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원인 분석 2010-04-15 410 인문학도 대잠전의 관점에서 볼 때, 서해와 동해는 '완전히' 다른 환경입니다. 수심이 천m 가까이까지 떨어지는 동해와, 깊어봐야 100m가 넘지 않고 대부분이 3~40m 안팎에 불과한 서해가 잠수함에게는 결코 동일한 환경일 수 없지요. 잠수함이란 물 속에서 3차원으로 움직이는 무기이므로, 당연히 심도가 깊을수록 잠수함에게 유리해집니다. 그만큼 움직일 수 있는 공간도 넓고, 온도층을 이용해서 적 수상함의 탐지를 피하는 것도 수월해지니까요. 반대로 수색할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지는 수상함에게 있어서는 수심이 깊은 동해가 그야말로 지옥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해군의 대잠전력이 영 시원찮을 때에는 소련 해군의 잠수함들이 안방 드나들듯이 오가던 게 바로 동해입니다. 반면 수심이 얕은 서해는 잠수함이 제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습니다. 3~40m 정도면 어지간한 잠수함으로서는 잠망경 심도에서조차 좌초를 우려해야 하는 수심이니까요. 게다가 이런 정도의 심도라면 소나나 MAD 따위에도 아주 쉽게 포착됩니다. 수면 아래에 있느냐 수면 위에 있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서해와 같은 조건에서는 수상함이나 잠수함이나 별 차이가 없게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수상함에게 훨씬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겠지요. 북한도 이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로미오급과 같은 잠수함들은 대부분 동해함대에 두고 있는 것이지요. 서해함대에 배속시켜놓은 것은 요원침투용 소형 잠수정들이 대부분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기는데요, 탐지장비가 시원치 않은 소형 잠수정 따위로는 서해 해상에서 벌어지는 KR/FE를 관측하기 위해 출항해봐야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힘듭니다. 게다가 서해처럼 수심이 얕은 해역에서는 음파의 난반사가 심해서 상대 함정에 비교적 가까이 접근하지 않으면 수상함의 음문은 커녕 존재 유무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경우도 많겠고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구식 잠수함이라면 그런 어려움은 훨씬 배가됩니다. 솔직히...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어뢰라는 건 그렇게 쉽게 쏘고 쉽게 맞출 수 있는 무기가 아닙니다. 어떤 언론에서는 wake-homing 어뢰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이건 현재로서는 러시아가 해외로 수출했다는 정황이 없으니 가능성이 낮겠고요, 북한군의 소형 잠수정에 실릴 수 있는 어뢰라면 56-53VA나 SAET-60 정도일텐데 이 녀석들은 아예 유도장치가 없거나 있더라도 시끄러운 상선 정도나 쫓아가서 맞출 수 있는 초보적인 음탐장비를 갖춘 녀석들입니다. 만일 무유도 어뢰를 쏜다 치면 한 발로는 천안함 같은 군함을 맞출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겠고요, 여러 발의 어뢰를 부채꼴 형태로 산포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천안함이 어뢰를 탐지하지 못한 게 무색해지겠고요. 한 발의 무유도 어뢰로 기동중인 전투함을 명중한다는 건 공중제비를 넘으면서 한 손으로 권총을 쏘아 달리고 있는 적군을 명중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