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에도 스며든 좌파신자유주의 2009-03-24 520 노마드 평소 교수님께서 자신의 가치관과 세계관에 맞게 일관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갖춘 글을 올려주셔서 잘 읽고 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시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존경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수님에 비하면 진보주의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 스스로는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어떻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도 토론 혹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서두에서 언급하신 복지문제는 나중에 따로 기회가 되면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립학교법 문제로 곧장 들어가보겠습니다. 우선 사립학교법 때문에 참여정부가 패망의 길로 들어섰다는 진단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를 합니다. 실제로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 각종 정책추진의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파의 이해관계와는 무관하게 사립학교법 개정과 재개정 과정은 우리 사회의 의사결정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점을 우선 짚고 싶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사립학교법은 극단적으로 <보수와 진보, 한나라당과 비한나라당, 조중동과 한겨레등>의 싸움구도였습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디쯤 서있었을까요? 참으로 슬프게도 <좌파신자유주의>에 서있었다고 보는 게 저의 시각입니다. <국민 혹은 국가 전체>를 조망하는 위치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추구하는 사람과 세력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척박한 토대 위에 서있는지를 증명하는 역사적 사실로 기록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 근거들을 지금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참여정부 초기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하여는 찬성하는 여론이 70%를 상회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이를 토대로 열린우리당이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합니다. "사립학교법, 이 문제는 내가 왜 제기를 했냐면, 입법을 할 때 자칫 잘못 건드리면 아주 엉뚱한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사립학교의 대부분은 건전하게, 압도적 다수는 건전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 다 공익이사 지금 갑자기 넣겠다고 하면요, 그 전체 사립학교가 전부 반대 전선에 서버리고 실익도 없이 싸움이 걸리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개정 요구하는 사람들이 그걸 잘 이해를 해야 합니다." (2004년 5월24일 수석보좌관회의) 이 언급은 열린우리당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6개월 전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만큼 이 법 개정이 갖고 있는 폭발력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교수님도 아시다시피 2002년 대선 당시에는 <제왕적 총재>니 하면서 <당정분리>가 대세였고, 노 전대통령도 어차피 민주당 내부에서 소수파여서 당을 장악할 힘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던 터라 당정분리가 작동되던 시기입니다. 결국 사학법 개정은 열린우리당의 주도로 시작합니다. 그 결과는 교수님도 잘 아시고 계시듯이 사학법개정과 재개정이고, 참여정부는 몰락하게 됩니다. 어떻든 2006년12월 사립학교법 시행령이 공포되었습니다. 그리고 노 전대통령은 뒷수습을 위해 종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사학의 건학이념 및 자율적 운영과 사학운영의 투명성-개방성 실현이라는 두 목표가 충돌되지 않게 종교계에서 우려하는 사항을 시행령이나 법의 시행과정에서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 사학법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보면 사후약방문이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도 참여정부가 전교조 등에 휘둘려서 사학법 개정을 추진했다는 뉘앙스의 교수님 주장은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이미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당정분리라는 환경속에서 열린우리당 주도로 추진된 것이 사실이거니와 전교조와 관련하여서는 다음 발언을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학에 공익이사를 파견한다고 하는데, 교육부에 대해서 언제부터 그렇게 신뢰를 하게 됐는지 모르겠어요. 교육부가 전부 다 파견하면 '교육부가 교육 다 망친다'고 하는 사람들이 여기는 교육부대로 전부 다 파견해 달라고 해 놓고, 엉뚱한 얘기가 되어 버려요. 결과적으로 엉뚱한 얘기가 되어 버립니다." 이 발언은 전교조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면서 나온 발언입니다. 이미 사립학교법 개정 이전에 NEIS에 결사적으로 반대하면서 교육부를 불신했던 사람들이 공익이사와 관련하여서는 교육부를 신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말이죠. 잠깐 곁가지이지만, 제가 교수님 홈피에 글을 쓰는 이유는, 분명히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차이가 존재하지만 <일관성>과 <합리성>을 견지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 두가지는 대화의 전제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건 참여정부의 정책 추진 전과정의 기본바탕이기도 하였습니다. 어떻든,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싶어서 말씀을 드린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수님의 전교조 관련 언급은 정보습득의 창구가 한국 보수언론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과연 한국 언론에 얼마만큼의 신뢰를 줄 수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사학법 개정이 치열한 대립양상으로 치달은 핵심 쟁점은 교수님이 언급하신 <개방형 이사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교수님께서는 "개방형 이사제는 공산체제에서나 가능하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저는 원론적으로는 교수님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원론에만 동의하고, 사학법의 역사를 놓고 볼 때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교수님도 잘 아시다시피 사학법은 빈약한 나라 살림 속에서도 교육입국을 지향하면서 사립학교의 기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만든 법입니다. 그래서 각종 경제적 특혜를 주었지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 특혜만 노리는 사학도 등장했습니다. 비리사학 문제인거죠. 실제로 재단전입금 비중을 보면 중등은 평균 2%, 대학은 6% 수준에 불과합니다. 학교설립의 목적이 돈벌이로 이용하기 위한거 아니냐는 의심받게 되는게 사실 아닐까요? 물론 위에서 언급했듯이 모든 사학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어떻든, 이런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박정희 정권이 1963년에 제정한 것이 바로 사립학교법이지요. 국가에서 강력한 제재를 시작한 계기가 됩니다. 이때부터 <공공성>과 <자율성>의 견해차이와 갈등이 시작된 것이지요. 다만 이전의 정부에서는 권력의 서슬에 눌려 아무 소리를 못했을 뿐입니다. 특히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그 서슬퍼런 <국보위법>에서 학교법인의 권한으로 되어 있던 사립대학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학교장 권한으로 넘기기까지 합니다. 교직원 임면권도 학교법인에서 학교장으로 넘깁니다. 아마 전교조는 교육에 관한 한 전두환 정권을 가장 민주적인 정부라고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국보위법> 규정이 바로 사학법 개정 당시의 목표이기도 했으니까요. 사립학교법 역사를 보면 실제로 전두환 정권이 가장 <공공성>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계속 확대됩니다. 그 결과,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좌파정권>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김대중 정부 당시에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사립학교법 제정 이래 가장 극대화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참여정부 들어 다시 <공공성 강화>라는 방향이 나온 것이지요. 이런 역사적 맥락만을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저 역시 열린우리당의 법 개정 추진 과정이나 준비, 이 모두에 혀를 차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교수님께서 사학을 <개인 소유권>으로까지 주장하시는 것은 지나치신 게 아닌가 합니다. 17세기 미국으로 건너간 프로테스탄트들이 미국을 개척하면서 광범위한 자유를 적용하면서도, 교육에 관한 한 공공성을 강조했던 역사적 사실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더구나 한국의 사립학교는 막대한 국고보조를 받고 있습니다. 교육을 위한 국가의 의무 혹은 책무이기도 합니다만, 이 자체로 사학은 공공성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유재산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국고보조도 중단해야 이치상 옳을 것입니다.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서는 저 스스로가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도입하는 것이 옳은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사립학교의 <자율성> 못지 않게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점이 지나치게 <사유재산권> 혹은 재단 소유자들의 <기본권>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은 우려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은 이 정도에서 글을 줄이겠습니다.....그리고 이렇게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게 되어 기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이상돈님의 글 ------------------------------------ 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수주의는 일반적으로 과다한 복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빈곤을 고착화한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빈곤한 노인을 위해 연금을 도입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그 재원이 있느냐, 그것이 선거를 앞둔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 하는 정도의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 저는 신문지상에 노 정권 정책에 반대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그 중 많은 것이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였습니다. 언젠가는 ＇개정사립학교법은 공산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까지 극언을 했더니, 어느 보수 신문 중진기자가 ＇사립학교는 공공성이 있으니까 공익이사를 일정 수 두는 것이 그렇게 문제냐＇고 묻더군요. 그에 대해 ＇당신 신문사도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역할을 다한다고 하는데 신문사도 공공성이 있으니까 공익이사를 두는 신문법 개정을 하면 어떻겠나?＇고 했더니 놀라더군요. 사립학교는 규제를 많이 받고, 또 일단 재산을 출연하면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의 지배구조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보는 것이 제 소신이고, 저의 그런 소신을 사학법인 등에서 많이 인용을 했습니다. 사실 그런 점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별로 없었다고 하겠습니다. 현 정권에서 법제처장을 하는 이석연 변호사만 해도 경실련 사무총장을 할 때(즉, 우파로 전향하기 전에) 사립학교에 공익이사를 두도록 하는 입법 청원에 앞장선 적이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민데는 민노총과 전교조의 영향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겠지만, 제가 보기엔 그것이 노 정권이 패망으로 가는 계기를 조성했습니다. 사립학교를 갖고 있는 지방유력세력은 물론이고, 학교를 갖고 있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계, 그리고 연세대 고려대 등 유력 사립학교를 모두 적으로 만들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만큼 정치적 폭발력이 있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지요. 박근혜 대표가 돋보이게 된 것도 사학법 개정 파문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소신 덕분에 대법원에 다룬 상지대학교 이사선임 무효에 관한 소송에서 상고인측(상지대 창설자 )의 참고인으로 구두진술까지 하게 됐습니다. 나는 사립학교에서 봉급을 받고 살지만, 법인이니 학교 본부니 하는 데 하고는 별 관련이 없습니다. 상지대 사건에 제가 참고인으로 진술을 하게 된 것도 그 쪽을 맡은 변호사가 제가 아는 로펌 변호사인데, 상고인 측 참고인 진술을 할만한 마땅한 교수를 찾지 못하겠다고 꼭 도와 달라고 해서 ＇제 소신이니까 하겠다＇고 했던 것입니다. 사학법 파동에서도 보는 바와 같이, 여러 점에서 보수와 진보는 분명히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법치주의, 도덕성, 사회윤리 같은 것은 그 런 정책적 이념적 대립에 앞서서 당연히 있어야 할 전제인 것이지요. 또한 따지고 보면, 도덕 윤리 법치에는 보수가 더 엄격해야 합니다. 사형제도를 존치하자고 하는 사람들 같으면 자기 자신에게 더 엄격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두서 없는 말이 너무 길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