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문제죠. 2009-05-29 495 인문학도 솔직히 지금의 대립은 이념 문제와는 무관합니다. 겉모양새로는 '좌우 대립'이라는 프레임을 취하고 있지만, 실제 대립이 벌어지는 양상은 left냐 right냐의 여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요. 노무현 씨는 좌파의 스탠스를 취하는 야당 대표도 아니고, 혹은 북한의 국방위원장도 아닙니다. 엄연한 '대한민국 전임 대통령'이죠.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에게 공권력을 동원하는 건 이념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식의 문제죠. 추모에 참석한 시민들이 플랭카드를 들고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라든가 PSI참여 반대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면 모를까, 추모 자체를 공권력 동원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건 이미 상식적인 사람의 생각이 아닙니다. 문제는 이런 모든 사안들을 '좌우대립'의 프레임으로 치장하려고 하는 현 정권의 공작에 현 보수세력이 정확하게 장단을 맞춰주고 있다는 거지요. 알면서도 권력의 달콤함 때문에 모르는 척 따라가주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기 때문에 속고 있는 것인지는 저로서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식의 무분별한 좌우 가르기는 결국 보수 스스로의 정체성을 무너뜨리게 될 겁니다. 그 뒤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아마도 역사의 비웃음과 잃어버린 권력의 공허함뿐일 겁니다. 지금 정권이 보여주는 비정상적인 언행은 자기네들의 지지층이라고 생각되는 '20%'의 취향에 철저하게 따르는 결과일 겁니다. 나머지 80%는 무시하겠다는 거지요. MB를 지지하는 20%는 전 대통령을 '놈현'이라 부르고, 그의 죽음에 대해 박수를 치든지 혹은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사람들을 '잠재적 촛불난동꾼'으로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철학 없는 졸부와 사상 없는 이념꾼의 야합이 지금의 비정상적인 정국을 만들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