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폄하...지나치네요 2009-03-23 570 노마드 먼저 제 성향을 밝히고 글을 쓰는게 좋겠습니다. 이 세상을 노빠 vs 안노빠, 이런 식으로 분류한다면 노빠라고 할 수 있겠네요.....그러나 이상돈 교수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 세상에는 비노빠....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오보>라는 분이 노인분들에 대해 악담을 퍼부으셨네요....그러나...이상돈 교수님 말씀처럼...그 노인분들이 바로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산업화를 모두 거쳐 오신 분들입니다. 저는 386세대라서 그 혹독한 시기는 피했지만..만약 제가 그 시대를 살았다면.....참 힘들었을 겁니다... <오보>라는 분은 세상을 아군과 적군으로만 보시는 시각을 가지신 듯 한데요...세상이 그렇게 둘로 쪼갤 수 있는 단순한 게 아닙니다.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님을 지지햇지만, 그렇다고 하여 노대통령님을 반대했던 노인분들을 그렇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생각의 발걸음에 속도가 잇다면...각자가 헤쳐나온 역사와 경험이 인식을 지배하는건 어쩔수없다고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어찌됐든 그 분들이 오늘날 우리가 존재할 수 잇는 토대를 닦았다는 사실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진보와 보수>라는 대립지점이 존재하지만...이 양자를 메울 수 있는 공통분모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것은 근대시민국가를 세운 인류의 민주주의 선구자들이 닦아놓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자유주의>라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정책에 있어서 <감세냐? 복지증대냐?>, <규제강화냐? 규제완화냐?> 등등의 의견대립은 존재하지만, 그 의견의 다름이 <선과 악>의 문제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틀린 것으로, 악으로 몰아부치는 태도는 자유주의의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그런 고통을 겪고 있기에....구체적인 정책의 진보와 보수를 넘어서서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참여정부 역시 자유주의 성향의 정부였고....그런 성향의 정부가 과거에 비해 복지 등에 있어서 좀 더 국가의 역할을 확대한 것이 <좌파 빨갱이>라는 불온한 딱지까지 선물받기도 했지만.......참 괴로운 일입니다. 지난 5년간...자유주의자였던 저 역시 한나라당이나 조중동에 의하면 빨갱이로 지내온 세월이었고....민노당이나 진보신당, 한겨레, 오마이뉴스에 의하면 신자유주의자로 살아왔으니 말이죠...저도 저 자신을 안다고 말할 수 없는데...이 세상은 타인의 정체성을 아무렇게나 난도질하더군요....정말 숨쉬기조차 힘든 세월을 지나왔는데....지나고나니 차라리 그때가 지금보다는 숨쉬기가 좋았던 듯 싶습니다.. 얘기가 곁가지로 새는 듯 하여 <노인>과 관련하여 최근에 유시민 전 장관이 쓴 <후불제 민주주의>라는 책에 나온 <기초노령연금법>이 추진되던 과정에 대한 후일담을 소개해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276-278p 장관 임명장을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청와대 관저로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뵙고 이 방안을 보고했다. "어르신들 노무현이 잘 모시겠습니다." 대통령 선거 때 이렇게 약속했는데 해드린 것이 별로 없지 않느냐는 말씀에,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면서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야당과 합의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면 법안 이름도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초연금' 비슷하게 해주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합의해주기만 한다면 대통령이 권위주의 시대 유물이라며 굳세게 거부했던 '여야영수회담'에도 응하겠다고 했다..................2006년 5월부터 박근혜 대표와 간접 비밀 협상을 했다. 실무 협상 대표는 윤건영 의원과 지금 청와대 수석으로 있는 박재완 의원이었다.............그런데 한나라당 실무대표들이 박근혜 대표에게 한나라당 당론인 기초연금제 도입이 재정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박대표는 한나라당 안을 그대로 받아도 정부안과 예산 차이가 별로 없다는 엉터리 보고 믿고 정부의 협상안을 끝내 거부해버렸다. . . . 비공개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다음, 나는 여당 소속 강기정 의원에게 부탁해 새로운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발의하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여당 정책위에 내용을 보고함으로써 공개적인 입법 절차에 들어갔다. 공청회와 토론회를 열었다. 주요 언론사 사회 담당 논설위원들과 세미나를 하고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들과도 정책토론회를 했다. 못 먹는 술도 많이 마셨다. 보건복지부 사무관과 과장, 국장들이 고향으로 달려가, '장관의 명'을 받아 왔다고 하면서 시군구 노인회장님들에게 밥 대접을 했다. 국민연금공단 지사장들은 노인복지 정책 간담회를 열어 지역의 노인단체 대표와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한나라당 때문에 국민연금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기초노령연금법도 할 수 없다는 소문을 전국적으로 퍼뜨렸다...........결국 2006년 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몇 달 간의 심의 끝에 표결로 두 법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끝내 반대하거나 퇴장했지만 표결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 . . . 281-282p 애초 연간 2조 원 정도로 계획되었던 기초노령연금이 야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2조6,000억 원 규모로 커졌다.....그런데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급 대상이 300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지출 규모가 연간 3조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또 대통령을 조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국무회의가 끝나고 대통령을 찾아갔다. "대통령님, 돈을 조금 더 주셔야겠습니다." "얼마나?" "조금만 더 있으면 됩니다." "글쎄, 얼마나 더?" "8,000억 원 정도만 더 있으면 됩니다." 그러자 대통령이 버럭 큰소리를 내시는게 아닌가. "자네는 8,000억 원이 조금이야!" "국민연금법 개정하고 가난한 어르신들 잘 모시는데, 그 정도는 큰돈 아닙니다. 국가 장래를 생각하셔야지요." "알았어. 생각해보자고." 그날 밤 한명숙 국무총리의 긴급호출을 받고 총리공관으로 가니 기획예산처 장관과 경제부총리, 사회정책 수석 등 관련 공직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우리는 그날 3조 4,000억 원 규모의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수용한다는 합의를 도출하고 기획예산처에 자금 조달 책임을 부여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과 기초노령연금법 제정안은 함께 법사위를 통과해 2007년 4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올라갔다. 기초노령연금법은 한나라당 수정안이 부결되고 원안이 통과되었다. 그런데 국민연금법은 한나라당 수정안과 원안이 모두 부결되어버렸다. 한나라당 의원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의원들 대부분, 그리고 민주노동당 의원 전원이 원안에 대해서도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의원 중에는 2003년도 정부안 작성에 관여했던 이혜훈 의원 혼자 찬성표를 던졌다. 결과적으로 무동력선과 같은 국민연금법은 내버려둔 채 예인선으로 띄운 기초노령연금법만 연결선을 끊어 챙겨 간 것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나중 의정보고서를 만들 때 너나없이 자기가 기초노령연금법을 만든 주역인 양 지역구 노인들에게 생색을 냈다. 284p 내 사표는 한 달 반이 지난 (2007년) 5월 22일에 수리되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원안보다 급여를 더 많이 삭감하는 대신 보험료는 동결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7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국민연금법을 개정하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해 300만 명의 가난한 어르신들에게 작은 혜택이나마 드리게 된 것은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업적이다. 노 대통령은 그 두 법률안의 기획에서부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비공개 협상, 여당과의 협의, 재정 조달, 그리고 부결된 법률안을 다시 살려내 처리하는 시점까지 모든 과정을 보고받았고 중요한 쟁점에 대한 판단을 내렸다. 나는 대통령을 대신해 전략을 마련하고 현장을 뛰었을 따름이다. 대통령의 큰 신임이 없었다면 애초에 일에 착수할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며 입법을 완수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혼자 힘으로 성공하는 리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