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 ⓒ 이상돈닷컴 ALL RIGHTS RESERVED.
내일신문 2013년 10월 18일자
[여전히 뒷말 많은 박근혜 인사 … 무엇이 문제?]
①대통령이 전권 행사 … 최선보다 차선 낙점 일쑤
②전문성 이유 … '어공'보다 '늘공' 우선
③쓴소리할 사람 원천차단 … 감동 없어
박근혜 정부 들어 인사를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내각 구성 과정에서 12명이 낙마했고, 권력기관장 교체를 놓고 '외압' 논란이 이어졌다. 정권출범 8개월이 되도록 '이명박표 공공기관장'이 넘쳐나거나 감사원장 등 빈 자리가 많다. '인사는 만사(萬事)'라는 말을 빗대 망사(亡事)라는 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은 왜 인사에서 유독 취약한 모습을 보일까. 3가지 문제점이 꼽힌다.
◆관료출신 인사팀장의 한계 = 박근혜 정부 인사를 상징하는 열쇳말 2개는 김동극 청와대 인사팀장과 인사위원회다. 인사실무를 총괄하는 김 팀장은 행안부 출신으로 2급 행정관이다. 역대 정권 인사담당자가 대통령 의중을 대변하는 실세급 인사수석 또는 인사비서관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파격'이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위원장을 맡는 인사위원회는 형식적으론 인사를 도맡지만 현실적으론 '윗분의 뜻을 받드는 기구'에 머물고 있다.
결국 박근혜 정부 인사는 박 대통령이 전권을 행사하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행정관부터 부처 장관까지 모든 자리를 직접 낙점하는 상황이 된 것. 이런 현실은 인사에 대한 박 대통령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은 인사가 논공행상이나 낙하산 따위의 논란에 휘말리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한다고 한다. 자신을 제외한 실세가 인사를 앞세워 호가호위하는 것도 철저히 경계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본인이 전권을 휘두르다보니, 결과적으론 매우 제한된 '박근혜 인재풀'에 스스로 갇히는 꼴이 됐다는 분석이다. 최선의 인재보단 '박근혜 수첩'에 오른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또는 대통령이 보기에 괜찮은 차선의 인물이 낙점되는 장면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인사권을 손에서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국정철학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풀을 두루 파악하면서 대통령의 의중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비중있는 인사에게 인사권을 넘기고 동시에 책임도 지우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비교적 오래 보좌한 정치권 출신 50대 비서관들이 적임자로 꼽힌다.
◆어공의 전문성 인정 안해 = 박 대통령은 집권 초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공공기관 인사를 단행하면서 철저히 관료출신(늘공, 늘 공무원)을 중용했다. 청와대 비서실의 경우 관료출신이 수석과 비서관, 행정관 다수를 차지했고 특히 국정기획수석실과 경제수석실 등 핵심수석실은 관료들이 싹쓸이했다. 정치권 출신(어공, 어쩌다 공무원)은 홍보수석실 등 비정책부서에 주로 기용됐고 직급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다.
이는 박 대통령이 바라보는 전문성의 기준이 작용한 탓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은 철저히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하고, 이 전문성은 관료들이 우위라고 판단한다는 전언이다. 정치권 출신은 선거를 치르는 데는 전문성이 있지만, 국정운영에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관료출신이 중용되면서 눈 앞에 보이는 국정운영은 매끄러울지 모르지만, 새 정부의 개혁을 주도하는 데는 명확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여권인사는 "관료출신은 대통령이 지시하는 일은 열심히 하는 척 하지만 문제는 자기가 알아서 일을 진척시키지는 않는다는 것"이라며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사회 전반에서 적극적으로 구현하는 개혁작업이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멀어진 김종인 안대희 이상돈 =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엔 인사를 통해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이뤄진 인사에서 통합의 메시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능력있는 '네 편'을 발탁하거나 대통령에게 쓴소리할 수 있는 소신파를 기용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드물다.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는 데 공을 세웠던 김종인 전 청와대 수석과 안대희 전 대법관, 이상돈 전 교수 등이 박 대통령과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현실은 박근혜식 인사의 한계를 상징하는 장면으로 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