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2010-04-16 370 인문학도 이번 사태를 통해서 명확하게 드러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MB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동안 대북강경책 운운해왔던 것은 자신의 지지기반인 한나라당과 보수우파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제스처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MB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기업가'입니다. 군인이나 정치가와는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죠. 이제 조금만 있으면 4대강 파헤치기도 시작하고, 국제회의도 두 개나 유치해서 브랜드 장사 좀 짭짤하게 해볼까 하는 타이밍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쟁이 터지는 걸 달가와할 MB가 아니지요. 당연히 MB 입장에서는 군 내부의 자체적인 문제로 덮고 싶을 겁니다. 그래서 국방장관에게도 그런 식의 메모를 던졌던 것이지요. 대체로 국방부는 이번 정권 들어서서는 MB에게 고분고분하는 모습을 보여왔는데, 유독 이번 사태에 대해서만큼은 MB의 뜻대로 잘 따라주지 않고 있습니다. MB는 계속해서 북과의 관련성은 적어보인다, 내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제스처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방부는 계속해서 어뢰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고 있지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만일 이게 MB 뜻대로 내부 요인에 의한 사고라고 한다면 해군총장은 물론이요 국방장관까지 전부 옷을 벗어야 하는 일입니다. 아니, 해군의 별 상당수가 우수수 떨어져내릴 겁니다. 국방부나 해군 입장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이지요. 어차피 현재로서는 사고 원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어버렸으므로 국방부는 국방부대로 이걸 최대한 북한에 의한 도발 쪽으로 몰고 가고 싶은 겁니다. 아니, 적어도 관리 부실과 위기대응능력 부족으로 인한 '인재'로 결론나는 걸 피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은 것이겠지요. 이번 사태로 명백하게 드러난 점 가운데 하나는, 기존의 보수우파와 MB는 결코 오랜 시간을 함께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의 기존 보수우파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MB가 추구하는 가치관은 그 궤를 완전히 달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정권획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두고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자 열망했던 기존의 보수우파와 '나라를 경영하고 싶었던' 경영인 출신 정치세력 사이의 오월동주가 이루어진 결과가 MB정권의 탄생이지요. 하지만 MB는 자신이 집권한 이후로 단 한번도 기존 보수우파 출신 정치인들에게 행정각료를 맡긴 바가 없습니다. 전부 원래부터 자기 사람이었던 인물들로 채웠죠. 사실 그때부터 생겼던 균열입니다. 조갑제 씨가 노발대발하면서 MB를 맹비난하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봐야겠죠. 이번 사태에 대한 처리 방향에 따라서, MB는 극심한 레임덕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자는 될 수 있어도 천성적으로 정치인은 되기 어려운 MB의 특성상, 기존의 보수우파와 대연정을 통한 국면 극복을 시도하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레임덕이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자기의 방어막이 되어줄 충복들을 주변에 채우려고 애를 쓰겠죠. 물론 6.2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양자가 전면적인 분열의 길을 걷지는 않겠습니다만, 만일 지방선거에서조차 패하게 된다면 MB는 그야말로 자기가 파놓은 4대강에 버려진 오리알 신세가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버려진' MB가 과연 대통령으로서의 자기 직분을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겠느냐지요... 참으로 걱정되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