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를 판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 - 2008-08-07 676 이상돈 인문학도 님의 말씀은 구구절절 옳습니다. 연극 영화 같은 분야는 엄두도 못낼일이고 해서, 그나마 책 시장이라도 어떻게 해보야야 한다는 인식이 최근 몇년간 보수 진영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실험은 이미 실패했습니다. 도무지 수지가 맞지 않습니다. 몇만권은커녕 1000부 팔기도 어렵습니다. 저도 책을 내어 봐서 누구보다 잘 압니다. 책 나오면 보수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증정해 보지만, 다음에 만나 보면 책을 읽었는데 어디가 어떻더라는 말 한마디가 없습니다. 거저 주어도 읽지를 않는 것이지요. 그런 것들이 제가 지난 몇년간 느껴왔던 한계이지요. 근본적으로는, 보수주의라는 것이 일단 진보주의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는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에드먼드 버크가 프랑스 대혁명과 루소에 대항해서 '프랑스 대혁명에 대한 반성'을 썼고, 미국에선 1950년대초에 공산당 사건으로 자극을 받아 윌리엄 버클리가 내셔날 리뷰를 창간했듯이, 보수주의 담론은 기본적으로 진보주의의 신화와 한계에 대항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수주의를 팔기 위해선 진보주의를 파는 것 보다 몇배 공부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서 '진보'는 새로운 일을 저지르고, '보수'는 그것이 잘못이라고 지적을 해야 하니, 지적을 하는 것은 웬지 시비나 거는 것으로 보이고, 또 시비를 걸기 위해선 공부가 더 필요하는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그런 '시비'를 대중에 설명하고 파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보수주의를 '반미에 반대하는 운동'이고, '이승만-박정희 법통 지키기 운동'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자신들을 '보수'라고 칭하고 있는 한, '보수'라는 상품은 절대로 팔수 없습니다. 관제로 소비하는 것은 가능할 지 몰라도 말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