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수에게 필요한건 진중권이 아니라 변희재다 2009-03-09 897 유은선 조금 지난 일이지만 이상돈 교수님께서 우파에도 진중권 같은 인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계셨다. 당시 인터뷰의 요지는 문화전쟁에서 우파가 좌파에게 밀리는 상황에서 특히 진중권처럼 대중과 젊은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그런 논객이나 패널이 없는 점을 한탄하며 하신 말씀이다. 헌데 이 부분과 관련 조금 다른 시각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실제로 현재 우리사회 보수의 현실에서 진중권과 같은 스타 논객이 탄생하는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설사 그런 인물이 있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이 하는 주장이 대중적 지지를 받을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다. 가령 기존 보수진영의 핵심 쟁점이자 주장인 국가보안법이나 미군 철수 반대 같은 문제 또는 이라크전이나 FTA 같은 문제등과 관하여...사실 국보법은 젊은 세대들에게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주게된지 오래고, 미군철수 문제 역시 반미감정이 팽배한 현실에서 미군철수 반대 주장이 젊은 세대나 일반 대중에게 설득력을 얻기는 매우 힘들다. 이는 이라크전이나 FTA 같은 문제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현재 기존 보수진영의 주제나 담론 그 자체가 이미 젊은 세대나 일반 대중에게 매력적이지 못한것, 그리고 결국 기득권이나 특권층을 옹호하기 위한 주장정도로 비쳐진지가 이미 오래라는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 그렇게 될 가능성도 없지만 - 설사 신혜식이나 김성욱 혹은 최대집 같은 젊은 우파 운동가가 TV에 자주 출연해 진중권과 논쟁을 한다 치더라도. 글쎄, 가령 국보법이나 이라크전 같은 문제로 신혜식이나 김성욱이 진중권과 백분토론을 벌이는 상황. 거기서 젊은세대나 일반 대중이 누구의 주장에 더 호응하게 될까. 글쎄, 웬지 답은 뻔히 보이는 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실은 필자가 근래들어 주목하며 지켜보고 있는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변희재다. 언제부터인가 진보진영으로부턴 ‘ 변절자 ’로 낙인 찍힌지 오래인 변희재. 실제 근 1,2년 들어 변희재가 하는 주장을 쭉 살펴보면 필자도 도대체 이 사람이 보수인가 진보인가 헷갈릴 지경이다. 심지어 이미 진보성향의 웹진이나 네티즌은 그가 주도하는 웹진이나 시민단체를 ‘ 우파 ’ 혹은 수구꼴통으로 분류한지 오래다. 하지만 변희재의 언행을 지금까지 쭉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의 행보가 실은 굉장히 집요하고 노련한 그리고 끈질긴 일관성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실상 변희재의 주된 주장의 핵심은 안티조선 운동 시절부터 언론,방송권력 비판과 문화권력 비판이었다. 거기에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부터는 포털권력의 비판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방송권력,포털권력에 대한 비판을 진보진영이 받아주지 않자 보수 웹진인 ‘ 프리존 ’에 원고망명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변희재가 노무현을 비판하기 시작한것에서부터를 그의 변절 혹은 전향시기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실상 변희재의 노무현 비판은 열우당-민주당 분당사태때 부터 민주주의의 원칙이 아니라며 열우당 분당 주도세력을 비판할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2007년 대선 직후 변희재가 ‘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노무현 정권의 실패 인정하십니까 ? ’란 글을 쓴 적이 있다. 여기에 보면 변희재의 속내와 진심이 그대로 절절이 드러나있다. 이 글에서 변희재는 사실상 이후의 진보가 나아갈길과 재건책을 제시했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그네들 대로 혹은 DJ 지지자나 민주당 잔류파들은 그네들대로 또는 다른 제3의 방법으로 진보 재건의 방법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네들대로 각자 흩어지자는 것이었다. 그렇다. 실상 변희재의 진짜 속마음은 ‘ 진보의 재건 ’일 뿐이다. 애초에 안티조선 운동 목적의 핵심은 그것이었다. 언론시장이 보수 일색이니 보수언론을 비판해가면서 진보의 파이를 키워가자. 그래야 언론시장에 좌우 균형이 맞춰질것 아니냐는. 가령 모 작가의 동인문학상 수상 거부나 혹은 몇몇 좌파 지식인의 조선일보 기고 거부 같은 것들이 모두 그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행위들이다. 그러나 언론권력 비판에선 변희재의 주장이 먹혀들었으나 문화권력,방송권력 그리고 특히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생긴 새로운 권력 포털권력의 비판엔 386 세대가 외면했다. 왜 ? 이미 그땐 그들이 집권세력이었으니까. 문화계에선 그들이 이미 기득권층이었으니까. 변희재는 그래서 다시 일반 대중의 편으로, 시민의 편으로, 네티즌의 편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른바 실크세대론도 그 핵심은 그것이다. 386 지식인 그룹의 전횡 때문에 이후세대의 창업이나 취업등 진로와 미래의 길이 막혀 있으니 우선 그 우상을 부셔야한다. 결국 변희재는 진보 재건의 길을 386 이후 세대에서 찾기로 한 것이고, 그래서 아이러니컬하게도 한때 같은편이었던 좌파 386 기득권층과 대척점에 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선 아무튼 그러한 변희재의 전향(?)이 반가왔을 것이다. 할줄 아는것이라곤 친북좌익 빨갱이 소리밖에 없고, 방송과 인터넷 그리고 386 빨갱이들은 마냥 꼴보기 싫은판에. 변희재만한 탁월한 정책대안을 내세우는 이론가가 나와주었으니 얼마나 반가왔겠는가. 한마디로 북한정권 비판 외에는 새로운 정책비전이나 일반 대중에게 제시할 새롭고 신선한 패러다임이 없었던 보수진영에겐. 방송권력 비판, 문화권력 비판, 386 지식인 그룹 비판에 탁월한 논리와 거기에 나름대로의 정책대안까지 갖고 있는 변희재가 천군만마였을 것이다. 만약 변희재가 없었다면 보수진영은 그나마 방송권력이나 포털권력과의 싸움에서도 이만한 대안이나 정책비전을 제시하지도 못 했을것이다. 변희재는 바로 그 허점을 간파하고 스스로 보수의 핵심에 뛰어든 트로이목마다. 그것도 진보에서 그 누구도 그에게 그런 일을 시킨것도 아닌데, 진보에서 그 누구도 변희재가 그 역할을 해달라고 바란적도 없는데. 스스로 보수진영에 뛰어들 트로이목마를 자처한 것이다. 그것도 한때의 친구와 동지들에게 변절자라고 바가지로 먹을 각오까지 하면서 - 그러니 변희재의 진보에 대해 갖고있는 애정이 어느정도 일지 역으로 짐작가는 일 아닌가. 그래서 변희재는 무서운 인물이다. 그러나 실상 지금 진짜 변희재 같은 사람이 필요한건 진보가 아니라 보수진영이다. 진중권 같은 스타논객 ? TV 토론에 나가면 요즘 세상에 국가보안법 필요하다 주장하고 미군철수 반대하는 주장을, 그것도 젊은 사람이 하면 딱 일반대중에게 비웃음 사기 안성마춤일 것이다. 인터넷엔 젊고 참 괜찮게 생긴 놈인데 정신은 좀 이상한 것 같다며 비웃는 패러디,풍자 동영상이 삽시간에 퍼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변희재 같은 사람이란 ? 그냥 마치 가미카제 돌진하듯 진보진영 깊숙이 들어간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변희재의 담론이 보수진영에서 통할수 있었던 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변희재는 지금껏 방송권력,문화권력,포털권력의 문제점을 일관되게 비판해 온 사람으로 그의 주장이 신뢰를 얻을수 있었고 둘째로 변희재는 단순한 비판의 차원을 넘어 이른바 실크세대론이나 그 세대론을 중심으로 한 청년실업이나 창업문제에 대한과 정책을 제시해왔고 셋째로 무엇보다 그 정책대안들이 그런대로 새로운 시대에 현실적으로 적용할수 있는 것들이었으며 넷째로 변희재는 그런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공부와 준비 그리고 이론이 철저히 무장되어 있었다. 헌데 보수중에 과연 그 네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킬만한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가지만 더 덧붙이자면 거기에다 보수의 변희재가 되려면 한때 자신이 경멸하고 적대했던 존재에까지 비굴할정도로 고개숙일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헌데 그럴만한 마음자세가 되어있는 사람이 있을까. 변희재가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담론과 정책대안을 보수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며 보수진영을 압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헌데 과연 진보진영에 가서 내세울만한 새로운 비전이 있기나 한 것이냐는 말이다. 변희재는 현재의 진보진영의 한계를 거론하는 글에서 유럽식 사민주의와 그 기본바탕이 되는 이론까지 철저히 부정하며 그 이론과 시대까지 뛰어넘는 새로운 진보시대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것이다. 그에 비해 설사 보수판 변희재가 나온다 하더라도 그가 진보진영에 뛰어들어 내세울 수 있는게 무엇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설마 거기가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미군철수 반대, 이라크전 찬성을 외쳐서 성공할수 있을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테고. 이상돈 교수의 표현처럼 보수는 패퇴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표면적으로 정권을 잡는데는 성공했지만 지난해 광우병 정국을 전후한 상황을 보듯이 오히려 보수는 패퇴하고 있었다. 이교수는 광우병 맛불시위에서 소시지 먹기 행사를 한것을 대표적인 보수의 아둔함으로 지적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보기 딱한것은 노골적으로 친 기독교화 된 보수진영 집회다. 사실 노무현 정권때 반핵반김 집회때만해도 그런 소리는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그런류의 보수 집회 가보면 나이든 할아버지들 그런 푸념 종종 듣는다. “ 아니, 도대체 여기서 주여,할렐루야는 왜 외치는건데 ? 예수 믿지 않는 사람은 여기 오지 말란 소리야 뭐야 ? ”하고. - 정말 이러다 우리사회 좌우 분쟁이 종교분쟁 같은 모습으로까지 번지지나 않을까 우려가 될 지경이다. - 이 글의 2탄격으로 이상돈 교수님의 글 ‘ 포스트 모던과 보수주의 ’에 대한 제 소감과 견해를 밝히는 글을 올릴 예정으로 있습니다. 원래 두 개를 한 꺼번에 올리거나 두 주제를 하나로 묶을 생각이었는데 그게 쉽지 않고, 생각 보다 시간이 좀 걸리네요. 그래서 예고(^^;;) 삼아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