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논지가 2009-05-26 2198 pulsar 님의 말씀 요지는 "범사회적 세레모니"가 싫다는 것인데요 그렇게 노무현을 소모하는 요즘 분위기가 확실히 노무현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거 아세요. 노무현은 곧 박물관으로 갈겁니다. 그때되면 질근질근 요모조모 비평의 대상이 되겠죠. 부엉이 바위도 왜 부엉이가 몇 마리가 날아와살았기에 부엉이 바위라 이름붙여졌는지 논문이 쏟아질지도 모르겠네요. 보통 일단 추앙이 되면 비평의 욕구가 생긴달까. 노무현 살아있을 때는 비평이 비평이 아니었죠. 그저 비난일색이었죠. 자발적인 범사회적 세레모니가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고 손벽한번 짝짝짝하면 되는 겁니다. 얼마나 현 시대에 영웅이 없었으면. 케로로님의 글 ------------------------------------ ＇노무현 전대통령 서거＇ - 이 표현은 사회적 관습과 국격을 반영하여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의 사망을 애도하는것과는 별개로 이번 국민장이 보기드문 범사회적 현상이기에 몇가지 짚어보고 싶다.(고인폄하의 의도로 쓴 글은 아니다) 노무현은 생전에 국민들 사이에 호오(好惡)가 명백하게 엇갈리는 인물이었다. 누군가 죽었다고 해서 갑자기 애석한 감정 이상의 정동적 변화가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싫어하던 사람은 그가 죽어도 여전히 싫어할수 밖에 없다. 가엾어 하는것과 좋아하는 감정은 별개다. 신문/방송이 국민장 관련 뉴스로 7일 내내 뒤덮힌다는 사실은 노무현을 싫어했던 국민들에게는 좀 부담스런 경험이다. 전직 대통령 사망 정도의 격을 가진 사건이 선진국에서는 어떤 비중으로 취급되는지 이사회에서 목도하는 일방현상과 대조해봤으면 싶다. 노무현 국민장＇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유교적 근왕주의가 뿌리깊게 온존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한국인들에게 대통령은 어느정도 봉건시대의 왕과 유사한 지위적 효과로 인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대통령의 실정적 카리스마를 부인하지는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의 모든 사물들이 시스템적으로 구동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마치 중세 군주의 승하를 대하는 듯한 근왕적 감수성이 시민사회를 지배하는 작금의 현상은 너무 수구적이어서 소원한 감정이 들게한다. 한 개인의 죽음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가 무분별하게 투입되고 있다. 그런 과장법의 축을 이루는 것은 역시 미디어다. 신문과 방송이 연일 실시간 반복해서 도배질하는 장례이미지들은 시민의식에 심각하게 각인된다. 그 외설적 경험은 특정인의 장례라는 사건으로부터 개인이 심리적 방어를 요구할만큼 강제적이다. 채널을 켜면 망자(亡者)가 화면에 나타나 느닷없이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생전에 그를 애호하던 사람은 돌연한 감상에 젖고 싫어하던 사람들은 아, 재수없어＇ 하면서 황급히 채널을 돌린다. 이를테면,스포츠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올림픽 기간중에 늘 하는 생각/제안이 있다. 올림픽 중계를 특정채널에 한정하고 타채널은 철저히 배제하여 올림픽을 싫어하는 국민의 불시청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같은 논리가 이번 국민장에도 적용될수있다. 노무현을 싫어하는 국민에겐 국민장 내내 tv 채널을 돌리는 것이 부담스럽다. 도처에 망자가 출몰해 자신을 추모하는 감상주의적 태도를 끈질기게 요구한다. 요즘 이땅의 신문방송은 죽은자를 찬양하고 신화화하는 맹렬한 무반성적 과정에 몰입해있다. 올림픽,북핵,촛불시위,국민장..이런 소재들은 미디어의 공백을 채우는 탐욕스런 먹이일 뿐이다. 국민장이 끝나면 한국언론들은 뉴스감이 빈약한 현실에 복귀하여 권태를 느낄것이다.노무현 비판에 앞장섰던 보수언론조차 연일 헤드라인에 커다란 박스기사를 싣고 그는 피의자가 아니라 실은 성자였노라고 위선을 떤다. 최고지도자의 정치적 업적을 평가하는 일은 헤겔의 부엉이처럼 황혼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이념에 찌든 좌/우 언론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파에 유리한 국면을 기대하면서 벌써부터 죽은자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기사화하기에 바쁘다. [아! 그는 시대의 희생자였다].. [이사회의 주류가 그를 타살하다].. 이런 표제기사들은 아무런 객관적 가치평가를 거치지 않은채 불량언론에 의해 전국민에 폭력적으로 배달된다. 그가 시대의 희생자였는지 무책임한 죽음충동을 결행한 심약한 전대군주＇에 불과한지..판명하기엔 아직 이르다. 제발 성급한 가치규정을 하면서 오버하지 말자. 이땅의 황색언론들이여. 사회공동체에서 관습이나 윤리는 그에 동참하지 않는 개인을 손쉽게 잡놈＇으로 규정한다. 장례는 검은색 이미지 아래 사람들에게 침묵과 윤리적 자제를 강요한다. 하지만 관혼상제와 같은 규범들은 민주사회의 개인이 그가치에 동의하기 전에 역사적으로 선행하는 기득권에 불과하다. 서거＇라고 지칭하고 싶지않은 사람들의 심정도 다양하게 헤아리고 용납할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공식분향소를 마다하고 덕수궁 앞을 찾는 이들의 심정도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이기간에 내게 휴가가 주어진다면 나는 비행기를 타고 외국에 나가 골프나 치겠다. 그렇다고 내가 노무현을 엄청 미워하는 것도 아니고 일탈적 인간이라서 그런것도 아니다. 다만 탈근대사회에서,국민장이라는 ＇망자가 산자를 압도하는 범사회적 세리머니＇에 질식하여 그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따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