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나간 조갑제씨, 제발 좀 이성을 찾으시오 ! 2009-06-24 756 유은선 문득 아주 오래전에 보았던 드라마속 한 등장인물 캐럭터가 떠올랐습니다. 주말극이었던 그 연속극에는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한 20대 초반의 청년 한 사람이 나오는데, 그가 여관에서 그보다 열댓살정도 많아 보이는 한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묵게 됩니다. 그리고 그 하룻밤을 묵었던 여관에서 그 청년보다 인생선배인것만은 확실한 그 남자는 제법 청년에게 자신의 이런저런 인생경험담을 섞어 좋은 충고를 많이 해주게 됩니다. 꽤 좋은말이 많아서였는지 청년은 그 남자에게 순간 존경심을 품게 되었고 심지어 ‘ 선생님 ’이라 부르며 남자를 따르게 됩니다. 하지만 실상 그 남자는 아무것도 하나 가진것 없고 심지어 집안에선 내놓은 자식 취급받는 사람이었으며 - 그 드라마의 주요 줄거리는 사실 상경청년에 관한 이야긴 아니고 그 남자 집안 형제들의 아웅다웅,옥신각신하는 이야기를 다룬 홈 드라마였습니다. 실상 상경청년은 조연급 정도의 비중인거죠 - 처음 그런 사실을 몰랐을때, 청년은 그를 계속 선생님이라 부르며 따르지만 시간이 갈수록 ‘ 이게 아닌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나 ’ 하고 점차 실망하게 되고, 드라마 종반 무렵에 가선 어느 결정적인 계기로 완전히 실망해서 ‘ 순 사기꾼 날건달 ! ’이라 외치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게 됩니다. 실은 요즘 제가 조갑제씨한테 갖는 느낌이 대략 그와 같습니다. 제가 조갑제씨한테 관심을 갖게 된것은 90년대 후반경 당시 큰 사회이슈였던 탈북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탈북자와 북한문제에 관한 조씨의 글을 접하고 읽게 되면서부터였습니다. 사실 그땐 북한과 특히 탈북자 문제에 지극한 애정을 갖고 접근하며 기사와 글을 쓰는 조씨를 정말 존경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내의 다른 정치이슈나 사회현안에 대한 다른 글들을 접하면서 종종 ‘ 이게 아닌데 ’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조갑제씨라고 해서 완벽한 존재는 아닐테니까, 생각이 좀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정말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 한마디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바로 어제던가요 지난 현충일에 집안 국기계양대에 조기를 계양하려다가 베란다에 추락사한 한 초등학생 소녀에 관한 조갑제씨의 글을 접하고나서 였습니다. 좀 놀랍게도, 그리고 실로 어이없고 황당하게도 조씨는 그 소녀를 고 이승복군에까지 비유하셨더군요. 이승복. 1968년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때 집안에 쳐들어온 공비들에게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 ’ 라고 외치다가 잔혹하게 살해당한 그후 반공소년의 한 상징이 되었던 인물이지요. 초등학교때 이승복 오라버니에 관한 이야기를 수업시간에 듣다가 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고 이승복군은 언제부터인가 - 한 80년대 후반 무렵부터라 기억됩니다만 - 특히 친북좌파 운동권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작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죠. 그러다 김대중 정권 들어선 아예 주요 방송이나 심지어 일부 좌파 시민단체에선 ‘ 이승복은 조작이다 ’라며 이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허나 조선일보측의 적극적인 반론과 법적대응등으로 이승복 사건은 조작이 아닌 사실임이 판명되었습니다. 이승복. 그야말로 생전엔 북한이 침투시킨 무장공비들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당했고, 사후엔 친북좌파 운동권 학생들로부터 조작의혹에 시달린 그야말로 북괴 무장공비와 친북좌파에 의해 두 번 잔혹한 죽음을 당한 한국 현대사 이데올로기에 의한 비극의 상징이라 아니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충일에 조기를 달다가 추락사한 초등학생을 무장공비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당한 이승복군과 동일시 하는건 너무 어이없고 황당한 코미디 같군요. 조금의 상식과 양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40년전 무장공비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한 초등학생의 경우와 태극기를 달다가 추락사한 초등학생의 이야긴 상황이나 경우가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란걸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에 사는 아홉 살 초등학생이 태극기를 계양하다 추락사 한 날은 북괴 무장공비가 침투한 상황도 아닌 다만 평온한 현충일 아침이었을 뿐이고, 또한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조갑제씨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여러차례 주장한 바 대로라면 친북좌파 또한 이제 몰락일로에 이르고 있습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난데없이 태극기 소녀를 이승복과 동일시에 추앙하자니 대체 이런 황당한 소리가 세상천지에 어디있습니까. 물론, 날이 갈수록 일반국민들이 국경일이나 추모일에 태극기나 조기를 계양하는 일을 잊어버리는 현상은 분명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허나 이런 문제에 대한 시정은 국민계몽이나 대중매체를 통한 홍보를 통해 시정을 해야할 일이지 무슨 태극기 소녀를 이승복과 동격으로 추앙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대명천지 21세기에 태극기 소녀와 이승복군의 동격의 추앙은 역효과 내지는 사람들의 비웃음만 사는 코미디를 만들고 말 것 입니다. 기왕 말 나온김에 덧붙여 좀 해야할 이야기가 있네요. 사실 어릴때 집에서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다보면 특히 아파트 국기 계양대는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어린이가 달기엔 꽤 위험한 높이와 위치에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중학교 올라갈때쯤 되니 제 키와 맞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것은 도대체 언제부터 집에서 초등학생 자녀가 국경일에 계양대에 태극기를 다는 풍습(?)이 자리잡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파트든 일반 주택이든 계양대의 높이를 감안한다면 성인 내지는 중,고생 정도가 달아야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계양대에 태극기를 단다면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었던 문제입니다. 굳이 분석을 해보자면, 초등학교 다닐때는 학교에서 배운 교통안전 수칙을 어린 마음에 착실하게 잘 지키지만, 중학교 올라갈 나이쯤 되면 조금만 바빠도(?) 무단횡단이나 신호위반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처럼, 국기계양 문제의 경우도 어릴때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잘 지키다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되고, 그러다보니 아직 순진난만한 집안의 초등학생 자녀가 태극기를 달게 되는 그런 자연스러운(?)일이 생겨난것 아닌가 싶습니다. 여하튼 이번 제주 태극기 소녀의 추락사는 참 안타깝고 딱한 일입니다. 기사를 보니 앞선 국경일이었던 3.1절엔 태극기가 바람에 날아가 이번엔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테이프로 봉하려다 벌어진 일이었다고 하죠 ? 어린 자녀가 그 높은데 올라가려 하는동안 집안에 부모는 대체 뭘 했는지 사실 따져봐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집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현상은 분명 유감스러운 일이군요. 하지만 이번 태극기 소녀를 무장공비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이승복군에 동일시해 추모한다면, 그거야말로 그 무슨 불이 난 학교에서 김일성 사진을 꺼내려다 불에 타 숨진 인민학교 학생을 공화국 영웅 운운하며 칭송하는 북한과 다를게 뭐냐고 반문하고 싶습니다. 이건 무슨 반공도 애국주의도 아니고 차라리 국가주의나 파시즘이라고 봐야 하는것 아닌지요. 그러고보니 노골적으로 하나만 좀 물어봐야 겠습니다.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일에 조기를 계양하다 추락사한 초등학생이 있었다면, 그때도 조갑제씬 그 초등학생을 이승복군에 견주며 추앙할 것 인지요 ? 특히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 태극기를 계양하는 상황이라면 안전사고 위험은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도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문제가 이번에 불거져나온 것이라 봐야 할 겁니다. 백번 양보해서 이번일은 초등학생이 가정에서 국기를 계양할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문제와 얼마나 평소에 어른들이 국경일이나 추모일에 국기나 조기를 다는일에 무관심 했으면 집에서 아이들이 태극기를 다는게 보편화 되었나 이를 반성하고 돌이켜 봐야하는 문제지 그 무슨 이승복군에까지 비교하며 추앙하고 추모할 일은 분명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