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세무민 2010-04-07 415 인문학도 일단 나는 지만원씨의 MB 비판에 대해 전부 반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군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군 전문가들의 의견을 누르고 자신의 선입견을 공식 입장으로 내세웠다는 부분에 대한 비판은 찬동하는 쪽이다. 그러나 MB의 하야까지 언급하면서 지만원씨가 내놓고 있는 의견 또한 본인이 MB에게 던지고 있는 비판을 고스란히 되돌려받을만한 내용이다. 자신 역시 군사적인 지식은 그다지 많지 않은 상태에서 마치 북한의 캡슐형 어뢰 공격이 기정사실인 양 사태를 호도하고 있지 않은가. 지만원씨가 언급하는 캡슐형 어뢰, 이른바 '캡터'는 사실상 어뢰라기보다는 기뢰에 가깝다. 좀 더 부연하자면 자가추진-음향유도 기뢰인 셈이다. 문제는 어뢰가 아니라 '기뢰'라는 점인데, 이게 왜 문제가 되느냐 하면 기뢰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설'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이번 사건의 범인이 수면에서 둥둥 떠다니다가 선박과 접촉 시 폭발하는 계류형 기뢰라면 부설 방식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냥 기뢰를 실을 수 있는 배가 와서 아무렇게나 떨어뜨려놓고 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캡터형 기뢰는 '착저'식이다. 무슨 말이고 하니, 해저면 또는 일정 수심에서 고정된 채 적함의 접근을 기다리는 방식의 기뢰라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벌어진 해역은 평소 해류의 변화가 심하고, 그 유속 또한 상당히 빠른 것으로 악명이 높은 지역이다. 또한 해저면은 뻘이 퇴적되어 층을 이루고 있고, 이로 인해 바닷속 시계는 상당히 불량하다. 그말인즉슨 착저식 기뢰를 부설하기에는 최악의 지역이라는 뜻이다. 이런 해역에 이러한 기뢰를 부설하려면 전문적인 기뢰부설함과 수중폭발물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잠수함이나 반잠수정에 기뢰만 둥그러니 매달고 와서 툭 떨어뜨려놓고 가봐야 해류와 뻘 층으로 인해 유실될 가능성이 99%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군이 보유한 GMK-1 같은 자가추진/음향유도 기뢰는 대체로 항만 봉쇄용이나 상륙 저지용으로 쓰이는 게 일반적이다. 물살이 잔잔하고 해류의 영향이 거의 없는 항만 지역이야말로 착저형 기뢰가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다. 반면 사고해역과 같은 지역에서는 기뢰에 의한 공격은 그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착저형 기뢰는 부설 자체가 힘들고, 계류형 기뢰는 해류를 따라서 어디로 흘러가버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해역은 평소 고속정 이상급의 함정은 잘 다니지 않던 곳인데, 고작 PCC나 고속정 한 척 잡자고 북한군이 그 비싼 캡터 기뢰를 그것도 '한 발'만 부설해놓고 도망갔다는 것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보통 기뢰는 한 기만 부설하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기뢰를 부설하여 기뢰원을 형성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뢰 공격설이 사실이라면 당 해역에서 다른 기뢰가 발견되어야 맞다.) 다른 사람의 잘못된 주장이나 행동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자신이 비판하는 논리에 자신이 말려들어가는 자가당착은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만일 지만원 씨가 캡터 기뢰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나 구소련의 기뢰 전술에 대한 약간의 공부만 있었더라도 이번 사건을 '캡슐형 어뢰에 의한 것'이라고 감히 단정짓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 국방장관도 언급한 사실이지만, 만일 '기뢰냐, 어뢰냐'만을 놓고서 가능성을 따진다면 차라리 기뢰보다는 어뢰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 부족한 지식으로 사람들을 호도하는 것은 씨 역시 마찬가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