 좋았죠. 선거는 해보나 마나였어요. 그런 탓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수 있었던 거죠.
 
이철희 -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내부 경선 때도 관여하셨습니까?
 
이상돈 - 아니요. 다만 심정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죠. 저는 당연히 박 후보가 되는 줄 알았어요.
 
이철희 - 사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초반에는 당 대표를 지내면서 선거의 여왕에 등극한 박근혜 후보가 앞서 나갔잖아요. 그런데 왜 졌죠?
 
이상돈 - 2006년 북한 핵 실험을 전후해서 갑자기 판세가 바뀌어서 박빙의 초접전이 펼쳐졌어요. 왜 그런 분위기가 됐는지에 대해 저는 의구심을 갖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은밀한 작용이 있었다고 봐요. 게다가 당내 경선은 선거 비용 제한이 없기 때문에 박 후보가 거기서 졌다고 봅니다.
 
이철희 - 박근혜 정부까지 보수 정권 10년인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상돈 - 많은 사람이 이승만 · 박정희 대통령을 보수 정권이라 그러는데,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냉전 시대에 우익에 섰던 반공 정권이었어요. 특히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했기 때문에 시장경제의 자율성,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강조하는 서구적 또는 미국적 보수주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봅니다. 김대중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국가개입이 불가피하게 필요한 상황이었고. 일정 부분 성공했죠. 노무현 정부는 사실 경제에 크게 개입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부의 격차를 완화시킨다는 미명하에 사유재산권과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려고 하다가 역풍을 맞아 몰락했어요. 개인적으로, 개인과 민간부문의 자유·창의를 존중하고, 정부나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확고히 해서 공정한 룰(rule)을 만드는 것, 나는 이것이 보수주의라고 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는 실패했고, 박근혜 정부는 실패하고 있죠.
 
이철희 - 제대로 된 보수주의가 구현되지 않고 있다면, 그게 보수 전체의 문제입니까 아니면 보수 내에서 헤게모니(hegemony)를 잡고 있는 특정 분파의 문제입니까?
 
이상돈 - 보수가 그런 쪽으로 움직이도록 지금이 야당이 집권했을 때 강제한 측면이 있죠.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폐지한다고 하니까 그동안 별로 모이지도 않았던 6.25나 베트남 전쟁 참전했던 사람들이 하나의 세력을 만들었잖아요.

이철희 - 진보가 반공보수의 분기를 촉발했다는 얘기군요. 사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대기업과 갈등을 크게 빚은 건 없었잖아요. FTA 등으로 대기업을 오히려 도와줬죠. 때문에 보수도 그런 걸로 반대하기보다는 반공이나 반북 같은 이슈로 결집을 도모한 것이 사실이에요.

이상돈 - 그렇죠. 덧붙이면 친노 세력이 보수언론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출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죠. 보수언론이 앞장서서 사사건건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으니까요. 사실 동아일보는 호남에 기반을 둔 탓에 1997년 대선 때 은근히 김대중 후보를 지지했던 언론 아닙니까. 하지만 나중에 돌아섰죠.
 
이철희 - 그런데, 교수님이나 새누리당의 유승민 전 대표, 대선 때의 경제민주화실천모임처럼 개혁적 보수도 상당한데, 왜 이들의 목소리보다는 반공 보수나 안보 보수의 목소리가 득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상돈 -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했기 때문이죠.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보수를 들고나온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4대강 사업 등 실정을 거듭하다 보니 민심을 잃게 되고, 그럴 때 겸허하게 인정하지 않고 역으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흠집을 내서 방어하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이런 전략이 실제 먹혔거든요. 그러다 보니 낡은 보수의 틀에서 벗어나질 못한 겁니다.
 
이철희 - 어느 정부든 키를 잡고 있는 리더, 즉 대통령이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우클릭과 함께 천박화의 길로 나아갔고, 박근혜 대통령도 지나치게 우경화한 것 같아요.
 
이상돈 - 그렇죠. 유권자들이 두 번 속았다고 봐요.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과 다른 통치를 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약속한 바와 다른 길을 걷고 있죠. 이명박 정부 때는 2007년 새누리당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MB의 골수 지지자가 돼버릴 정도였어요. 박 대통령도 당선 후에 복지나 경제민주화를 버렸죠.
 
이철희 - 야당 얘기 좀 해보죠. 야권이 배출한 두 명의 대통령 중, 김대중 대통령을 따르는 현실정치의 세력은 거의 없습니다. 박지원 의원이 있기는 하나 단기필마에 불과하죠. 김 전대통령은 세력이 아니라 지역으로는 계승되고 있습니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은 친노라는 정치세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호남과 친노가 야권의 대강을 이루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때문에 야권이 과거에 묶여 있는 걸까요?
 
이상돈 - 그런 부분이 많죠. DJ가 호남에 고립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은 기성질서를 깨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습니까? 호남과 친노에 묶이는 건 그 분들이 지향했던 정치와도 배치된다고 봅니다.
 
이철희 - 저는 진보의 부진을 겪어야 할 성장통(成長痛, growing pains)이라고 봅니다. 세계의 진보가 사실 복지국가 이후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자신들이 어떤 사회를 지향하고, 그걸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한 얘기를 저는 시대담론이라고 표현합니다만, 진보에게는 지금 새로운 시대담론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도 지난 시대의 민주화에 버금가는 시대담론이 없는데다, 복지를 지향하고자 하나 세계적으로 반복지의 신자유주의 흐름이 여전히 강세라 이래저래 힘들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시대담론이 있어야 승리전략이 나오고, 강한 리더십이 구축되는 것인데, 그런 게 잘 보이지 않으니 성공한 과거에 매달리는 거죠. 그나저나,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이상돈 - 새누리당이 이런저런 문제로 갈등과 소란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이 깨질 가능성은 없어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안에서 싸우는 걸로 그칠 겁니다. 하지만 야당은 지금의 모습 그대로 총선에 임할 것인지 미지수잖아요. 당이 쪼개질 수도 있고, 밖의 있는 세력이 합류할 수도 있죠. 어쨌든 야당의 경우 지금 이대로 선거 치르지는 않을 거로 봅니다.
 
이철희 - 야당의 혁신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
 
이상돈 -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나 물갈이는 필요하겠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 현재 야당이 풀어야 할 제일 큰 과제는, 도대체 그 정당의 비전과 정책을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가야 하느냐, 이겁니다.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조직화된 노동의 수가 갈수록 줄고 있음에도 이들에게 너무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호남이나 수도권 또는 2~30대를 배려하는 비전과 정책은 부족해요. 이렇게 해서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려울 거예요.
 
이철희 -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이룬 결사체, 즉 노동조합이 정치적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보통사람이 살기 좋은 나라일수록 노조의 힘이 세지 않습니까.
 
이상돈 - 우리도 이제는 탈산업화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노조에 대해서도 옛날과 다르게 봐야 해요. 게다가 정치적으로 볼 때, 노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야당이 과연 국민의 다수의 표를 얻을 수 있을까요? 저는 회의를 갖고 있어요.
 
이철희 - 저는 정당이 사회적 기반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다시 말해 누구를 대표할지 불분명해서 문제라고 보는 편입니다. 노동을 포용하지 못하는 게 야당의 큰 약점이라는 거죠.
 
이상돈 - 노조에 불편한 말을 한마디도 못 하는 건 문제예요. 또 하나, 요새는 인터넷에 댓글을 달거나 SNS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열성적 집단의 눈치를 많이 보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결국 외연을 확장시키지 못하면 선거가 또 어렵다는 겁니다.
 
이철희 - 비전과 노선을 바꾸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럼에도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공감하십니까?
 
이상돈 - 그렇죠. 선거는 인물경쟁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국회의원을 시험 봐서 공천할 수 없듯이 어떤 제도든 그것을 통해 기계적으로 할 수는 없어요. 공천과정이 곧 정치고, 리더십이잖아요. 공천은 일찌감치 서두를 게 아니라 임박해서 해야죠. 안 그러면 갈등만 야기할 따름이에요. 우선 집중할 것은 비전과 노선을 정립하는 거죠.
 
이철희 - 새정치민주연합이 노선과 비전을 놓고 토론하고 갈등하는 건 나쁜 게 아니라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노선투쟁이 아니라 노선투쟁을 하는 방식에 대한 합의가 없는 거예요. 싸움의 룰이 없으니 문자 그대로 아사리판이 되는 거죠. 그래서 경향신문의 이대근 논설주간은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갈등을 ‘집단난투극’에 비유했더라구요.
 
이상돈 - 난상토론이 벌어지면 대개 강경한 입장이나 논리적 일관성이 있거나, 또는 조직화된 쪽이 이기잖아요.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렇지만, 근래 새누리당을 보세요. 친박이 소수지만 조직화되어 있고, 대통령을 정점으로 똘똘 뭉치고 있는데다 권력까지 갖고 있으니 멀쩡한 질서도 흔들어서 깨버리잖아요. 유승민 사태나 공천제도 갈등에서 친박이 결국 이겼죠.

 
(다음에 계속됩니다.)

이철희의 論과 爭 이상돈 편 2 
MBC 파업과 박근혜 <시사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