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개별 입장과 어느 논객의 시각 2008-08-10 722 인문학도 (고뉴스=박민선 기자)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는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에서 남한과 북한이 따로 입장한 것과 관련해 "한반도 깃발이 보이지 않아 기분이 좋았다"며 "국제사회에 좌파정권의 종식을 알린 셈"이라고 평했다. 조 전 대표는 9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남북한 팀이 따로 입장한 것이 잘한 일"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 남북한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기가 "친북좌익세력의 깃발"이었기 때문에 "남북한 팀이 한반도기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한반도의 좌경화를 상징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신 나간 노무현 정권은 2005년 8월15일 서울에서 광복 60주년 행사를 할 때 북한정권 인사들까지 불러들였고, 공공장소에서 태극기를 금지시키고 한반도 깃발을 들도록 했었"지만 "이때 이명박 서울시장이 시청건물을 태극기로 뒤덮어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주었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최근 북한측과 대화채널이 닫혔다는 비판이 "신경을 쓸 필요도 없는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조 전 대표는 "대화 채널이 너무 넓게 열려 있었던 지난 10년간 이 채널을 통해서 오고간 것은 무엇이었느냐"면서 " 이 채널은 김정일 정권이 대한민국이란 몸에 박은 빨대가 아니었느냐"고 반문한 뒤 "지금의 남북관계는 노무현, 김대중 시절보다 훨씬 건강하고 정상적"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안 해서 아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단언한 조 전 대표는 거듭 "어제 올림픽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본 것은 kbs 이사회가 정연주 사장에 대하여 해임을 제청한 것과 함께 오랜만의 기분 좋은 뉴스였다"고 덧붙였다. ================================================ 조갑제 씨의 견해 자체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개인적인 의견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좁혀질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문제에 대해서 평행선을 그리며 달리는 것은 무의미한 소모전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꼭 그리해야 할 이유도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리고 심각한 것은, 이러한 기사를 보면서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은 대부분 '손가락질'을 하거나 '무시'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상 북한의 존재에 대해서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면서 자란 바가 없는 세대이기도 하고 - 아마도 제가 '반공교육'이라는 걸 국민학교에서 받은 거의 마지막 세대일 겁니다 - 이들에게 이런 견해가 호소력을 갖기에는 지난 2000년의 6.15 정상회담이나 2004년 부산 아시아 게임에서의 경험들이 일종의 스펙타클한 경험으로 자리잡고 있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지요. 이념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든 이성적으로든 무디게 반응하지만, '한민족'이라는 테마 앞에서는 아직도 뜨겁게 반응하는 게 지금의 젊은 세대들입니다. 이런 젊은 세대들 앞에서 '따로 입장해서 좋았다', '한반도 깃발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라고 말하는 것은 고립을 자초하는 발언이지요. 혹자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이 북한의 위협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네들이 흔히 하는 말로 '젊은 것들이 아직 뭘 잘 몰라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고 말하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렇다고 치지요. 이런 말을 하면 그 '뭣도 모르는' 젊은이들은 더욱 거리만 벌리려고 하겠지만요. 그러나 이러한 견해가 사실 관계에 있어서 타당성이 있든지 없든지간에, 문제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그러한 이념 중심의 사고에 대해 전혀 동조하지 않으리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아무리 한반도 깃발 사용의 부적합성에 대해 성토하고 지난 10년간의 대북 정책에 대해 비판한다고 해도 이미 '남북통일'이라는 이미지를 연상시키게 하는 여러가지 스펙타클을 경험한 세대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라는 것이지요. 누군가가 이를 능가할만한 스펙타클을 시현해보인다면 달라질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갑제 씨가 내놓는 것과 같은 관점 하에서라면 과연 남북간의 무력 충돌 말고 시현 가능한 스펙타클이라는 게 존재할는지도 의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류의 것은 오히려 젊은 세대들을 '완전히 돌아서게 만들' 공산이 크겠구요. 최근 남북대화 채널이 닫혔다는 비판에 대해서 신경쓸 필요도 없는 비판으로 일축한 게 조갑제 씨의 견해입니다만, 오히려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일축'한다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보면 젊은이들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쌓아온 것 다 무너뜨리고선 그것조차 잘했다 한다'라고밖에는 받아들일 수 없으니 말이죠. 80년대 이후에 태어나서 지금의 '소비사회'의 주축을 형성한 지금의 세대는 남북간의 평화 협력을 자연스럽게 긍정하고, 양측 간의 무력 충돌이나 남한에 의한 흡수 통일을 우려하며, 남북이 서로 인상 찌푸리는 장면보다는 환하게 웃으면서 악수하는 장면을 보면서 열렬하게 박수를 보내는 이들입니다. 앞으로 이들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축이 될 것은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는 일일 것인데, 이들의 눈에 '보수'의 이미지가 이러한 식으로 각인되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해야겠죠. 보수 진영 내에서 '젊은 소방수'들이 그래도 좀 있어서 이런 발언들에 대해 어느 정도 비판적인 시각을 형성하면서 일반적인 젊은층과의 간격을 좀 좁혀줄만한 여지가 있다면 다행스러운 일일 테지요. 이를테면 한나라당의 원희룡 의원이나 남경필 의원처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유연한 자세로 국민 감정에 어느 정도 부합되는 발언을 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조갑제 씨 등이 보수진영 내에서 가지고 있는 위치의 에너지라든가 상대적으로 권위적인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 보수우파 내부의 분위기를 생각해보면 이러한 일은 기대하기 힘든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럴 수록 앞으로 사회의 주축이 될 젊은 세대와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질 것이고, 그런 만큼 보수 내의 강경한 발언들은 점차 수위를 더 높이게 되겠지요. 사회가 '좌경화'되는 것에 대해 비판의 예봉을 세울 여지가 점점 더 많아질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그럴 수록 젊은이들은 보수로부터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우려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