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성의 문제겠지요. 2008-07-30 680 인문학도 광복절을 건국절로 변경한다는 것은 단순히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기린다는 의미에서 끝나는 게 아닌 것으로 압니다. 이것은 정통성의 문제를 재규정하는 것이 될 수 있지요. 45년 해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은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대한민국의 국가적 정체성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국이 아니라 광복(光復)이라는 것이지요. 아무것도 없던 토대에 새로운 무엇인가를 세운 것이 아니라, 응당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을 것을 돌려놓았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48년 정부 수립을 기점으로 '건국'이라는 말을 사용한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상해 임시정부가 아닌 이승만 정부를 기점으로 삼겠다는 뜻입니다. 아마도 뉴라이트에서 주장하는 한국 근현대사 재조명과 관련이 있는 사안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이렇게 되면 상해 임시정부에게 부여된 의미는 상당부분 희석되겠지요. 아마도 48년 이전의 상황들, 이를테면 김구 주도에 의한 남북간의 대화나 남한 내에서 벌어졌던 건준과 미군정 사이의 대립 등을 모두 '과도기적 형태'로 보고 싶어하는 욕망이 작동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건국절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관점에서는 아무래도 자본주의와 친미노선을 확실하게 표방하고 나선 이승만 정권에게 1차적인 정통성을 부여하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아무래도 김구와 상해 임시정부는 여러모로 기준 미달(?)로 보였을 테구요. 문제는 이러한 관점이 얼마나 타당하냐의 여부를 떠나서, 일단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겠다는 활동 자체가 헌법에서 규정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으며 4.19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우리의 정체성입니다. 이것을 '건국절'이라는 말장난으로 이승만 주도의 정통성을 부여하게 되면 헌법이 추구하는 정신과 충돌되는 지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