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정치실종 극복이 최우선 과제‥대통령이 갈등 조정해야"(조선비즈)
2013-12-19 06:38 830 이상돈

조선비즈 2013년 12월 19일자

[대선 1년] "정치실종 극복이 최우선 과제‥대통령이 갈등 조정해야"
            김종일 기자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서 갈등 조정해야"
"경제민주화 사실상 폐기, 새로운 정책설계 필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성과, 급변하는 상황에 유연하게 적용돼야"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19일로 제18대 대통령에 당선된 지 꼭 1년을 맞는다. 박 대통령은 국민대통합과 경제민주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라는 정치·경제·외교 3대 공약으로 1년전 치른 18대 대선에서 51.6%의 득표율로 당선된 뒤 대한민국호(號)를 이끌어왔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난 1년간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한반도 평화와 통일기반 구축 등 4대 국정기조를 내세우고 지금껏 달려왔지만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선비즈는 대선 1년을 맞아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어봤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혹독했다. 박 대통령이 약속한 '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은 커녕 '갈등과 분열'로 귀결됐고 경제·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한 시대적 과제로 제시됐던 경제민주화도 1년 전에 비해 진전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나마 후한 점수를 받은 한반도 프로세스 정책도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를 따라가지 못하며 정책 수정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반대편까지 끌어안는 리더십으로 '정치 실종' 상태를 극복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 "100% 대한민국? '갈등과 분열 시대' 열려…갈등조정 능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국민대통합위원회'까지 출범시켜 '국민대통합'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지난 1년간 '대탕평'의 정신은 사라지고 야권 등 반대편의 이야기에 귀를 막는 일방적인 정국 운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역임한 박근혜 정부 출범 공신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대통합이 아니라 대갈등 시대가 열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는 "정치는 긴장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전교조나 철도파업 사태를 보면 박 대통령은 정치를 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데 지나치게 강경자세를 고집해 자꾸 적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해서 남은 4년을 어떻게 끌고 가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도 "대통령은 '100% 대한민국'을 말했는데 현실에서는 '갈등과 분열'만이 남았다"고 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대통합의 전제는 생각이 틀린 세력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게 대전제인데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큼 부족했다"면서 "특히 인사 스타일은 기계적인 지역안배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만 했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했지만 공허하다고 느낄 만큼 국민대통합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검찰과 국정원 등 사정기관을 정치의 중심에 서게 하고 자신은 정치에서 '독야청정'하는 모습으로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불신을 갖게 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정치의 중심에 서서 갈등을 '무시'하지 말고 '조정'할 것을 주문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갈등은 해소의 대상이 아니라 조정의 대상"이라면서 "새누리당의 역할이 너무 협소하게 축소돼 여론의 전달 통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역지사지'의 정신을 살려 반대편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갈등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한 후에 그를 조정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민적 눈높이에 맞는 대탕평 인사로 국민대통합의 기초를 닦고 추상적 구호에 그치고 있는 대통합정신을 구현할 구체적인 실행파일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경제민주화 공식적으로 폐기한 것…새로운 정책설계 필요"

박 대통령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혀온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밀려 상당히 후퇴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공식적으로 폐기한 것 같다"면서 "경제민주화가 경제살리기와 배치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이 스스로 끝을 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 명예교수는 "경제민주화가 지난 대선에서 35~45% 지지율에 머무르던 박 대통령에게 10%P 내외의 추가 지지율을 안겨줬는데 대통령이 이를 살리지 않고 끝내버린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종일 교수는 "경제민주화 공약이 20%도 채 진행되지 않았는데 대통령은 이를 다시 칼집에 넣어버렸다"면서 "시작도 하지 않고 끝내 버린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내영 교수도 "일부 법안이 입법화됐지만 지난 대선에 공약했던 것에 비하면 상당히 후퇴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반적으로 정책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신율 교수는 "경제민주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공공영역을 제대로 개혁하고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정부는 '민영화'만 고집하고 있다"면서 "철도와 의료민영화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정부가 '아니다'라는 의지표명만 할 게 아니라 관련 종사자들과 국민들을 진정으로 납득시킬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시대적 환경에 맞게 새롭게 정책 설계를 하는 동시에 국민적 동의를 얻는 노력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철 교수는 "대기업의 반대와 재정부족 상태는 예견됐던 문제로 이를 합리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이 바로 정치력"이라면서 "복지정책을 포함해 전반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새롭게 설계해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현실가능한 정책부터 실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의 의미와 범위를 명확히 국민들에게 알리고 경제활성화와 균형점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맞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변화해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진정한 변화와 평화의 길로 나서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진행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상당 기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 대통령은 북한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 위기 등이 지속되는 중에도 흔들리지 않고 '대북 리스크'를 잘 관리해왔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전문가들은 다만 최근 벌어진 방공식별구역(ADIZ) 논란과 급변하고 있는 대북 상황 등에 맞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도 유연하게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내영 교수는 "개성공단 문제 등 일정 부분 성과를 얻었지만 북한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동북아 정세의 급변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면서도 "이는 박근혜 정부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북한 내부의 문제로 북한은 아직 남북문제를 개선할 만한 여유가 내부적으로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상돈 교수도 "북한이 워낙 협조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현 정부의 책임은 아니지만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을 펼칠 대상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신율 교수는 "한반도 '안보'프로세스가 아닌가 싶다"면서 "안보가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지금은 밖을 향해야 할 안보정책이 국내까지 지나치게 확장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준 교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 정권의 '비핵개방 3000'처럼 능동적으로 대북상황을 주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수동적으로 저쪽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정책이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급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맞게 대북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용철 교수는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일년 전에 세웠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지금도 유효할지는 불확실하다"며 "당초 공약했던 시나리오를 그대로 밀고 나가기 보다는 현재 상황에 맞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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