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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검찰에 출석했던 P과장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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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주변 P과장 이야기 입니다
1.
P과장은 작년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에 올린 글로 경찰서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
P과장이 쓴 글은 달랑 5줄. 도대체 무엇이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요구서에는 정통망법 위반이라 했다
담당 형사에게 전화걸어 물어보니, '보안 사건'이라고 한다
P과장은 너무 놀랐다 뭐가 보안법 위반이냐고 따져물으니 담당형사는 3회 이상 출석하지 않으면 수배를 내린다고 한다
P과장은 주위 동료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주위 동료들 역시 P과장의 올린 글이 뭐가 문제가 되는지 이해를 못하는 반응이었다 직속상사 K부장은 시국이 불안해서 생긴 일이니 당당히 경찰서 갔다 오라고 조언했다
2.
P과장은 경찰서에 출석했다
담당형사는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 '예'. '아니오'로만 대답을 하라고 요구했다
조서는 형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조서는 형사가 무엇을 물어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어떤 질문에 '예'라고 하면, 형사는 슬쩍 비틀어서 약간 다른 질문을 계속 물었고,
그대로 따라가면 완전히 범법자가 될 판이었다
그래서, '아니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면, 똑 같은 질문을 계속 물었고,
모두 '아니오'로 부정만 하는 셈이되어 마치 무언가 숨기는 듯 하게 기록된다
P씨가 답답해서 해명을 하려고 하자,
담당형사는 각 혐의 사항에 대해 조사중이라는 원론적이라는 답변만 계속했다
조서를 다 쓰고 나온 P씨는 졸지에 고의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OO 음식점을 비방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경찰은 OO 음식점에 손해가 갈 수 있는 행위를 하였으므로 '업무방해' 라고 했다
그러나, 담당 형사는 인간적으로 좋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조서를 마친 P과장에게 커피를 권하며, 자신들이 지금 검찰 지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이나 형사는 자기들끼리 '소설가'라고 부른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떤 일도 모두 엮어서 넣는게 자신의 일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또, 이 세상에는 뭐든지 엮을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자신이 보기에도 이런 거 가지고 문제될 것은 아니며,
설사 최악의 경우 처벌 받는다고 한들 초범이기 때문에 기껏해야 몇 십만원 벌금내는 정도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서의 마지막, 자필로 쓰는 의견진술서에는 '잘못했다고' 적으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선처를 호소하면 조서를 읽고 사건을 처리하는 검사가 봐준다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감사한 마음에 '죄송합니다'라고 구구절절히 써냈다
3.
P과장은 또 놀랐다. 무려 8개월 뒤에 느닷없이 검찰청에서 출석요구서가 날라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검찰청에서 회사 인사팀에 전화를 걸어 검찰청이라고 밝히며 출석을 요구했다.
통상 3개월내 처리가 되어야 함이 정상인데 연락이 없어 다 마무리 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반년도 넘어 갑자기 검찰청으로 오라고 한다
담당 수사관에게 문의하니 촛불집회 사건이 너무 많아 도대체 몇 년이 걸릴지 아무도 몰라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시간이나 날짜 조정은 안 된다고 한다. 오지 않으면 알아서 감당 하라는 투다.
검찰에는 절대로 회사 인사팀에 전화 걸지 말라고하고, 휴가를 쓰고 출석했다
4.
검찰청에 출석한 P과장, 담당수사관의 서류철을 보니 자신과 같은 촛불집회 혐의로 경찰청에서 넘어온 사람들이 A4지 1장에 5-6명씩 적혀서 두뼘 높이로 쌓아놨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청에서 올라온 파일을 보니
P과장의 혐의가 기독교를 비방 즉 '명예훼손'이라고 써있었다
자신은 업무방해 혐의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업무방해 이야기는 없고, 자신이 기독교를 비방한 죄목으로 '명예훼손' 혐의라고 적어 놓았다
P과장은 경찰과 조서를 꾸밀 당시 기독교에 대한 부분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왜 이번에는 '업무방해'이 아니라 '명예훼손' 인지 담당수사관에게 물어보니,
P과장이 쓴 한구절에서 기독교를 언급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경찰서 담당형사 또는 조서를 처리하는 검사가 이게 '업무방해'라고 하기에는 뭐하니까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넘긴 모양이다
그리고, 경찰은 검찰의 지휘를 받으며, 조사한 파일을 모두 검찰로 보내버린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소환 대상자가 되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100매가 약 6-7cm 밖에 안되는데 1장에 4-5명씩 두뼘 높이면 도대체 몇명인가
P과장은 답답하고 억울하고 미칠 것 같았다.
이번에도 또 담당수사관이 YES, NO로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한다.
P과장은 담당수사관에게 하소연을 했다.
도대체 제가 어떤 잘못을 한 것입니까? 무슨 죄명입니까?
경찰이 조사할때 처음에 '업무방해'라고 하였고, 사실은 죄가 될만한 사항도 아니라고 말한 사실을 들려주니 담당수사관은 말을 못한다
그러다 검찰청 담당수사관은 '죄가 있고 없고는 우리가 판단합니다' 이렇게 말한다.
저희는 '법을 벗어난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잘못이 있는게 드러나면 벌을 받아야죠' 이런다.
조사를 마치고 자필 의견진술서를 쓸때 한 검찰직원이 조용히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A4용지 두뼘이나 되는 파일... 사실은 다 P씨 같은 분 입니다... 선처를 호소한다고 쓰세요.'
선처하는 방향으로 처리하겠다는 이야기다
그렇지만, 의견진술로 고민을 많이했다. 잘못했다고 쓰면 독박을 쓰는 셈이고 잘못하지 않고 부당하다고 쓰면, 담당수사관이나 검사가 기분이 상할 것 같았다
바로 재판으로 넘겨버릴 것 같았다.
맘만 같으면 정당하게 재판에 맡기고 싶다. 그렇지만 재판에 가면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너무 부담 된다. 만약 패배라도 하면 빨간줄이 긋는, 재판정 들락거리는 직원을 회사서 곱게 볼리가 없다. 인사평가때는 뭐든 반영하려 애쓴다.
담당수사관을 믿고 이번에도 역시 선처를 호소한다고 써냈다.
5.
1주일 후에 검찰청에서 무혐의 통지서가 날라왔다
이후 P과장은 인터넷에 절대로 글 올리지 않는다.
세상이 어수선하여 말 한번 잘못하다가 이상한 죄 덮어쓰고 큰일 날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없는 죄도 만들어 내는 경찰이나 검찰을 보면 두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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