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이후....... 2009-06-01 562 살라딘 이제 노무현 대통령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예수와 비슷한 경로로 순교자가 되었고, 국민들은 하루밤에 세번 배신한 베드로의 회개처럼 슬퍼했다. 국민장을 보면서 노무현의 국민, 이명박의 정부라는 말이 그 상황을 시의적절하게 설명한다. 수많은 노란 물결의 광장과 두꺼운 집압복과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의 대비, 이것 이상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다하라고 하면서 광장을 개방하지 않고 덕수궁 한구석으로 시민들을 처 박고 아늑하다는 소리도 있다는 농담같지않은 농담과 소요사태를 우려한다면서 사람들의 슬픔을 달래기보단 자신들이 10년만에 되찾은 정권이 흔들리까를 더 걱정하는 모양새이다. 대나무만장마저 시위를 우려해 만장마저 PVC로 하는 촌극은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없고 겁많은 정부를 더욱더 조롱하게 할 뿐이다. 더 이상의 민주주의 후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인식이 이제 국민들에게 일어나고 있다. 더 이상 시대역행적인 공안과 토목으로 국가의 미래를 농단하지 말라는 준엄한 경고일 수 있다. MB정부의 실패는 전 정부와의 비교에서 열등감을 가지는 것 같다. 자신들 말로는 5백만 표 이상의 압도적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이 있음에도 50만 표 차이로 당선되었던 전직 대통령에게 알 수 없는 열등감에 시달린 것 같다. 왜 그럴까? 분석해보면 테마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전 정부의 지역분권, 혁신, 통합을 이어받자고 하니 설거지요, 뒤치다꺼리라는 인식이 전 정부와 다른 테마를 찾고자 했지만 역시나 그들 수준에서 70~80년대 개발독재적 발상이 나올 수 밖에. 그 발상이란 것 자체가 대운하요, 녹색성장이란다. 이게 반발에 부딪히니 포장지만 바꾼 4대강 정비, 녹색이란 가면속에 원자력을, 도심통근 자전거도로가 필요함에도 자전거 이용단체마저 머리를 내젖게 하는 4대강 자전거도로, 친기업 정책이라고 하면서 그 알맹이를 들여다 보면 사심 가득한 친재벌정책만 있을 뿐이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욕망의 정치가 발동해서 압도적 몰표를 받았지만 어디 그게 쉬운가? 대통령이 하나 바뀌었다고 엄청나게 잘 살 수 있다는 것은 부질없는 착각이란 생각과 이제 냉정한 현실을 사람들이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한번의 사술로 사람들을 속일 순 있어도 영원히 속일 수 없는 법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전 정부보다 나을게 없다는 인식이 끊임없이 비교되는 동생같은 처지에 빠진 MB정부가 노무현을 죽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는 박연차리스트가 있다. 박연차리스트는 뭔가? 작년 초부터 시작된 태광실업의 세무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현정권의 실세들에게 로비를 하였으나 실패했다는 것이다. 왜 실패했을까? 그들이 청렴해서? 아니다. 기본적으로 노무현 제거를 위한 오더가 국세청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그러니 MB 정부의 막후 실세라고 불리는 천신일조차 어찌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럼 그런 권력은?? 청와대일 수 밖에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으로 떠난 이유가 뭘까에 의문이 든다. 명백한 인사청탁로비인 그림로비마저 청와대에서 묵살했고 그를 고발하지 않고 유야무야되었으며 박연차리스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검찰은 기본적인 참고인조사나 출국금지조차 안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 나는 조선시대의 당쟁의 역사를 보는 듯하다. 91년 공산권 붕괴 이후 끝났어야 할 이념논쟁의 유물이 작년 1년간 사회 전반에 " 좌파청산"이 무슨 시대적 사명인 것처럼 모든 잣대의 기준이 되었다. 마치 조선시대의 예송논쟁만큼이나 현실에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의 정치가 플러스에 플러스를 더하는 정치가 아니고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하는 정치를 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현정부가 지금의 분위기를 잘 모르고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한승수 총리의 "과격세력, 盧서거 이용하려 해...통탄할 일" "법과 질서 지켜야", 강경대응 방침 밝혀" 이런 발언들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를 패배로 여기고 실패로 여기는 청와대에서 이런 걸 기대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박영준으로 대표되는 MB직계가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강경책을 주문했다고 하지만 사실 MB 자신이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모르는 편협함과 자기성공신화에 대한 무오류를 깊게 확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국민과의 소통하겠다는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주변에서도 결국 좌파들의 선동에 놀아난 국민들이 벌어지는 촛불 이런 식으로 보고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언하건대, " 6월은 투쟁의 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 그리고 이 투쟁의 6월이 북핵과 맞물려 반대세력을 탄압하는 공안정국의 달이 될 지, 아니면 친박연대의 이규택 의원의 말처럼 제2의 6.29선언이 나올지 알 순 없다.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대안세력의 부재를 들 수 있다. 87년 6월의 경우, 양김이라는 민주주의의 상징이 있었지만 지금은 주인잃은 친노세력도 민주당도 그 대안이 될 여력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우리세대에 잃어버린 민주주의의 가치나 그것에 대한 자부심을 잃고 살다가 노무현대통령의 서거는 민주화세대에겐 마음속에 핵폭탄이 터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우리는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단지 그는 그것에 도전하고 깨지는 것조차 의미있는 일이라고 하고 그 실패가 축적되어 마침내 성공하는 역사를 이룬다는 걸 우리에게 보여줬고 이제 사람들이 그걸 깨달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대통령의 생전 인터뷰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점차 그 느낌이 달라져요. 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많은 실패의 경험을 겪으면서 한 정치인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 사회의 통념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 것이지 한 정치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이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결국은 '깨어있는'시민 혹은 '각성있는 시민'이 아닐까 싶다. 물론 나도 깨어있고자 한다. 며칠째 오마이뉴스에서 오연호리포트 인물연구: 노무현을 다시 읽고 있다. 예전과 사뭇 다르게 읽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