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문창극 사태, 자칫하다간 보수진영 전체의 무덤이 될수도 있다
2014-06-14 13:38 575 유은선

이명박 정부 초창기 광우병 쇠고기 관련 반미 촛불시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때 이상돈 교수가 이와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보수우파의 무덤’이 될 것” 같다고. 헌데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필자는 자칫하다간 문창극 사태가 진짜 ‘보수의 무덤’이 될 수 있겠다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광우병 사태 당시 이교수 발언의 취지는 DJ-노무현 진보정권 10년이 지나고 보수우파가 다시 정권을 잡은 상태에서 이 위기(광우병 사태)를 제대로 대처해서 슬기롭게 극복하지 않으면 보수우파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려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수도 있음을 지적한 발언으로 이해할수 있을것이다. 헌데 나는 작금의 ‘문창극 사태’를 광우병 사태보다 (보수진영에) 더 심각한 위기상황을 몰아가고 있는 사태라고 본다.

 일단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문창극 총리후보(기독교 장로)의 모 교회에서 강연내용을 다시한번 살펴보자. 일단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보면 ‘일제시대’나 ‘분단’을 전부 ‘하나님의 뜻’이라 언급한것은 기독교인들이 일상적으로 그 어떤 환란이나 고난의 시기를 극복했을때 그 지난시기를 되돌아보면서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어려움과 고통도 오늘의 축복을 주시기 위한 시련의 시기였던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 신앙적 고백의 일환이라고 볼수있다. 실제 그런식의 신앙적 고백은 필자도 종종 하는 사람이다. 지금와 생각해보니 그 이전의 인연은 아무래도 ‘잘못된 인연’이었던것 같고 지금의 만남이 더 좋은 만남인것 같다고 이야기한다던가.

 하지만 그와같은 ‘신앙적 고백’의 차원에서 이해될수 있는 발언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논란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발언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적어도 신앙적 관점에서는 ‘문창극 장로’의 발언은 얼마든지 옹호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와 사상의 영역으로 옮겨놓고 이야기해보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사실 ‘친일문제’는 지금까지 보수진영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면서 진보 좌파진영이 보수진영을 비난하고 손가락질할 때 가장 단골로 들먹이곤 하는 메뉴였다. 가령 해방직후 친일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은 문제라던가 장기집권을 한 어느 전직대통령의 소싯적 친일전력등이 그들의 단골 비난,시비거리였고, DJ-노무현 정권 들어서는 언론문화를 바로잡는다는 미명하에 일제때부터 존재해왔던 국내 최장수 유력일간지인 조선,동아일보까지 ‘친일언론’이라 싸잡아 비난했었다. 또 가끔은 이른바 보수연 하는 인사들이 그 무슨 ‘일제시대는 축복’이라느니 ‘식민지 근대화론’같은 튀는 발언으로 종종 도마위에 올라 역시 보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알맞은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방직후 일제때 공무원,군인,경찰등을 그대로 등용한 문제의 경우엔 아직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는 옹호가 가능하고, 일제때 청춘을 보낸 한 전직대통령의 전력문제 역시 암울했던 시절 나약한 한 개인의 불가피한 선택 정도로 충분히 옹호,변명이 가능한 문제이기도 하다. 그 무슨 대중적으로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인사들이 이따금씩 ‘식민지 근대화론’이니 ‘일제시대 축복론’이라느니 하며 국민 대다수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한 경우도 그저 사회에 한두명쯤 있을법한 괴짜성 발언 정도로 치부해버리면 그만일것이다.

 하지만 일국의 대통령이 총리로 지명한 그것도 얼마전까지 유력 언론사의 주필을 역임한 사람이 ‘대형교회’의 강연장에서 교회 ‘장로’의 신분으로 강의한 내용이 이와같다면 문제는 전혀 달라진다. 총리내정자,유력 언론사 주필,대형교회 장로...그야말로 우리사회 보수 지도자의 ‘상징성’을 지니고 있는것은 모두 갖추고 있는 문창극씨 아닌가. 헌데 그런 문창극 총리 내정자의 일제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와같다 ? 자칫하면 그야말로 보수우파 전체가 ‘친일’로 싸잡아 매도당할수도 있는 엄중한 사태에 직면한 것이다.

 이쯤에서 가장 안타깝게 여기는것은 박근혜 대통령은 왜 이런 문제있는 역사관을 지닌 문창극씨의 총리후보 지명을 즉각 취소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가려 하는가 하는점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미 국회에 ‘임명동의안’까지 제출한 상태라지 않는가. 그야말로 ‘인사청문회’와 ‘국회 인준절차’까지는 일단 밟아보겠다는 자세 아닌가.

 한번 박근혜 대통령과 그 외 친박 정권 실세들에게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다. 과연 이런 상태에서 백번천번 양보해서 문씨의 총리인준 동의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문창극 총리’가 과연 일국의 국무총리로 무난히 국정을 수행할수 있을것이라 보는가. 총리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론,무용론도 일각에선 있지만 그것은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대통령을 왕조시절 임금과 동일시하는 정서가 있는 나라인것처럼 국무총리에게도 조선시대 ‘영의정’과 동일시하는 인식과 정서가 꽤 젊은 세대나 엘리트중에도 적잖이 뿌리박혀 있는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현실이다.

 헌데 이런 상태에서 국민의 신뢰와 신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영의정(국무총리) ?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는 일이다. 생각해보면 애초에 세월호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직후 한동안 언론에선 차기 총리로 이런저런 정치권 인사를 하마평에 올리곤 했었다. 정치권 인사들을 한동안 언론과 방송에서 차기총리감으로 거론했던데는 아마도 소위 말하는 특히 야당,진보진영과의 소통과 정치력을 발휘할수 있는 인물을 총리감으로 바라는 언론,방송가의 속내도 어느정도는 담겨있었던것 같다.

 하지만 거론되어오던 수많은 정치권 인사를 뒤로하고 언론계 원로급인 문창극이란 보수인사를 내정하였다. 앞서 안대희 총리후보가 낙마한 전례도 있어 내부 검증과정에서 꽤나 고민과 진통이 많았을것이란 짐작도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대체로 안정감이 있어보이면서 ‘사회원로급’으로 존경받을만한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문씨를 택한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문씨는 총리로 내정된지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아 그와같은 ‘사회적 신망과 국민적 신뢰’를 받는 보수원로형 국무총리로는 영 아니올시다라는것이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대체 공개석상에서 (대형교회의 강연장은 분명 사석이나 비공개되는 장소가 아니다. 비단 기독교뿐만 아니라 웬만한 종교단체들 이런 행사 한번 치르면 비신자들에게도 기왕이면 많은 사람들 참석해달라는 광고,홍보 꽤나 적극적으로 한다.) 마치 일제시대나 분단이 축복(?)이라도 된다는듯 ‘하나님의 뜻’ 운운하는 일반인의 역사인식과 상식과 전해 배치되는 사고방식을 갖고있는 인물이 어떻게 일국의 국무총리가 될 수 있는가 ?

 사실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박대통령의 사람을 쓰는 사고방식에 적잖은 우려와 절망감을 느껴왔었다. 다만 아직은 임기초반이고 적어도 ‘세월호 사태’ 이전까지는 박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그다지 큰 실책이 있었다고 보지는 않았기에 그 문제에 대한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박대통령의 사람을 기용하는 방식에 가장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고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 중폭개각과 비서실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도 그동안 사퇴여론이 빗발쳤던 김기춘 실장을 유임시켰고, 세월호 사태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주무장관인 이주영 해수부장관 역시 유임시켰다. 헌데 이 두 사람의 박대통령과의 인연이 한때 종편에서 꽤나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름아닌 김기춘 비서실장은 바로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 당시 문세광을 수사한 검사였고, 이주영 장관의 경우엔 부인이 역시 육여사 저격 당시 박대통령의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시신을 수습했던 간호사였다는 점이다.

 꽤 오래전부터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10.26 이후 청와대에서 나오면서 아버지를 모시던 사람들이 모두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그때부터 ‘사람을 믿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다고.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할수도 있겠는데, 아무리 그렇기로 측근인사로 쓰겠다는 사람이 40년전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과 관련되어 인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고방식을 대체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것일까 ? 일반인의 입장이라면 그런식의 보은(報恩)을 정서적으로 이해해줄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사람을 쓰면서 취할 행동은 분명 아닌것 같다. - 솔직히 이쯤되면 박대통령은 트라우마로 인해 사고방식 자체가 40년전 육여사 저격 혹은 10.26 당시에 머물러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다 들 지경이다.

 박대통령은 지금이 자신이 신임하는 측근 한두사람의 말만 듣고 사람을 기용해서 써도 되는 한가한 시기가 아님을 명심했으면 한다. 작금의 ‘문창극 사태’는 잘못하면 보수진영 전체에 ‘친일 이미지’가 각인되어 국민 대다수의 신뢰를 잃고 외면을 당해 자칫하다간 보수진영 전체가 침몰하거나 무덤속으로 들어가버릴수 있는 위기의 상황이다. 이미 사실상 ‘친일발언을 한 총리’로 낙인이 찍힌 총리가 무난한 국정수행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가 ?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는 일이다.

 문창극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는 아무래도 ‘보수진영 전체의 무덤’이 되어버릴것만 같다. 단순히 박근혜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이미 일부 친일형 극우보수 단체들을 중심으로는 문창극 총리내정자를 ‘결사옹위’하겠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반발하는 진보진영의 맞불시위가 있을것은 불을보듯 뻔히 예상할수 있는 일이고, 친일발언을 한 총리를 옹호하는 보수단체와 친일발언 총리를 물러나라고 강력히 저항하는 진보단체 ? 이렇게되면 보편적 상식을 가진 국민 대다수는 보수,진보 양 진영을 어떻게 볼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고 매우 절망적인 느낌을 주는 사태가 벌어질것만 같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이라도 당장 문창극 총리내정자 지명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하는 이유가 바로 그와같다. 지금의 사태가 이대로 장기화된다면 문창극으로 인해 보수진영 전체가 침몰하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진짜 ‘보수의 무덤’이 될수있는 일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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