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날 2009-05-23 426 rainsong 오후 4시, 집 앞 공원에 해바라기를 하러 나가려고 라디오를 끄려는 순간, DJ의 오프닝멘트를 듣고 노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처음 접했다. 남편은 급히 인터넷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나는 맘속으로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기다렸는데... 잠시 후 모든 것이 사실이라는 남편의 침통한 목소리를 들었다. 20년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언니의 사고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슬픔이 가슴속에 밀려왔다. 내 자신이 진보니 보수니 하는 양대 이념의 테두리 안에 속해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특별히 없었지만, 노대통령 재임 시절 내가 속해 있던 직장 분위기에 휩쓸려 중심을 잃고 그의 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을 했던 나였다. 반대로 남편은 그를 지지하며 그런 사람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지도자라고 주장하여 우리 부부의 유일한 언쟁은 늘 그와 관련된 정치이슈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어떤 계기를 통해 난 그의 퇴임 이후에야 그와 봉하마을 기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뜻하고 인간적인 지도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 지도자를 잃은 것은 우리나라의 커다란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