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어렵네요. 2008-08-04 572 인문학도 현재 진보세력의 근원을 주사파로 비정하는 것은 '사실에 근거한 발언'이라는 한마디 님의 말에는 그냥 웃고 갑니다. 본인께서 그렇게 믿으시겠다는데 뭐라고 드릴 말씀이 있나요. 소위 민족주의에 입각한 사유 혹은 민족 주체성에 대한 강조라는 것을 주체사상과 연결시키고 싶으신 거라면 그렇게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릴 밖에요. 담론의 내부 작동 원리나 그 작동 배경에 대한 차이는 고려하지 않은 채 외형적인 유사성만으로 상호 교배에 의구심을 둔다면, 현재의 보수우파가 내세우는 국가 담론 역시 1930년대 일본 제국사학계가 내세웠던 동아시아 연대 평화론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식의 비판 역시 가능하겠지요. 물론 그런 식의 비판이 유효하다고 말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심정적으로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보수우파 스스로 진보를 '종북'이나 '친북'과 연결시키고 싶어하는 욕망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보수의 미래는 없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국방부에서 23종의 불온서적을 지정한 일에 대해서 비웃기라도 하듯이 해당 서적들의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한 건 단순한 해프닝으로 짚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자신의 것과 배치되는 담론에 대하여 이념적인 '주홍글씨'를 새기는 방식의 위기 관리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출판업계나 사상계 쪽과 밀접한 일상을 살 수밖에 없는 젊은 학도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바에 근거하여 남기는 조언입니다. 이러한 영역에 침투할 수 있을만한 문화적인 기반 형성은 도외시하고 색깔 논쟁을 통한 동일시라는 80년대식 테제를 고수한다면 보수의 몰락은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