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이상돈 교수의 노무현 신화론 2009-06-01 624 일 시민 이상돈 교수가 노무현씨의 자살을 체 게바라 혹은 케네디의 죽음과 비교하고 "노 대통령이 한국의 신화와 상징이 되었다"며 “노무현이 선택했던 것들과 그의 가치관은 그의 사후에도 국민이 따르고 하나의 문화적 코드가 될 것”이라고 했다는 보도다. 아마 KBS에서 방영한 특집방송에서 한 말인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지나친 확대해석이자 별 것도 아닌 일에 너무 큰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한 오류라고 생각한다. 신화나 상징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씨의 죽음에는 그런 것이 없다. 집안 비리가 드러나자 자신을 지탱해온 자존심이 완전히 괴멸되었고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파국으로 치닫고 자멸한 것에 불과하다. 아마 이상돈 교수는 시청앞에 모인 거대한 인파 그리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봉하마을에의 추모 행렬에 깜짝 놀라 노무현씨의 자살을 신화의 경지로까지 격상시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민심이 집단적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한 결과라는 것이다. 가령 이상돈 교수가 예로 든 케네디나 체 게바라의 경우, 그렇게 무의미한 죽음이 아니었다. 케네디의 경우 암살을 당한 것이고 체 게바라는 게릴라군을 이끌던 중 치열한 밀림 전투에서 총에 맞아 장렬하게 전사한 것이다. 이들의 죽음에는 객관적 기준으로 봐도 흠을 잡힐 하등의 이유가 없는 떳떳한 요소가 있었다. 더욱이나 자살이라는 자기파멸의 선언과도 같은 최악의 선택도 없었다. 하지만 노무현씨의 경우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당초, 과거 정치와는 다른 깨끗한 정치를 약속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걸 실천하지 못했다. 게다가 말년에는 검찰조사과정에서 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당당함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가치라는 것은 설사 성취는 못했더라도 이상으로서는 온전히 존재해야 신화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노씨 일가의 비리는 노무현씨가 추구하던 가치란 것이 결국은 허황된 구호에 불과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즉 노씨의 자살과 더불어 노무현의 가치, 그의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할 여지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작금 일어나고 있는 추모열기는 신화 계승의 조짐이 아니다. 오히려 현정부의 무능과 편협함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한 것이다. 만일 MB가 민심을 좀 더 얻었거나 혹은 적어도 우파의 정신적 구심점 역할만 했어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MB가 국면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앞으로도 희박할 것이다. 이건 MB가 가지고 있는 역량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심지어 합리적 보수논객으로 평가되던 이상돈 교수에게서조차 신화,유산 운운의 평가가 나온다는 것은 이 나라 민심이 얼마나 혼돈 상태에 처해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다른 말 할 것 없다. 집안 비리로 망신을 당할 것 같자, 무책임하게 자신의 목숨을 끊은 것이 어찌 유산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일시적인 군중의 위력에 정확한 분석능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어찌보면 최근의 현상은 쇠고기 파동과 닮은 점이 많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진실이 실종되고 오히려 거짓과 왜곡이 춤을 추고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감정적 분위기는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국민들은 이내 노씨 집안의 비리가 파국의 근본적 원인임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