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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정책 어젠다 발표 후 “아무리 뭘 어쩌고 저쩌고 해도 박근혜는 박정희의 딸”이라고 했다. 그리고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이계 인사들이 ‘독재자의 딸’이란 표현까지 썼다.
현재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지만 우리나라는 유교적 가부장제 전통을 오래 이어오다 보니 한 개인의 특성보다는 한 개인을 가족과 결부시켜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홍길동’이나 ‘김정희’라는 이름보다는 정미소집 둘째 아들, 김 약국집 맏딸, 참기름집 셋째 며느리로 더 많이 불려졌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의 딸임은 분명한 사실이고 여기에 이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박 전 대표에 대해 위와 같은 표현이 있을 때마다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그와 같은 호칭이 부녀지간이라는 객관적 사실과 무관하게 정치적으로 폄하하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보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 아직 역사적 평가가 완전히 끝나지도 않은 전직 대통령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과연 굴레가 되고 멍에가 될 만큼 큰 원죄인지 분석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들에 대하여 살펴보자. 헌법상 대통령은 국가의 원수이고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하며,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군을 통수하는 막강한 권한과 의무를 가진 자리이이며 따라서 대통령의 자녀라는 지위는 그에 걸 맞는 사회 정치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 법에서 부여하지 않은 부정한 권한을 휘두르다 영어의 신세가 된 예를 우리 스스로가 목격한바 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먼저 이승만 대통령은 전처와의 사이에 아들이 한명 있었지만 미국에서 일찍 병사한 관계로 재임 시 혈육의 자녀는 없었다. 그러나 1957년 3월 26일 83세 생일을 기념하여 이기붕의 아들 이강석을 양자로 입적했다. 그해 8월 대구의 강성병이라는 청년이 이강석으로 사칭하며 대구 경북 지방의 관공서 기관장들을 유린한 소위 ‘가짜 이강석 사건’을 빼고는 자녀로 인한 문제는 특별히 없었다. 다만 4.19 이후 실제 이강석은 이기붕과 박마리아를 자신의 권총으로 사살하고 본인도 자살하는 비운의 최후를 맞았다.
다음 윤보선 대통령은 기록상 1960년 8월부터 1962년 3월까지 약 20개월 재임했지만 1961년 5.16 혁명으로 인해 사실상 10개월의 짧은 기간 권좌에 앉았으며 큰 아들 상구(49년생) 둘째아들 동구(52년생)는 나이가 어렸기 때문에 별다른 활동이 없었다. 따라서 대통령 자녀 때문에 골치를 앓은 사실도 없었다.
그 다음 박정희 대통령은 박 전대표를 비롯해 3명의 자녀가 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신 1979년 맏딸인 박 전대표는 30이 채 안된 나이였고 막내 지만씨는 육사생도였다. 물론 박 전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야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살아나는 일부 정치인들이 수 많은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냥 설 수준이다. 물론 박 대통령 서거 후 지만씨가 마약 문제로 형무소를 드나드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고 형제간에 재산싸움을 벌이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긴 했지만 최소한 박 대통령 생전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도록 내버려 두진 않았다.
그 다음 최규하 대통령은 재임기간이 워낙 짧았고 신군부의 등살에 자신의 자리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경우라서 자식들이 비리를 저지를 겨를도 없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규하 대통령의 이름인데 한자로 崔圭夏를 해자하면 崔자는 산(山)하에 주(主) 인(人) 즉, 대통령이 될 운명이고, 圭자는 제후를 봉할 때 사용하던 신인(信印)이라는 뜻이 있어 이 또한 일국의 왕이나 대통령과 상관이 있는 글자다. 문제는 그 중요하고 높은 자리를 여름(夏) 한철만 지키다가 나가는데 최 대통령이 8월에 사임했으니 후세 어느 호사가의 기가 막힌 해석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다음 전두환 대통령과 노태우 대통령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대통령이 되어 자녀들이 아직 어렸고 또한 본인들이 천문학적 부정축재를 한 까닭으로 재임 중 자녀들이 설칠 기회나 필요조차 없었다.
대통령의 자녀 문제라면 김 영삼 대통령을 원조로 삼아야 한다. 김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은 아버지가 자신을 신뢰한다는 점을 교묘히 악용하여 국정을 농단하기에 이르렀고 법에도 없는 소통령이라는 별칭까지 얻었고 심지어는 아버지의 호 巨山에 빗대어 小山이라는 별호까지 얻었으며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만들었으니 부정부패와 부정축재의 정도를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이때 고위 관료를 비롯하여 군대 현직 장성들이 아들 같은 김현철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무릎을 꿇고 술을 따르며 승진로비를 했다는 일화가 있었으니 당시 상황이 3류 코메디같이 파노라마되어 스쳐 갈 뿐이다.
그 뒤를 이은 김 대중 대통령 역시 자녀 문제로 치면 김영삼 대통령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두 분은 평생을 정치적 라이벌로 엎치락 뒤치락했는데 자녀 문제까지 라이벌적 동지애를 나누신 분이다. 큰 아들 김홍일, 둘째 김홍업, 막내 김홍걸 이 셋이서 이용호, 진승현, 최규선, 조풍언 등 각종 게이트에 연루되어 ‘홍삼트리오’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고 역시 대통령 재임중에 두 아들이 구속되는 비운을 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부정한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압수수색 때 돈의 한쪽 귀퉁이가 썩어있더라는 믿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까지 연출한 당사자들이다.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자녀들의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는 몰라도 국정을 농단했다든지 뇌물을 받았다는 소식은 없었고 이 점은 현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위에서 장황하게 전직 대통령들의 자녀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과연 손학규 대표나 야당과 친이계 일부 인사들이 제기하는 박 전 대표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주홍글씨가 과연 그 정당성을 가지느냐 하는 문제를 짚어보기 위해서다. 엄밀하게 따지면 부모도 자식을 선택 할 능력이나 권리가 없고 자식은 더더욱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과거에 부모가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그 자손들이 손가락질을 받는다. 마찬가지로 자식이 잘못을 저지르면 부모가 욕을 먹는다. 그런데 박 전대표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통령의 딸이 된 것이고 그렇다고 아버지의 재임시나 서거 후 딸로서 독직사건이나 부정축재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그 꼬리표를 못 붙여서 안달인지 묻고 싶다. 민주화니 문민정부니 하던 대통령의 아들들이 훨씬 더 부패하고 부정하며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그리고 박 전대표의 리더쉽이나 인기가 아버지의 후광이라고 깍아 내리는 분들이 한 가지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1997년 12월 박 대통령 서거 후 약 1 8년만에 전직 대통령의 딸 박근혜는 한나라당에 입당한다. 그로부터 7년 후 박 대통령 사후 25년만인 2004년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은 경선을 거쳐서 선출되지 누구의 지명을 받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야당이나 친이계 일부인사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은 없고 독재자의 오명만 남아 있다면 그 오명의 후광이 당시 제1 야당 대표를 만들어 줬을까? 그토록 치적 깍아 내리기에 급급한 분들 주장대로라면 어떻게 25년 동안이나 후광이 존재할까? 2004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시 선거권을 가진 한나라당 선거인단 중에 박정희 대통령 생전부터 정치를 해왔고 은덕을 입고 있는 분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들 말대로 후광이라면 결론은 박 전 대통령을 부정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박 전 대통령을 인정하는 모순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구체적으로 손학규 대표나 이재오 장관이 표현한 “박정희의 딸” “독재자의 딸”이라는 표현이 정당한지 또 그런 표현을 할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자. 박근혜, 손학규, 이재오 세분 모두 공교롭게도 한나라당 소속으로 15대 및 16대 같은 기간 국회의원을 지냈다. 박 전대표가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일 때 손학규 대표는 같은 당 소속 경기도지사였고 이재오 장관도 같은 시기 같은 당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럼 왜 그때는 침묵했는지 이제라도 이유를 밝혀야 한다. 그 토록 박정희에 대한 원한이 사무친다면 그때 당을 탈당하든지 아니면 대표가 되지 못하도록 했었어야지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뀌었다고 서거한지 30년도 더 지난 분과 얽어매지 못해 안달이고 자신의 힘으로 정치적인 기반을 닦아 놓은 분한테 조자룡의 헌 칼 쓰듯, 고장난 녹음기처럼 흘러간 옛 노래에 심취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민주당이나 야권에서는 후광이 아닌 직광을 받고 있으며 국민적 총의나 정치적 정통성도 없는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비판 내용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이러니 친북이니 종북이니 하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하여 “시대 정신에 맞지 않다.”고 한다. 언제부터 박지원 대표가 시대정신을 정의하고 누가 맞는지 안 맞는지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진보, 보수, 좌, 우가 나이를 기준으로 구분할 사항은 아니지만 박지원 대표는 1942년생이고 박 전 대표는 1952년생이니 시대적으로 박 지원 대표가 10년은 뒤쳐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진정한 시대정신을 논하자면 미래를 향한 정책과 비젼을 제시해야지 과거에 얽매여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진정한 국민의 지도자라 할 수 없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강력한 차기 대권후보자는 누가 뭐래도 박 근혜 전 대표이지 서거한지 30년도 더 지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다. 또 다시 흑색선전의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게 명약관화하다.
미국의 경우 부자 대통령이 두 번 탄생했는데 제 2대 존 애덤스 대통령과 제 6대 퀸시 애덤스 그리고 41대 부쉬(아버지 부쉬)와 43대 부쉬(아들 부쉬)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부자.부녀, 모자.모녀 대통령이 나올 만큼 정치적인 성숙도가 높아졌다. 그런 의미에서 박 근혜 전 대표는 “박정희의 딸”도 “독재자의 딸”도 아닌 인간 박 근혜 정치인 박근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