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문제, 보수가 관심 가져야. 2009-06-28 535 Pulsar 무심님과 인문학도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인문학도님의 <일제시대에 일본에 협력한 것은 친일행각이므로 모두 숙청되어야 한다, 라는 논리와 그 지향점만 다를 뿐 기본적인 작동 구조는 하나도 (‘친일파’를 과거일로 덮자는 문제) 다를 바가 없는 소리다>는 점은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따라서 인문학도님의 <그네들의 일제 협력에 대한 공과 논쟁은, 그네들이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생각으로 일제에 대한 협력 내지는 순응을 택한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협력/순응의 결과로 해방 이후 그들의 행보가 어떤 식으로 나타났는지, 이런 사항들을 '책임'의 무게와 치밀하게 비교해가면서 따져봐야만 할 문제라고 봅니다.>라는 말씀은 천번 만번 맞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역사학자들에 의해 따져져 왔고 분류가 되어 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인물을 떼놓더라도 일본의 내선일체 장단에 맞추어 민족에게 전향을 유도하고, 소위 당시 ‘오피니언 리더’중 개인의 이익을 위해 친일행적을 해온 사람들이 누구였는지는 여러 자료 증거를 통해 분명히 말해질 수 있습니다. 직업적 친일파들이 누구였는지도 분명히 나옵니다. 자기 변명, 합리화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민족을 기만해온 이들은 처벌은커녕 자기 반성도 없이 살아온 것 아닙니까. 이러다 보니 백선엽 장군 건도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6.25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우셨던 분이나 친일파 청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분이 친일파라면 어떠한 이유에서 그렇다고 하는지, 친일파가 아니라면 왜 그러한지 일단, 따져보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표명렬 씨는 학자나 일반인도 아니고 평화재향군인회를 이끌고 있는 분 아닙니까. 군 사기 함량과 무관한 위치가 아닌 상황에서 백선엽 장군을 폄하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경향 기고문을 보니 본인도 전시에 열심히 싸웠다고 하였고 이를 통해 더 백장군 비판에 무게를 갖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설득력이 없어 보였습니다. 친일파 청산 문제도 정의로움의 문제인 것이고 참전용사들이 대우를 받아야 한다던가 특히 백선엽 장군의 혁혁한 공을 높이 사는 것도 정의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군인들은 안보를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전시에서 오직 구국이라는 정의 외에는 다른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정의를 지킨 점에 대해서 충분히 칭송해주어야 합니다. (이점은 박정희와도 또 다른 얘기입니다.) 친일파 청산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풀어야 합니다. 표명렬 씨의 주장이 오히려 반감을 일으키는 것처럼 되려 우익을 자처하는 사람들로 인해 반감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주동포들 얘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미국 얘기하면 싫어하시는 어떤 분, 양해를 바랍니다.) 2년 전 미주 동포들도 위안부 결의안 미 하원 통과를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였습니다. 하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 찾아내고,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고 전화 돌리고, 거리로 나가 서명 받고, 피켓 들고, 동아시아 역사에 전혀 관심도 없는 이웃들이나 만나는 사람들마다 Comfort Women을 소리 높였습니다. 그런데 후소사 교과서 보다도 악날한 뉴라이트 교과서가 나온 것을 보고 미주 동포들은 망언자실하였습니다. 그 배신감은 이루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친일파 문제는 설령 청산이 되지는 않았다 하여도 그래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하며 당연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교과서에서는 위안부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듯하였고, 일제시대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일부 우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러한 행태를 계속하고, 또한 묵인한다면 보수는 오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보수 스스로가 그런 세력들을 감시하여야 하고, 친일파 문제에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가시적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면 5성 장군이던 뭐던 친일파 논쟁으로 인한 소모전은 계속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