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렇게 간단히 논할 문제는 아닙니다. |
|
|
|
|
'일본 군관학교 출신이다 = 친일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 그러므로 추앙할 수 없다'
이런 식의 등식은 위험합니다. 일본 군관학교 출신으로서 일본군 복무 경력을 가지고 있다는 게
정치적/사상적인 의미에서의 친일과 동일시된다고 말하는 것도 비약이지만,
해당 인물의 행적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 없이 '일본 군관학교 출신'이라는 한두개의 factor로
전체적인 평가를 내리는 건 비약의 수준을 넘어서 일종의 '폭력'에 해당하는 것이죠.
대한민국 공군 창설 멤버 중에 이근석 대령이라는 분이 있습니다.
51년 8월에 안양 인근에서 적 기갑부대를 공습하다가 전사하셨는데,
이 분도 태평양전쟁 당시에는 비연(飛燕) 전대장으로 미군과 싸운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즉, 일본 제국육군 소속 장교로서 전쟁을 치뤘단 거지요. 그러나 이 요소만을 두고서
이근석 대령을 친일파 출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군 장교 출신이므로 친일파이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애초에 자살행위임을 뻔히 알면서도 조국 영공수호라는 대의명분에 몸을 맡겼다는 행위 자체가
상호 모순을 일으키는 것일 테니까요. 위와 같은 식의 등식으로는 이것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찬성하는 사람이든, 반대하는 사람이든, 대체로 자기가 보고 싶은 면만을 보고
그러한 일면만을 두고서 어떤 사람이나 사건을 평가하려는 게 우리네의 경향입니다.
일제청산이라든지 친일파 숙청이라든지 하는 역사 청산의 문제는
감정으로 대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냉정하게 따져서
버릴 것은 제대로 버리고 취할 것을 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지요.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