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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정부의 UAE 원전수출을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원전수출과 관련하여 자금조달에 대한 여러가지 비판들도 있었는데요.. 30년 장기상환 방식의 프로젝트에 대한 위험담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여러가지 비판들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전제와 가정에 대한 새로운 인식전환이 다시금 필요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시스템 수출을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한데요..
우선 개도국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한데요.. 기존의 kotra 해외무역관의 역할이 변해야 합니다.
그전에는 수출바이어를 발굴하고, 중소기업의 제품수출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불어 해외의 문제를 인식하는 눈과 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재국의 경제, 사회적 수요에 대한 인지, 분석 및 필요한 시스템의 인식, 시스템을 수출하기 위해 누구를 대상으로 교섭할지에 대한 정보수집 등으로 역할을 확대해 나가야 하고요..
시스템 디자인을 담당할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시스템은 특성상 어느 한 기업이 모든 것을 공급할 수는 없으므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합니다.
금융이 필요합니다. 개도국에 시스템을 수출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고, 수익모델을 계산하는, 쉽게 얘기하자면 국내에서 부동산 개발에 투자되었던 Project financing이 이제는 해외 시스템 수출을 위한 PF 역할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정책금융의 역할도 새로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UAE 원전수출에 따른 자금상환 방식을 놓고 논란이 많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수출이라는 측면에서 시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개도국에 대한 시스템 수출은 아무런 재원이 없는 국가에 대해 중장기 상환을 조건으로 한 금융지원까지를 포함합니다. 우리가 금융까지 조달하여 그 국가의 시스템을 놔 주면서 중장기로 그 나라로 부터 상환을 받습니다. 상환의 형태는 돈이 될 수 있도 있고, 자원의 개발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스템 시장의 진출권이 될 수 도 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초기자금을 국채발행을 통해 조달하거나 정책금융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데 대해 지급보증을 하여 위험을 분산해 줘야 합니다. 개도국에 대한 차관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경우 국채발행의 상환위험이 뒤 따릅니다. 여기서 기존 전제와 가정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건전재정 측면에서 국채발행을 통한 해외차관제공 또는 지급보증은 좀 찝찝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스템이라는 것이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한다면, 현재의 채권발행으로서 질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이를 장기에 걸쳐 상환받는 것이라는 측면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30년 상환의 장기채권, 이를 30년 동안의 일자리라고 생각하는 것을 어떨런지요?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담보로 한 채권발행이 아니라,
현재세대의 질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고, 이에 대한 위험은 일정 정도 국가가 부담하는 것입니다. 복지의 기본이 고용이라고 할 때 우선적으로 고용의 기회를 최대한 창출하는 경제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것입니다.
국내 금융산업 개편도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이 요청됩니다. 지난 정부, 또한 이번 정부에서도 동북아 금융허브, 금융산업 선진화 등을 내새워 접근했습니다만 사실 국내 금융산업이 글로벌 IB와 같은 정도로 성장한다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를 자신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경제가 제조업을 중심으로 50년 가까이를 성장해 왔으며 제조업에 경쟁우위가 있다면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파생산업(시스템) 등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오히려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이러한 새로운 제조업의 역할정립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중장기 자금의 조달, 시스템 산업 위험의 평가 및 수익모델의 구성 등으로 새로이 특화된 역할이 필요할 것입니다. 해외 IB 들이 개도국 금융산업, 경제운용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금융시스템을 이식하며 해당국의 자본유출을 시도하는 불법은 아닐지언정 부도덕한 시도들을 하였다면,
우리의 금융은 해당 개도국의 경제와 사회시스템 정립을 위해 금융을 지원하며, 상호 윈윈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컨설팅의 역할로서 새로이 자리매김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메가뱅크의 논의는 이러한 산업금융을 지원하는 발전적인 시각에서 해석되고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 국가경제 차원에서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위한 노력들이 지금은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들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을 우리가 설계한 시스템을 통해 지원할 수 있고, 그러한 시스템이 우리의 청년들에게 30년간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시스템을 통해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달성한 그 국가가 우리의 영원한 우방이 되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의 새로운 시장이 된다면, 우리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다시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시스템의 수출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관계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시스템의 특성상 어느 한 기업만이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대기업의 인력과 기술, 제품이 핵심으로 들어가겠지만, 중소기업들도 시스템의 서브시스템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단순히 부품을 납품하는 구조가 아니라, 시스템 기능중의 일부를 담당하는 하부시스템으로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신뢰가 핵심적으로 필요하며, 중소기업이 전문적인 서브시스템을 구성하고 제공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대기업의 부당한 침해를 막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부 R&D의 역할도 기존 첨단기술의 개발에서 확장하여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시스템을 통해 나오는 서비스들이 원활히 운용될 수 있도록 지식기반서비스의 R&D에 지원이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시스템이 모든 경제문제의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추진중인 중소기업 육성정책은 더욱 강력히 추진되어야 하며, 차기 정부에서도 핵심 경제정책으로 추진되어 마땅합니다.
아직까지 시스템의 수출은 발아단계입니다. 개념조차 생소하고요.. 그리고 현존하는 모든 경제정책을 모두 시스템 수출로 전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현재의 성장모델이 어느정도 유효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음 정부는 현재의 성장모델인 요소투입형 성장모델에 더불어 새로운 성장모델인 수요견인형 성장모델을 통해 차기정부의 가장 큰 당면과제인 복지, 청년실업 등의 문제를 접근하여야 할 것입니다.
복지정책의 출발을 고용의 확대에서 찾아야 하며, 이를 위해 질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수요의 발굴이라는 정책과제는 차기정부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 정부는 경제성장의 해답을 건설과 토목에서 일정부분 찾고자 하였습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경기부양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부문도 경제발전에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나 질좋은 일자리 창출에는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국내에서 토지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금융이 엮기게 되다보니 새로운 수요의 창출보다는 거품이라는 부작용도 야기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차기 정부는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는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 모델은 우선 질좋은 고용을 창출하고, 현재 우리가 가진 경쟁우위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성장모델"이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도 이러한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가능케하는 새로운 성장모델에 대한 합의를 통해 모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