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용의 복권(復權)을 위하여 2008-12-14 708 송곳 이완용의 복권(復權)을 위하여 - 송기인 신부가 과거사청산위원장으로 취임했다는 기사를 보며 *** 옛날에 썼던 글... 심심하면 읽어 보셔요^^* 081214 *** 1 최초의 의문은?... 서희, 이장용, 최명길은 충신인데 이완용은 왜 매국노인가? 강대국의 경우, 외적의 위협을 받으면 싸우려는 자들만이 충신이다 그러나 약소국의 경우에는 외적과 싸우려는 자는 당연히 충신이겠지만, 굴복, 화친하려는 자도 충신일 수 있다. 싸워서 반드시 이길 자신도, 보장도 없기 때문이며, 싸우다 패했을 경우 그 댓가는 너무도 뼈져리기 때문이다. 한국사에서도 이같은 예는 쉽게 발견된다. 젊은 정복군주 광개토대왕시절에 외적의 위협앞에 굴복, 화친하려는 자는 없었을 것 같다. 광개토대왕보다 100년후의 연개소문도 당나라에 굴복, 화친하려는 자들을 모조리 도륙해 버리고 강경 대결노선을 견지한다. 그리고 당나라와의 전쟁에서도 매번 이겼다. 이때까지도 고구려는 강대국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고구려 멸망이후 약소국이 된,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외적의 위협앞에서 화친, 굴복을 주장했다고해서 연개소문때처럼 도륙당하는 일은 없어졌다. 그래서 귀주대첩에서 거란병 10만을 격파한 강감찬장군은 당연히 충신이지만, 거란의 속국이 되는 댓가로 강동6주를 얻었던 서희장군도 당연히 충신이었다. 몽골제국에 결사항전을 주장했던 삼별초의 배중손은 그 항몽정신을 높이 평가받았지만, 굴복을 주장했던 이장용같은 문신들도 충신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여진족이 침략한 병자호란때 주전파(主戰派) 김상헌도 충신이었고 주화파(主和派) 최명길도 역시 충신이었다. 2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은 일본에게 굴복을 주도했던 이완용의 경우다. 이완용은 이미 알려졌듯이 구한말 최고의 명필이었고, 최고의 명사였으며, 최고의 충신이었다. 그는 누구보다도 조선의 독립과 근대화(개화)와 부국강병을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었다. 일본에 태어났더라면 이토오 히로부미보다도 더 뛰어난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이완용과 필담(筆談)을 나누던 이토오 히로부미는 이완용의 뛰어난 문재(文才)와 명필(名筆)앞에 압도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조선왕조는 이완용의 노력과 기대와는 달리, 대원군과 민비가 으르렁거리고, 위청척사파와 개화파가 죽고 죽이며, 친청파, 친일파, 천러파가 복잡하게 대립했고 동학혁명이라는 밑으로부터의 개혁움직임도 치고 올라 왔다. 도대체가 일본의 명치유신처럼 안정되고 강력한 근대화가 추진되지 못한 채 오래도록 분란만 계속됐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조선반도를 둘러싼 청나라, 러시아와의 3국쟁패에서 아시아의 절대강자 청나라를 격파했고(1894, 청일전쟁), 나폴레옹, 히틀러도 이겨 보지 못한 유럽의 전통강호 러시아를 격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1904, 러일전쟁) 이제 강대국 일본이 조선에게 자주독립국을 하라면 해야 하고, 속국이 되어 형제(兄弟)의 예(禮)든, 군신(君臣)의 예(禮)든 바치라면 바쳐야 하고, 이것저것 귀찮으니까 아예 식민지를 하라면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나? 달리 무슨 선택이 있었다는 말인가? 이완용은 서희, 이장용, 최명길처럼 “일본한테 굴복”을 실천했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자력으로 실패한 근대화를 일본의 힘에 의지해서라도, 일본에게 배워서라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완용의 불가피성, 불가항력성을 이해해주려는 노력도 거의 없이, 이상하게도 이완용은 처음부터 매국노로 매도되었다. 그 당시 이완용을 매국노로 매도했던 사람들이, 일본을 쫓아 낼 무슨 묘책이 없었던 것은 우리도 다 안다. 지금 이완용을 매국노로 매도하는 우리들 누구도, 그 당시 독립과 부국강병을 이룩할 비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오늘날 우리들이 겨우 하는 일이란 일본 침략의 부당성, 잔혹성만을 거품물고 떠들거나, 매국노 이완용이는 천하의 죽일 놈이라고 분개하면서 애국자인 양 착각하거나 애국자 행세를 하는 것뿐이다. 푸하하하... 실제로 독립과 부국강병을 이뤄내야 진짜 애국자이지... 일본 침략의 부당성, 잔혹성만을 거품물고 떠들어 대면 애국자 되는 거냐? 참으로 불쌍하고 한심한 애국자들이다. 그 따위 조둥아리로만 떠드는 애국 못할 놈이 이 세상에 어딨겠냐? 3 왜 우리는 유독 이완용에게만 이리도 매정하고 가혹한 것일까? 우리 모두, 약소국민의 무능과 비겁과 치욕을 견디지 못하고, 이를 해소할 더러운 희생양 하나를 필요로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국치(國恥)의 치욕을 모두 “이완용 저 놈때문”이라고 뒤집어 씌우고 나면, 나의 무능과 비겁은 덮어지고 나의 치욕은 완화되었으며 나의 책임은 면제되는 홀가분함을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서희와 이장용과 최명길을 충신으로 예우했던 우리 조상 할아버지들은 약소국의 치욕앞에서 그래도 공동책임감을 느꼈던 것인데, 이완용을 매국노로 몰아버린 후손들은 공동책임감마저 내팽개쳐 버릴 만큼 타락한 위선자들은 아니었을까? 약소국에 태어난 죄밖에 없는 이완용을 매국노로 끝까지 몰겠다면 서희, 이장용, 최명길도 모두 망국노, 매국노로 몰아야 한다. 반대로 서희, 이장용, 최명길을 충신으로 남겨 두고 싶다면, 이완용도 재평가해야 하고 한국현대사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현대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친일파논쟁은 이완용의 평가라는 첫 단추부터 단단히 잘못 끼워져 있다고 생각된다. 이완용이 외형상 합병에 앞장섰던 만큼 그를 충신, 애국자, 은인으로 부르기야 무리겠지만, 최소한 그를 최명길, 이장용, 서희같은 주화파(主和派)정도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지 않는가? 또한 그를 준비론자(準備論者), 실력양성론자(實力養成論者)정도로 이해해야 하지 않는가? 도대체 이완용을 죽일 놈으로 몰아 세울만큼 떳떳한 한국인들은 몇 명일까? 4 사실 한국현대사 100년은 이완용의 비굴하게 보이는 실력양성론(實力養成論)과 당당하고 호기로운 독립투쟁론(獨立鬪爭論)간의 대결로 파악할 수 있다고 보여진다. 이완용의 실력양성론을 통해 한국인들은 굴욕적이었지만 일본으로부터 근대적인 국가경영, 기업운영에 관한 기술들을 착실히 배웠다. (정치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어문학, 공학, 의학, 군사학....) 천행으로 나라가 광복되자 역시 준비론, 실력양성론, 외교론의 독립운동가였던 이승만의 지도아래 당대 최강국 미국을 스승으로 모시고 인류가 발명한 가장 훌륭한 부국강병론 -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또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박정희시대(박정희 18년+전두환 7년+노태우 5년)의 비상한 노력을 통해 마침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군사대국으로 비약한다 그리고 후진국들의 도저히 이루지 못할 꿈같았던 민주화마저도 대성공한 중화학공업이 쏟아내는 두터운 중산층의 탄력을 받아 완벽히 성공시키게 된다. (거리로 쏟아져 나온 넥타이 부대(=중산층)가 성공시킨 1987년 6월항쟁) 불꽃처럼 솟구쳤던 박정희의 유신근대화(維新近代化)가 아무 것도 없는 모래밭위에서 불과 30년만에 기적처럼 성공한다는 게 말이 되나? 당연히 이완용, 이승만같은 실력양성론자들이 어두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꾸준히 50년동안 쌓아온 내공이 서럽게 응어리져 있다가 박정희가 근대화의 칼을 뽑아 들자마자 화산이 폭발하듯 일순간에 터져 나온 결과였다. 5 이에 비해 독립투쟁론자들은 겉보기에는 당당하고 호기로웠지만 나라를 호지명, 모택동처럼 자력으로 해방시키지도 못했고 남들 다하는 그 흔한 독립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미소의 점령으로 광복이 되자, 신탁통치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귀국했다. 도대체 독립운동은 왜 한거야? 뭐 한거야? 하긴 한거야? 소리가 나올 만 했다. 독립투쟁론자들이 군자금 명목으로 국내에서 가져다 쓴 돈은 얼마였겠나? 그들이 일본군 몇 명을 죽이는 조그마한 군공(軍功)을 세울 때마다 일본군의 초토화 보복작전으로 억을하게 몰살당한 해외동포는 얼마였겠으며 불살라진 동포들의 마을은 또 얼마였겠나? 그런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남들 다하는 독립도 못하고 겨우 신탁통치라고? 성과나 결과를 중시하는 민간기업이나 군대라면 독립투쟁파들은 모조리 모가지감이거나 총살감이었다. 승전국의 왕 미국이 전후 세계경제질서를 식민체제에서 자유무역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했으므로 영국, 프랑스등 식민모국들은 속이 쓰렸지만, 항독, 항일운동을 한 냄새만 나도 식민지, 점령지를 다 독립시켜 주어야만 했다. 당연히 일본의 식민지, 점령지에도 이같은 원칙이 적용됐다. 그런데 1945년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이라는 나라는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등 일본과 싸웠던 나라들과 다르게 요상하게도 항일운동의 냄새조차 나질 않았다. 일제의 근대적이고 뛰어난 식민통치에 압도된 조선반도는 황국신민화(皇國臣民化=민족동화정책 民族同化政策)과 더불어 조용했고 김구같은 우익 독립운동가들은 일제 말기에 이르러 국내지원이 끊어지자 상해, 중경의 빈민가 뒷골목에서 굶어 죽을 위기에 몰려 독립운동을 변변히 하지 못했으며 좌익 독립운동가들은 조선의용대니 동북항일연군이니 하며 일본군과 싸웠으나 모두다 중공군의 용병으로서 중국독립에 기여할 뿐이었다. 우리는 독립을 위해 일본과 싸웠노라고 큰 소리를 아무리 쳐 봐야 당시 객관적이고 냉정한 전승국들의 눈에 일본과 싸우는 조선독립운동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장개석이가 조선을 독립시켜 주자고 작심하고 거들었지만 이런 한심한 나라를 덜렁 독립시켰다가는 더 큰 정치적인 혼란이 우려되므로 전승국들이 신탁통치를 해서 책임있는 정치세력을 양성한 후 독립시키는 것이 인도주의적이라고 판단되었다. 그래서 조선은 즉각 독립을 하지 못하고 이탈리아령 소말릴랜드, 팔라우 공화국... 뭐 이런 이름도 못 들어 본 나라들과 함께 UN 신탁통치이사회로 넘어 가게 된다. 6 이런 형편없는 몰골로 입국한 독립투쟁론의 후예들이었지만 그들이 새나라의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덤비면 일본놈들밑에서 비굴한 듯 살아 왔던 실력양성론의 후예들은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 몰골의 독립투쟁론의 후예들이 친일파 청산을 명분으로 실력양성론의 후예들을 숙청하겠다고 덤비면? 그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독립을 위해 세운 공이 뭔데? 겨우 신탁통치? 총살당하지 않은 것을 고마워 해야지!” 흉한 몰골의 독립투쟁론의 후예가 막가파식으로 나오면 쭈그러져 있었던 실력양성론의 후예들도 맞받아칠 명분은 확실히 있었다. 특히 1930년에 집권한 스탈린의 폭압적인 독재와 피의 대숙청은 너무도 끔찍한 얘기였으므로 소위 친일경찰들의 남로당 빨갱이들에 대한 반감과 멸시는 심각했다. - 빨갱이 운동의 끝이 결국 저 끔찍한 스탈린식 지옥이라면 너희 빨갱이 새끼들은 도대체 뭐 하자는 개새끼들이냐? 그래서 김일성, 박헌영, 김원봉등은 소련의 지원하에 수립된 북조선으로 다시 모여들었고 실력양성론과 독립투쟁론의 대결에는 이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간의 대결의 모습도 추가되었다. 그러면서 김일성과 박헌영이 친일파청산을 적극적으로 들고 나오게 된다. 친일파 청산문제는 실력양성론자-자유민주주의자-남한을 궁지로 몰려는 독립투쟁론자-공산주의자-북한의 정치적인 음모가 애초부터 깔린 것이었다. 그러나 양심적인 이승만, 김구같은 독립운동의 태두들이 친일파청산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이승만은 ‘가능한 아무도 죽이지 말자’였고 김구는 ‘적게 죽일수록 좋다’였다) 신탁통치라는 챙피한 성과를 얻은 독립투쟁론자들이 친일파청산을 심각하게 따질 수도 없었다. 따라서 친일파청산문제는 해방정국에서는 절대로 심각한 문제일 수 없었고 오히려 해방정국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져 가면서 진짜 큰 문제가 되어 버렸다. 7 그후 남과 북은 목숨을 건 전쟁, 체제경쟁을 하게 된다. 그러나 1990년대에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김일성, 김정일이 북한 주민 300만을 굶겨 죽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100년간에 걸친 실력양성론과 독립투쟁론간의 대결도 끝날 때가 왔다. 일본 제국주의도 우리 민족 300만을 굶겨 죽인 일이 없는데 뭐? 우리 민족의 손으로 우리 민족 300만을 굶겨 죽여? 민족반역도 이런 민족반역이 있을 수 없었다. 조국독립에 아무런 기여를 못했던 독립투쟁론은 어이없게도 300만 굶겨죽이기라는 민족반역으로 귀결되었다. 1차 북핵위기가 마무리 되어 가던 1994년, 김일성이 김영삼 대통령과 회담을 적극 추진하면서 자기보다 한참 나이가 어린 김영삼 대통령에게 허심탄회하게 살려달라, 도와달라 부탁할 것이란 소문이 있었다.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그것은 김일성으로 대표되던 독립투쟁론이 이완용-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실력양성론에게 완전히 항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남-북, 실력양성론-독립투쟁론, 자유민주주의-공산주의로 100년 넘게 분열되었던 우리민족이 새로운 통합을 시작하는 첫 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적극 지원하면서 우리 민족사는 새롭게 쓰여 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김일성이 급작스런 심장병으로 돌연 사망하고 김정일이 대를 이었다. 남한에서는 햇볕정책을 내세운 김대중-노무현이 등장했다. 그런데 요새 나오는 얘기는 적화는 됐고 통일만 안 됐다 라느니, 김정일위원장이 해방군사령관이나 통일대통령으로 내려 올 것이란 얘기들이다. 바뀐 것은 감독밖에 없는데 도대체 지난 10년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독사의 새끼들인 김대중-노무현-김정일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이완용-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실력양성론의 완벽한 승리앞에서 김일성-김정일-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민족반역적인 독립투쟁론이 마지막 숨을 할딱거리며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