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피장파장 아닌가요 2008-08-02 611 인문학도 6.25를 직접 겪은 세대의 입장에서는 김일성이나 김정일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일단 심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고, 이런 이들의 정권에 대해 대화나 공존을 시도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겠지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민주주의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서 생각의 다양함 가운데 일부로 용인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나 결국은 이렇게 되물어야 하겠습니다. 그 분들의 생각은 무조건 옳습니까? 이런 분들이 내세우는 소위 '좌빨'의 논리가 젊은 세대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건, 이러한 논리가 지닌 극도의 배타성 때문입니다. 사실상 논리라기보다는 일종의 '종교'에 가까운 수준이니 말이죠. 합리적인 틀 안에서 친북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두고 나쁘게 볼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촛불 들고 나선 학생들에게 욕설이나 지껄이면서 "니들 같은 빨갱이들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고 외치는 종교적 구호 앞에서는 이해는 커녕 노인 분들에 대한 기본적인 공경심마저 약화될까 두렵습니다. 어디까지나 일부의 사람들이 그러할 뿐, 친북 문제를 우려하는 우파들 대부분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러리라고 봅니다. 아니, 제발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건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흘러나간 모습은 합리적인 태도로 친북적인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아니라, '빨갱이들은 물러가라'는 비이성적이고 종교적인 구호나 외침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죠. 6월 10일의 맞불집회에서 방송을 통해 흘러나간 모습들은 어땠습니까? 군복을 입은 채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돼지고기 소시지를 구워먹고, 몇몇 연설자들의 입에서 친북좌파네 거짓의 촛불이네 하며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매도하는 목소리들이 난무하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공중파를 타고 흘러나갔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보수우파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고 만 것이죠. 만일 보수우파에서 제기하는 소위 '좌빨'의 논리가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에게 하나의 '의견'으로라도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소위 '겪은' 세대들이 가지는 권위주의적인 태도부터 포기해야 할 겁니다.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해서 저런다, 친북좌파 세력의 선동에 놀아나는 우매한 것들이다, 이런 식의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대화를 통한 상호존중이라는 건 기대할 수 없다고 봐야죠. 오히려 젊은 세대들에게 앞뒤 꽉막힌 늙은이들 정도로 낙인찍혀서 고립되는 결과로 치닫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입니다. 과거의 경험들을 다음 세대에 전수한다는 차원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져서는 안되는 거겠지요. 민주주의의 기본 작동 원리는 토론과 설득입니다. 이러한 룰을 지킬 생각을 안하고 윽박지름과 매도, 폭력 조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든다면 어느 누구도 그들의 편을 들어주지 않겠지요. 90년대 초반에 한총련이 일만 시민들로부터 고립되었던 이유에 대해서 잘 생각해본다면, 방송국 앞에서 가스통에 불붙이거나 시내 한복판에서 경광등을 요란하게 울려대며 돌아다니는 등의 행위가 과연 민주주의의 한 분자로서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