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의 '광풍'을 생각하면서...^^ 2008-12-24 576 아톰 2008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일 가운데 최대의 이슈는 아마도 광우병 파동일 것이다.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거짓말처럼 사그라 들었지만 지난 5월과 6월에는 정말 나라가 뒤집어 질 정도의 광풍이 불었다. 그건 그야말로 “미친 바람”이었다. 전개된 사태의 양상이나 결과에 비해 그 원인은 너무도 과장되고 비이성적이었기 때문이다. 때 마침 계간 <철학과 현실>은 최근 발간된 겨울호에서 “촛불시위에 대한 사회철학적 성찰”을 특집으로 다뤘다고 한다. 아직 그 책을 통독한 것은 아니지만 동아일보에 보도된 일부 내용을 보면서 공감하는 바가 컸다. 여전히 일부 지식인이란 자들과 자칭 진보세력들이 광우병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미친 바람”은 저 멀리 북극으로 사라져갔다. 신문기사에 인용된 토론자들의 일부 발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에 대한 공포와 분노는 왜곡과 과장의 혐의를 받기에 충분할 정도로 부풀려졌고 오도됐기 때문에 사실과 합리성의 규준에서 크게 벗어났다. 사실과 합리성에 근거하지 않은 대중의 공포와 분노에 편승한 사회운동이 과연 도덕적으로 정당하고 실천적으로 현명한지 의문이다. 한 사회가 성숙한 사회, 열린 지평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사실과 합리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윤평중 한신대 교수) “촛불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주체성이 반드시 자주적, 능동적인 것만은 아니다. 촛불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데는 시청각 이미지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촛불시위를 또 다른 성지(聖地)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시위를 촉발시킨 MBC가 보여준 광우병 이미지의 정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허우성 경희대 교수) “정치적 구호가 난무하는 전형적인 ‘깃발 시위’로 변질됐다”(김일영 성균관대 교수) 나는 개인적으로 위에서 인용한 교수들의 의견에 찬성한다. 이런 견해를 당당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이른바 “합리적 보수”라고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면서 일부 몰상식한 진보세력(내용상 진보라고 할 것도 못되지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오히려 보수진영에게 맹공을 퍼붓는 일은 정직하지 못하다. 최근에도 일제고사라는 것을 둘러싸고 광우병 파동과 같은 “미친 바람”이 일어날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줄 세우기’ 운운하는데, 전국적으로 시험을 치면 줄 세우기이고 학교 단위로 시험을 치면 줄 세우기가 아니라는 듯한 주장을 내세우는 것도 꼴이 우습다. 이들이야말로 공부가 인생의 전부인양, 그래서 공부를 못하면 인생의 낙오자라도 되는 양, 여기는 자기모순이 빠진 부류들이다. 학습과정을 거친 학생이 일정한 평가를 통해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를 알아보고 그에 적합한 교육이나 인생의 진로를 선택을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공부를 못하면 다른 일을 하면 된다. 이 사회에는 서울 법대나 상대를 나와서 평범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무수히 많다. 제법 가방 끈이 길어 대학교수라는 직업을 얻어도, 이렇다할 학문적 업적 없이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 역시 부지기수 아닌가?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어떤 학생은 “중간에 해당하는 성적이 나오는 걸 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안 좋다”고 했단다. 나는 여기에 일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이른바 일제고사라는 걸 반대하는 본질적 이유가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그들이 시험에 반대하는 이유는 뭐 거창한 가치관이나 교육철학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상식에서 벗어난 광풍을 자제시키는 것이 바로 소위 지식인의 역할이다. 합리적 보수란 바로 이런 일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많아야 우리 사회는 선진화될 수 있는 것이다. ※ 혹시 이상돈 교수님께서 이글을 보신다면, 성탄 인사를 드리고 싶군요. 비록 제가 교회를 다니는 건 아니지만, 성탄절을 맞이하여 이 선생님 가정과 재직하고 계시는 중앙대학교에 하나님의 축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