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미국 생활은 어떠하신지요?
2010-08-13 15:42 1,127 녹명거사

교수님 미국으로 가신지도 벌써 거의 한달이 다되어 가네요. 지금 한국은 계절적으로 한 여름의 중앙에 와 있어 매우 무덥고 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주에는 작은 태풍도 지나가고 오늘부터 일요일까지 비가 조금씩 내린다고 하니 약간은 시원한 공기를 접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떠나시기 전 이곳 저곳 vagabond 같이 훌훌 다녀보시겠다는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저도 여름 휴가를 일단 보류하고 가을이나 겨울에 시간내서 모처럼 한번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은데 잘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곳 상황은 인터넷 언론매체를 통하여 익히 잘 아시리라 믿고 생략하겠습니다. 모든것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제 생각만은 아닐거 같네요. 빨리 오셔서 한번 뵙도록 하겠습니다.

 자주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사실 시간만 조금 내면 요즘은 실시간으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세지로 안부도 묻고 모든 정보가 수 초내에 지구촌을 누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는데도 예전과 달리 안부 편지나 그런게 잦아드는 걸로봐서 이게 과연 역사의 발전인가하는 의구심마져 듭니다.

몇 년전에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라는 책을 사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1560년대 말부터 퇴계가 세상을 떠난 1570년 까지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이 무려 26살이라는 나이 차이, 당시 엄격한 유교사회에서 상상도 하지 못할, 를 무시하고 서로 4단 7정에 대한 학문적 논쟁을 벌이면서 주고 받던 100여편의 편지를 묶어서 편찬한 책인데 사실 성리학에 문외한인 저는 도저히 무슨 이야기 인지 몰라서 중간에 포기하고 그냥 덮어둔 책 입니다.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그깐 편지 백여통이 무슨 대단한 거라고 4백년이 지난 지금 그걸 책으로 만드느냐고 반문 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으로 부터 4백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편지가 왕래되기 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편으로 우습고 또 한편으로는 정말 대단한 학구열을 가졌다고 놀랄만할 겁니다. 편지가 오고가고 할 즈음 퇴계는 경상도 안동에 고봉은 전라도 나주에 살고 있었는데 요즘과 같이 정기적인 우편배달부가 있는게 아니고 퇴계가 편지를 쓰면 안동에서 한양으로 누군가 일이 있어서 올라가는 인편으로 한양으로 편지를 일차 보내고 거기서 다시 전라도 나주로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 편지를 다시 고봉에게로 전달하고 하는 식이었답니다. 그래서 빨리 가야 1달이 소요되고 어떨 땐 2~3달 걸릴때도 있었으니 그런 편지 100여통이 오고가는데 물경 13년의 세월이 소요됐으니 책으로 편찬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지금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았던 옛 성현들도 저렇듯 자주 안부를 묻고 학문을 논하고 그랬는데 지금같은 시절에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쉽고 반성하는 의미에서 두서 없는 글 길게 적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여행 보내시고 9월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보고싶습니다.

멀리 청도에서 녹명 드림.

통일세라굽쇼? 
늦었지만 홈페이지 개편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