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사람을 만나다, 시대를 만나다 (책 소개)
2012-01-21 01:15 851 관리자


[책과 삶]‘상생과 소통’을 위한 색깔 다른 두 교수와 초대손님의 대화

            (고영득 기자)

▲ 사람을 만나다, 시대를 만나다
이상돈·김호기 지음 | 경향신문사 | 328쪽 | 1만5000원

분열과 반목의 시대, ‘색깔’이 다른 두 지식인이 만났다. 그리고 이 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이들과 대화했다. 때론 눈살을 찌푸렸고, 가끔은 환하게 웃었다. 갈등을 얘기하면서도 추구하는 바는 같았다. 바로 ‘소통’과 ‘상생’이다.

상대방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개인적으론 몰랐다는 이들은 이상돈 교수(중앙대·법학)와 김호기 교수(연세대·사회학)다. 이 교수는 ‘합리적 보수’, 김 교수는 ‘유연한 진보’의 길을 걸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만남은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됐다. 경향신문이 기획한 ‘이상돈·김호기의 대화’를 통해서다. ‘대화’는 12월까지 이어졌고 이 책은 그 내용을 실었다.

대화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다름’ 속에서도 ‘같음’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소통의 부재를 극복하고 상생의 담론을 만들어가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루하루가 달라서 장보기 겁난다”는 50대 주부부터 시작해 “그분(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젊은 세대와 소통을 잘하는 장점이 있다”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각계각층의 인물과 만나 시장과 정부, 성장과 분배, 자유와 평등, 환경문제 등 우리 사회의 현안을 좇았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이들은 어떻게 볼까. 김 교수는 “신자유주의적 개발주의”로 규정했다. 감세정책과 규제완화가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보여주고, 개발주의적 측면에서는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하며 4대강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좋게 말해 자유주의 시장경제정책”이라고 한다. 그러면서도 “자유시장경제가 아니고 구태의연한 관치경제다.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정부 개입은 소외계층 돌보기나 사회안전망 구축에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편에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보수와 진보는 공히 울고 웃었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어떤 국가 비전이 화두가 될 것인가를 놓고 두 교수는 보수진영의 대표 브레인으로 꼽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났다. 화두는 ‘보수의 위기’. 윤 전 장관은 이명박 정권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양극화 심화를 꼬집으며 “이 대통령이 말한 중도실용은 결과가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생각”이라고 진단했다. “돈만 벌면 됐지 왜 과정의 정당성을 따지느냐는 저급한 CEO적 생각”이라는 질타다. 그는 “공정한 분배는 얘기하지 않으면서 시장과 경쟁만 얘기하는 건 강자의 논리”라며 “이명박 정부의 실패가 한국 보수의 실패로 귀결된다는 점 때문에 ‘시민적 우파’가 우려·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세력에 “자기 혁신을 하지 않으면 절대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비상대책위가 꾸려진 한나라당에서 매일같이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의 대화도 눈길을 끈다. 김 전 수석은 “시장 만능시대는 종말을 고했다. 정부는 작아야 하지만 대신 강력해야 한다. 그래야 조정 능력이 생긴다”고 했다. 동반성장 구호나 이익공유제 등 여권의 양극화 해소 움직임을 두고는 “원천을 봉쇄하지 않고 말단을 시정하겠다는 정치적 쇼”라며 “다음에 집권할 사람은 ‘말’이 아닌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프로그램’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개혁에 대한 토론도 흥미롭다. 김 교수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벌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고, 이 교수는 재벌에 대한 국민의 이중적 의식을 꼬집었다. 김광수 김광수경제연구소 소장은 “왜곡된 한국경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스스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대화는 “전쟁”(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또 5·16 군사정변을 놓고 “혁명”(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교수)과 “쿠데타”(김 교수)로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도 보인다. 의견의 일치를 보는 주제도 적지 않지만,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는 둘 다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4대강 공사와 구제역을 직면한 여주에서 이항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을 만나면서다. 이 위원장은 “인간이라는 생물종에 회의까지 느꼈다”고 성토했다. 모래언덕을 ‘MB산맥’이라 부른 이 교수는 “보를 세우고 준설을 해서 홍수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정부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은 여주에 한번이라도 가 보면 알게 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의도하지 않게 생태학적 계몽을 시켰다”고 비꼬았다.

두 교수는 대화를 진행하면서 “균형감각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갈등과 대립을 사회발전의 생산적 동력으로 만들 것을 주문한다. 정치의 계절, 비판적인 이성을 깨우려는 외침으로 들린다.

(저작권은 경향신문에 있습니다.)


새누리당 비대위원직을 마친 소회 (매일경제 기사) 
내성천과 지리산 용유담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