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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은 종족 보존을 위해 열심히 둥지를 틀어 그 속에다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그러다 새끼가 커서 홀로 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둥지를 버리고 떠나지만 견고하게 만든 둥지는 몇 년이 지나도 좀처럼 부서지지 않는다. 뻐꾸기처럼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 얌체족도 있지만 오색딱따구리처럼 일껏 애써서 지은 집을 제 손으로 둥지를 만들 능력이 없는 원앙이 같은 새가 차지할 경우 인심 좋게 물려주고 새로 둥지를 만드는 새도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정들여 살던 집을 부숴버리고 날아가는 악질은 없다.
그러나 인간 중에는 그런 패륜아들이 간혹 있고 특히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그런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DJ가 만든 평화민주당 덕분에 대통령이 되고도 미련 없이 차 던지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노무현이 그중 하나고 지금 자신에게 대권, 금배지, 단체장 직위를 안겨준 한나라당을 아예 부숴버리고 신당에 참여하려는 족속들이 바로 그런 패륜아들이다. 국민이 자신들에게 부여한 권력과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권력을 남용하고 사리사욕을 채우다 재신임 얻을 가망성이 안 보이자 지금까지 자신들이 몸담았던 정당을 아예 부숴버리고 신당에 합류하려는 한나라당의 친이다.
요즘 선관위 홈페이지를 공격한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정치판이 떠들썩하다. 디도스 공격의 주역으로 알려진 최구식 의원의 보좌관 그리고 박희태 의원의 보좌관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에 이어 국정원이 선관위가 해킹 당하는 사실을 알고도 묵살했다는 뉴스도 나온다. 국정원이 알고도 묵살했다면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아무튼 사건의 파장은 너무도 커서 패닉상태에 빠진 한나라당에서는 위기설과 비관론이 난무하는 판이고 한미 FTA 반대 집회가 시민의 호응을 얻지 못해 시들해 가던 판에 모처럼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해체론까지 펴며 패닉을 부추긴다.
당사자인 최구식 의원은 이 사건을 젊은이들의 돌출행위로 몰아가며 축소시키려 하지만 여당의 실력자가 이 사건의 배후라는 주장에 이어 선관위의 자작극이라는 나꼼수의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한 일탈행위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고 하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선거일을 택했다는 점, 안전한 제3국을 택하지 않고 발각되기 쉬운 국내에 공격거점을 잡았다는 점, 그리고 정치적 상황이 한참 복잡한 현 시기를 노려 언론에 발표됐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석연치 않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만약 이 사건이 정치적 함수관계의 일대 변화를 노린 제3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계산적 행위였다면 그에 따라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쪽과 이득을 보는 쪽이 생기게 마련, 사건을 그런 측면에서 고찰하면 훨씬 더 이해가 빠를 듯싶다.
단편적인 눈으로 볼 때 이 사건으로 인해 대 손해를 보는 쪽은 당연히 한나라당이고 이득을 보는 쪽은 민주당이다. 그러나 득을 보는 쪽이 여야 외에 또 있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제부터 제3 자 쪽인 박세일 신당을 살펴보자. 한나라당은 10.26 재보선에서 서울을 잃고 그 후로도 안철수라는 돌발 변수, 그리고 경제사정 악화로 인한 지지율 저하를 딛고 박근혜 전 대표가 중심이 된 당 쇄신이 이루어져가는 판이라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는 자연 박 전 대표 단일 체제가 될 수밖에 없는 판이다. 반면 YS와 이명박이 심혈을 기울여 내세운 대안인 박세일 신당은 영입에 공을 들이던 안철수가 총선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마저 관심이 없다고 밝히자 지지부진 동력을 잃고 창당마저 내년 2월 이전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이런 박세일 신당에 망가지는 한나라당은 가장 큰 이득이다.
이대로 한나라당이 박근혜 체제로 굳어 가면 대항마조차 구하지 못함은 물론, 창당 명분과 시기마저 놓칠 위기에 처해 버린다. 갈 곳 없는 친이와 창당마저 지지부진 늪에 빠진 박세일 신당의 처지를 고려할 때 디도스 공격에 의한 선관위 공격은 한나라당의 존립 자체를 망가뜨리고 한나라당의 실질적인 리더로 나선 박근혜 전 대표를 한꺼번에 망가뜨릴만한 폭발력을 갖고 있다. 그런 가설을 뒷받침할만한 발언은 계속 나오고 있다. 전여옥은 연일 최구식 의원을 감싸는 발언을 하고 당사자인 최구식 의원은 자신이 아랫사람을 잘못 채용한데다 관리를 소홀하게 한 책임은 지지 않고 발뺌하기에만 급급하다.
떠날 때 떠나더라도 세비만은 악착같이 받아먹고 가자는 심보고 이왕 차기 총선에 실패할 거면 아예 다 같이 망하자는 심보다. 이재오는 이 판국에 뜬금없이 개헌안을 내밀고 김문수 정몽준은 아예 대놓고 박세일 신당 창당을 칭송한다. 정두언 원희룡 등은 당이 해체 될 위기에 섰다고 연일 호들갑을 떤다. 누구 한 사람 사태를 궤뚫어 보고 분석하는 사람도 없고 심도 있게 대책을 숙의하자는 사람도 없다. 이래도 저래도 차기에 낙선할 것이 분명한 마당이라면 신당에 가서 입후보라도 해보고 그것도 아니면 한나라당 간판 때문에 졌다는 변명거리라도 생겨 좋다는 식의 비겁함이다.
지난 경선 때 양다리 걸치기를 하다가 기어코 친이 진영을 찾아가 공보지원단장 직을 받고 활약했지만 총선 때는 친이로부터 버림받았고 끝내 공천 탈락하자 친박을 자칭하고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허위사실 유포로 의원직 상실 위기를 이명박 정권이 구해 준 이후로 골수 친이 활동을 했던 최구식이었다. 국토해양위 소속이 되어 4대강 사업 당위성 홍보에 앞장섰다. 세종시 수정안에는 서슴없이 찬성표를 던졌고YTN 사건 때는 구본홍 사장 보호에 총대를 멨다. 그런 저런 이유로 차기 총선에 가망이 없다는 소문이 도는 금배지 중의 하나가 됐다. 그런 그가 전과 있는 보좌관을 채용하고 이어 당을 아주 망가뜨릴 정도의 실책을 저질렀다. 무언가 냄새가 난다.
디도스 공격과 한나라당의 추락, 이게 마지막이 아니다. 아니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박근혜 전 대표가 당의 실질적 리더로 부각되자마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 오세훈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은 서울시장 사퇴, 안철수의 대두와 박원순 시장 당선, 그리고 하루도 쉬지않고 발표되는 유령 지지율 발표, 신당 창당 선언에 이어 안철수 영입에 목을 매는 박세일 신당, 그리고 디도스 공격에 의한 한나라당 망가뜨리기 이 모두가 박근혜 집권을 극도로 싫어하여 둥지마저 부수고 떠나려는 친이의 악질적인 심보와 맞물려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국민은 속지 않는다. 언행만으로도 친이와 친박을 구별하는 안목은 물론, 웬만한 음모와 잔꾀는 어정쩡한 친박 의원보다 먼저 꿰뚫어 보는 식견도 갖추게 되었다. 노무현 이명박의 잔꾀 정치에 당하다 갖춰진 부산물, 학습효과다. 친이가 박세일 신당을 찾아갈 바엔 아예 한나라당이 없었으면 좋을 것이고 생각에 따라서는 아예 부숴버리고 싶기도 하겠지만 천만에 한나라당을 부순다 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흔들리지는 않는다. 한나라당 때문에 박 전대표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 박 전 대표 땜에 한나라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가 남아있는 한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결코 식지 않을 것이고 단 열명이 남는다 해도 그 지지는 변치 않을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잔꾀를 써도 박근혜가 있는 정당은 가장 강력한 수권 정당이 될 것이고 친이 모리배 수백 명이 분탕질을 치고 나간다 해도 박 전 대표가 머무는 한 한나라당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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