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 대한 조선일보 2003 6 23 사설(펌) 2009-03-27 1823 관리자(펌) [사설] ‘대전 MBC 판결’ 法理 문제있다 (조선일보 2003. 6. 23. 사설) 법조비리를 보도한 MBC 기자들에 대한 대전지방법원의 유죄판결은 한국 언론 전체를 위협하는 사건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주역인 이모 변호사가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그것은 법원직원과 경찰관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이유 때문이지 판검사와 뒷거래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판검사에 대해 뇌물을 건넸다고 보도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언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으로, 취재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을 안고 있는 판결이라 아니할 수 없다. 재판부는 MBC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도해서 법조구성원들에게 큰 피해를 끼쳤고, 기자들이 허위임을 알면서도 보도했다고 하나 그런 판단은 상당히 자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재판부의 논지에 따른다면 언론은 사실로 확인된 것만 보도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국민의 알 권리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며 ‘고발자(Whistle Blower)’로서의 언론의 기능도 사라지고 말 것이다. 법조비리를 수사한 검찰이 판검사에 대한 금품전달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이를 전별금이나 떡값으로 보아 문제 삼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면 외부 관찰자인 언론이 오고 간 금품이 뇌물이거나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여기서 미국 법원이 채택하고 있는 ‘실질적 악의’의 법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공적 관심의 대상이 된 인물은 자신에 관한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 해도 그것이 고의적으로 또는 최소한의 주의도 하지 않고 작성됐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실질적 악의’의 원칙이다. 따라서 이번 대전지법의 판결은 미국에서라면 민사소송의 대상도 안 되는 행위를 이유로 현직 기자에게 형사적 족쇄를 채운 것이다. 또한 법조비리를 취재하거나 보도한 기자들에 대한 기소와 유죄판결이 되풀이되는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일부의 반응을 법원은 그냥 스쳐 지나가서는 안 된다. (c) 조선일보 Copyright (c) 2006 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chosun.com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