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진보의 근본주의도 북한앞에선 작아지는가 ?
2012-02-11 09:23 1,059 유은선

오래전부터 느껴왔던것이지만, 한국의 진보는 근본주의에 꽤나 집착한다는 생각을 자주 해보곤 했었다. 그리고 그 근본주의는 대개는 끔찍할정도의 순결주의,순혈주의로 직결되곤 한다.


 쉽게 간단히 예를들자면 정치문제에 관한 공방에서 드러나는 현상들이 대개 그렇다. 가령 얼마전 종편에 출연한 모 스포츠 스타를 놓고 진보성형의 486 여성작가가 ‘아줌마가 너 사랑했는데...OO아 안녕...’하는식의 댓글을 트위터에 남긴것도 진보의 근본주의와 순결의식의 단편을 엿볼수 있는 작은 사례다. 차라리 그 스포츠 스타가 요즘 회자되는 그 무슨 폴리테이너 같은 활동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단지 공인(公人)으로써 종편의 출연섭외에 응한것에 불과함에도 그와같은 반응을 보인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인은 진보가 지향하는 숭고한 정신과 이념 그리고 이상에 무조건 따라가는 순결한 숭배자가 되어야만 한다는 소린가 ? 그 여류작가가 ‘국민요정’이라 불리는 스포츠 스타에 실망한 이유는 한마디로 ‘조중동 종편이 주는 더러운 음식은 쌀 한톨, 물한모금도 받아서는 안된다’는 진보의 순결한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여류작가는 종편 개국축하쇼에 출연한 한 중견 여가수에 대해선 한술더떠 ‘무개념’이라며 노골적인 비난까지 해댔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신의 과거 중앙일보에 기고한 전력에 대해선 ‘그땐 노무현때잖아 ! 알바 꺼져 !’하고 일축해버린다. 적어도 486 문예 지식인 그룹의 거의 중심축에 있는 자신은 돈벌이 때문에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 기고활동을 해도 쿨하게 봐줘야하고, 평생 폴리테이너 비스무리한 행동도 보여주지 않은 다른 이런저런 유명인사들에겐 ‘조중동이 주는 더러운 음식은 물한모금도 받지말라’는 순결의식과 근본주의를 강요하는것이다. 참으로 참을수 없는 ‘진보 여류작가의 순결의식의 무거움’이다.


 이러한 진보의 근본주의와 순결의식은 특히 정치공방이 오갈 때 유별나게 나타난다. 특히 진보진영 내부 각 정파간의 공방과 갈등이 오갈때는 상대방의 순결에 ‘흠집’이 드러난 경우엔 가차없이 공격거리가 된다. 가령 방송인 출신의 한 유력대선후보는 과거 방송사 기자시절 당시 사회적으로 막 부각되던 모 인사(머리가 벗겨진 어느 전직 대통령 ^^)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인사치레로 그 사람을 칭찬하는말 몇마디 던진것을 가지고도 ‘저 대선후보가 모 인사를 왕년에 찬양한적이 있소.’ 하는식의 공격대상이 되기도 하고, 486 세대인 한 진보성향 국회의원은 앞날이 불확실한 정치초년생 시절 이당저당 기웃거리며 공천장 들이민것이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야 새삼 시비거리가 되기도 한다. 현역 방송인 시절 공적으로 수행해야 했던 업무나 앞날이 불확실한 정치 초년생 무명씨 시절에 한 이런저런 행보까지도 공격거리가 될수 있다는것 역시 진보진영의 순결의식과 근본주의가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보여줄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너희 더러운 왜놈들이 주는 음식은 쌀 한톨, 물 한모급도 입에 대지 않겠다’던 구한말의 선비 최익현 선생의 고집스럽고 완강한 근본주의가 아이러니하게 오늘날 진보진영의 뼈와 살과 피에 그대로 배어있다. 정작 당사자는 태어나지도 않았거나 어린아이였을때의 선친이나 조부의 말단 관료 경력이 뒤늦게서야 친일시비에 오르기도 하고, 군사정권 시절 여권의 잉여(남아도는)인사가 먹다흘린 과자 부스러기 하나 주워먹었어도 그 작은 행적 하나가 몇십년이 지나 진보의 순결에 크나큰 흠집을 남긴것이 되어 손가락질을 받아야하는 그게 오늘날 한국사회 진보진영이 갖고있는 근본주의와 순결의식의 실체다.


 이러한 진보의 근본주의 의식은 노동운동이라던가 여성운동,환경운동등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운동때 그 어떤 타협이나 화해도 허락하지 않는 과격주의도 따지고보면 그와같은 근본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것이고, 여성운동에서 보여주는 지나치기 기계적인 평등주의 강요나 해방의식도 마찬가지다. 가령 예를들어 남편이 아내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요구하는것도 금지시키는 ‘부부강간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여성이 이혼후 - 행여 2세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식별이 불가능해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 일정기간 재혼을 금지시킨 법 조항에 대해선 ‘요즘은 유전자 감식 기술도 생겼고 하니’ 폐지해도 된다는 주장을 하는. 이렇게 이율배반적이고 이기적인 형태의 여성운동 역시 뿌리를 따지고보면 진보의 끔찍한 근본주의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환경운동이라해서 별반 다를것은 없다. 원자력 발전은 방사능 오염 때문에 안되고 수력발전 시설도 강과 산을 해치기 때문에 안된다고 반대한다. - 오죽했으면 ‘진보는 아예 전기시설 없는 원시시대로 돌아가자는 소리냐?’ 는 우스개섞인 비아냥이 다 나올까. 대학이 지역발전과 교육활성화를 위해 지방에 캠퍼스를 지어주는 일도 환경파괴 때문에 안되고, 어느어느 산에 터널을 뚫으려하니 ‘도롱뇽이 죽기 때문에 안된다’는 갸륵한 생명사상을 지닌 스님이 나와 백일 단식투쟁을 벌이기까지 한다. 참으로 참을수 없는 ‘끔찍한 근본주의’를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진보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진보의 근본주의가 발동하지 않는곳이 딱 한군데 있는데 다름아닌 북한문제다. 북한인권 전문웹진 ‘데일리NK(뉴라이트 성향)’의 보도에 의하면 북한이 최근 평남 증산군 석다산이란곳에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이란 길이 120m에 높이 10m, 너비 5.5m 그리고 깊이 1m에 달하는 새로운 우상화 문구를 새겨넣었다는 보도다. 작년 연말 김정일이 세상을 떠나고 약 두달 가까운 시간이 지나서 이루어진 일이니 아무래도 김정일의 사망과 그에대한 충성다짐 및 기리는 의미 정도가 담긴 우상화 문구 새김 작업이었던것 같다.


 북한이 자연의 산과 바위 이곳저곳에 김일성,김정일을 기리는 우상화 문구를 수도없이 새겨넣은 사실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략 추산되기로 북한의 각종 명산등에 새긴 우상화 문구가 약 390여곳, 금강산에만 무려 60여곳에 달한다하니 그로인한 수천년을 이어온 한반도 북부지방의 수려한 자연경관 훼손이 어느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결론만 일단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근본주의’적 환경운동에 입각한다면 북한당국의 저와같은 해괴하고 환경파괴,자연파괴적인 우상화 문구새김 작업은 당장 중단되어야 하고 또 저지시키고 비판해야 마땅하다. 혹자는 이런 문제에 대해 이렇게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르겠다. ‘그까짓거 좀 시비건다고 남북관계 개선에 무슨 도움되나 ? 괜히 북한당국 마음만 상하게 할 뿐이다.’, ‘남한의 다른 복잡한 현안도 많은데 남한의 환경단체가 북한내부의 그런 사소한(?) 문제까지 신경써야 하나 ?’


 필자는 지금 남북교류에 관한 문제를 논하는게 아니다. ‘근본주의적 환경운동’에 입각해서볼때 멀쩡한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북한당국의 우상화 문구 새김 작업은 어떻게 받아들여져야 하는가하는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것이다. 어느어느산에 터널을 뚫으면 도롱뇽이 죽는다고 백일 단식투쟁까지 벌였던 갸륵한 생명사상을 지닌 대한민국의 환경운동가들 아닌가.


 평소 환경문제에 별반 관심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환경운동가나 환경운동과 관련한 서책 몇장이라도 끄적거린 사람이라면 최소한 멀쩡한 자연경관에 독재정권이 자신들을 스스로 기리기 위해 만드는 우상화 새김 작업이 얼마나 심각한 환경훼손이고 자연훼손인지 그 심각함을 인식하고 있어야한다. 그런 인식 자체가 없는 사람이 만약 환경운동가를 자처하고 다닌다면 그 사람은 되려 ‘사이비’ 환경운동가거나 환경운동을 빙자해서 돈을 버는 사기꾼쯤으로 봐야할 판인것이다.


 얼마전 한 방송사에선 해외에서 제작,방영한 ‘인류멸망후’ 인류가 만들어놓은 문명과 조형물들이 어떻게 사라져가는가를 보여주는 가상 다큐프로를 방영한적이 있었다. 내용을 보면 경악스럽게도 인류가 모두 사라진후 한 천년정도가 지나면 수십수백층짜리 고층건물도 대개는 부식이나 동,식물의 침탈등으로 붕괴되게 되어있고, 첨단문명 기기들의 경우엔 대개 이물질의 침식등으로 백년도 채 못가서 못쓰게 된다는것이 이 가상다큐가 보여준 결말이었다. 헌데 주목할만한 부분은 그래도 최소한 천년이상 버틸수 있는 인공 조형물이 몇 개 있는데 대개는 자연에 의지해서 만든것들로 가령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고 미국 러시모어 산에 새겨진 ‘큰바위 얼굴’ 정도를 꼽았다.


 헌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다큐가 중요한 것을 하나 빼먹었는데, 설사 인류가 모두 멸망하고 몇천년이 지나도 끝까지 살아남을수 있는 흔적이 또 하나가 있는데 다름아닌 북한의 저 수두룩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선전문구들이다. 깊이가 보통 1m 이상 정도 된다고 하니 저 정도로 산과 바위에 깊숙이 새긴 문구가 풍화작용등으로 마모되어 멀쩡한 상태로 돌아갈때까지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주위에 아는 지질학자가 없어 전화로 자문해보지 못한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 하지만 수천년전 원시인이 그려놓은 암각화나 동굴 벽화들이 대개는 지금까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것을 생각한다면 이미 상식적으로 답이 나오는것 아닌가.


 북한당국의 우상화 문구 새김작업은 개발을 위해 산을 깎는 작업이라든지, 지역 교육 활성화를 위해 대학이 지방캠퍼스를 짓는 일이라던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는 작업등과는 전혀 성격이 다른 아니 이보다 더 심각한 자연경관 훼손이고 심각한 환경파괴다. 개발이나 관광시설 설치는 그로인해 우리네 인간에게 돌아오는 혜택이라도 있지, 우상화 문구 새김은 인간에게 전혀 도움되는 일이 없는 아니 되려 인민들에게 피곤함과 스트레스만 안겨다주는 해괴한 우상화 선전작업일뿐이다.


 한번 상황을 바꿔 생각해보자. (설마 남한사회에 그렇게까지 몰지각한 사람이 있을거라곤 생각지 않지만) 만약 박정희나 전두환을 추종하는 어느어느 누가 그들을 찬양하는 문구를 설악산이나 속리산에 새긴다고 하며 환경단체들 가만 있을 사람들인가 ? 아니, 아마도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모든 진보진영이 대동단결하여 ‘어딜 감히 독재자를 찬양하는 문구를 신성한 자연경관에 새겨넣으려 하느냐’며 출입구 막고 시위벌이고 난리가 벌어져도 한바탕 벌어졌을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저 북한의 해괴한 우상화 문구새김 망동엔 형식적인 비난성명하나 내는 환경단체도 환경운동가도 없다.


 결국 진보진영은 그 잘난 근본주의마저도 북한앞에서는 작아지는것일까. 정파간의 공방때 상대방의 전력이나 또는 여성운동,환경운동과 관련된 이러저러한 이슈들에 대해선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근본주의와 순결의식을 강조하곤 했던 진보진영이다. 여기서 무슨 비난성명 하나 발표한다고 오늘내일이라도 당장 북한당국이 태도를 바꿔 ‘우상화 문구새김’ 작업을 중단하지도 않을것이고, 오히려 되려 남한의 어느어느 환경단체나 환경운동가는 지나친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는 반박이 나올것이 불을보듯 뻔한 사실이다.


 하지만 필자가 지적하고자 하는 문제는 누가봐도 명명백백한 자연훼손인 북한당국의 ‘우상화 문구 새김’ 작업에 조차 비난성명은 커녕 진심으로 분노하는 환경운동가 하나 보이지 않는 진보진영의 아이러니와 이율배반이다. 각종 사회운동,진보운동,정치공방에선 그토록 엄격한 근본주의를 강요하는 남한의 진보가 어떻게 북한정권의 몰지각하고 해괴하기 짝이없는 환경파괴 행위엔 침묵하거나 무감각해질수가 있는거. 이러고도 과연 한국사회의 진보진영이 갖고있는 의식세계가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라 말할수 있을까 ?

되물 12-02-12 10:37
 
북한 타령은 이제 좀 그만하세, 이제 때되니 또 북한인가, 내 이럴줄 알았지,
되물님, 나중에라도 꼭 좀 보세요 
새정치 새질서를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