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실종 2008-08-08 535 방랑객 선출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대통령의 하야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는 것이 서글픕니다. 한 편으로는 이렇게 상황을 몰고가는 집권 세력에 화도 나지만, 한 편으로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하는 생각에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는 최장집 선생님의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음미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정당이 제 구실을 해야 한다는 것이죠. 결국 이명박의 실패는 한나라당의 실패가 될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아주 잘못했습니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지금 한나라당이 대의정치를 구현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큰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입니다. 저는 지금의 대통령 하야론에 반대합니다. 무엇보다 그를 물러나게 만들고 다시 뽑는 들, 똑같거나 비슷한 오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대통령이란 그가 소속된 정당의 소속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너가 아니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대통령직이란 그 정당이 구현하고자 하는 정책의 구현자 쯤에서 정리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정당의 오너처럼 움직이거나 인식된다면 그가 누구이든 아무관계없이 현실은 엉망이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을 끌어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겠지요. 하지만 그를 끌어내든 그냥 두든, 정당이 정당 구실을 못하면 이런 형태의 위기는 끝없이 반복됩니다. 얼마 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의한 사항을 대통령이 비토한 일이 있습니다. 청와대가 설령 그런다고 한들, 홍준표 원내대표가 그렇게 쉽게 꼬리내릴 줄은 몰랐습니다.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 똑바로 서고 싶다면, 홍의원은 그 때 청와대를 향해 특유의 독설을 풀었어야 합니다. 원내대표가 왜 대통령의 한 마디에 굴복해야 합니까? 어느 선진국의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뭐라 그런다고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고 그럽니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하야가 아니라 정당 정치의 복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당이 제자리에 서 있지 못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하야와 같은 엄청난 파장을 부르는 일이 벌어지면, 그 누구도 수습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