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작품이죠. 2009-06-03 520 인문학도 엄밀히 말한다면, 지금의 'Myth of Roh'를 만들어 낸 것은 ('신화'라는 번역어로 쓰면 자꾸 곡해하는 분들이 있으니 애써 영어로 씁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노 전 대통령을 궁지까지 몰아붙인 현 보수 진영이라고 봐야 될 겁니다. 사실 노 전 대통령만큼 자기 진영 내에서 비판을 받았던 정치적 수장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늘날 진보 계열의 신문이라고 일컬어지는 경향이나 한겨레 등도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친정부적인 기사를 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속된 말로 진보는 분열 때문에 망한다고도 하지만, 유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기 편(?) 내부에서도 적이 많았고, 그 때문에 정치적 입지를 굳건히 다지지 못했지요. 그 결과의 극치가 야당(한나라당)에 의한 탄핵 발의였다고 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종의 '기표'로 만들어버린 건 아이러니하게도 보수 쪽의 책임이 큽니다. 어떤 일이 생길 때마다 '노무현 책임론'을 들고 나왔고,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마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 세력을 대표하는 대통령인 것처럼 포장을 해버린 거지요. 실제로 그의 성향은 좌파와는 거리가 멀 뿐더러, 어떤 의미에서는 전형적인 자본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보수 쪽에서는 자기 정체성 확보를 위해 노무현 대통령을 태풍의 핵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모든 것은 노무현 탓이다." <- 이 말처럼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표현도 없겠지요. 그런 이유 때문에, 케로로님의 바램(?)과는 달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Myth는 꽤 오랜 시간 지속될 겁니다. 현 보수 진영은 끊임없이 노무현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림으로써 역설적으로 노무현이라는 기표에 수많은 기의를 덧붙이는 작업을 반복할 테고, 그럴수록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노스텔지어로 치환될 테니까요. 지난 대선 당시 MB진영이 노무현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 책임론을 들고 나서면서 MB를 '신화화' 시키려고 애를 썼던 것과 같은 현상이 이번에는 반대로 나타나는 것뿐입니다. 다만 전자가 치열한 정치선전의 결과라고 한다면, 후자는 자가당착에 빠진 보수진영이 어쩔 수 없이 말려들어버리게 된 패착의 결과라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일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