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한 시대가 저물다 2009-05-23 620 살라딘 뉴스를 보고 순간 띵~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 죽었다는 사실과 파장이 만만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종석의 말처럼 노무현의 최대업적은 " 그의 당선"이라는 말이 머리 속에 떠오르면서도 어쩌다 이지경까지 갔을까? 지금의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등장해서 통속극으로 끝나버린 시대라서 슬프다. 그것도 해피엔딩이 아닌 비극적 결말이라는 마지막 반전........ 노무현은 무엇이었을까? 일반인들이 희망을 가졌던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할까? 그 기대가 무너지고 자포자기의 심정에서 택한 악수가 현정권이 아닌가?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는 말을 심심찮게 하지 않나? 그런데 부패는 무능보다 더 큰 독이란걸 지금에 와서 깨우친다고 해서 달라질까? 노무현의 업적이라면 무엇보다 "탈권위시대"를 열었다는 것이다. 노무현을 욕해도 잡혀가지 않고, 일방적인 지시보단 그래도 대화와 타협이라는, 토론이라는 모양새로 갖춰가고, 검찰과 경찰 등의 공권력이 시민들에게 좀 더 나긋나긋해지고, 뭐 이런 긍정적 변화들이 서민들의 배를 불려주지 않아 그는 실패했다. 부자들은 더 잘 살게 되었으면서 끝없이 노무현을 꼴사나워했었죠 그렇지만 그 시대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탐색이 그때보다 활발했던 적이 있었을까? 분권이든 혁신이든 그런 모색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을지라도 지금과 같은 퇴행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시대는 의의가 있다. 지금의 정부가 권위적인 모습을 보일때 반발하는 이유도 결국 탈권위에서 권위주의로 복귀 내지 회귀하기 때문이 아닐까? 경찰과 검찰이 기세등등하고 국정원이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전 정권의 치부를 현미경처럼 훑어 자신들의 위세와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고 현정권의 야만성이 아니었을까? 노명박 밀약설이 타당하다고 친다면 작년 6월 이전까지의 상황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묵계가 깨진 이후 박연차 수사, 강금원....등등의 일련의 수사는 그럴 가능성을 점증시킨다. 노무현으로 하여금 한없이 수치스럽게 만들어 자살로 몰아 넣었다? 이건 현정부로서도 찜찜한 구석이다. 그래서 다시 실족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실족사라는게 생각보다 안 쉽다. 상황이 실족사보단 자살로 단정지을 수 있는 주변상황이 휠씬 많기 때문이다. 유서에 이 정권에 대한 저주라도 실리는 날엔 불은 활활 타오를 가능성이 크다. 수백명을 학살하고도 천수를 누리고, 29만원 밖에 없다 해도 화수분처럼 어디서 돈이 흘러나와 아들은 건물을 사는 전두환, 전과 14범에 온갖 비리의 교과서에다 그러고도 천연덕스럽게 정직을 이야기하고 청렴을 이야기하는 비위의 화신인 현 대통령보다 노무현이 죄가 무거울까? 아마 있다면 전두환이나 MB에게는 기대할 것 없는 신뢰라는게 노무현 전대통령에게 있었는데 그게 무너진데 오는 배신감, 그 죄 이상 그렇게 잘못했을까 싶다. 지인들의 8만원, 10만원까지 훑어 그 치부를 드러내고 가족들마저 손가락질 당하는 삶, 욕먹고 손가락질 당하고, 모욕당하면서 평생을 살라는 이 정권의 지시에, 이제는 내놓을 카드조차 사라져 버린 타고난 승부사였던 노무현, 절망해서 죽었다는 노무현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수치심에 몸을 떨 수는 있어도, 굴복하고 좌절할 사람이 아니었다. 절망으로 다져졌고, 실패로서 단단해진 그였기에 이제 그 몸을 가지고 항변하고 싶었으리라. 자신의 오점으로 자신이 이룬 시대의 모든 것을 부정하지 말라고.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의 모든 진실성마저 훼손하지 말라는 마지막 항변이 아니었을까 싶다. 6월이 뜨거워질 가능성이 클 것 같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왜 가슴에 분노가 이렇게 차오르는지 모르겠다. 미워했지만 그 미움보다 안타까움이 컸던 우리의 대통령이었기에 더 슬프다. MB가 애통하고 애석하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자신의 발 밑에서 살려 달라고 하는 전 대통령의 수모를 주지 못해 안타까운 것 아닐까? 그러기엔 그는 너무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