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입장으로서는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2008-07-16 751 인문학도 일단 기본적인 대전제에 대해서는 선생님의 의견에 저는 동의합니다. 아무리 피해자가 군사지역에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해당 지역은 어쨌든 민간인들에 의한 관광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고, 이미 작년에도 수차례 비슷한 일로 관광객이 억류당했던 사실 등등을 미루어 볼 때 이 사태는 북한의 고의성이 다분히 인정되는 사건입니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용납될 수 없는 부분이죠. 당연히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서 북한의 비인도적인 행태를 지적하고 이를 확실하게 비난했어야 합니다. 사건 여부를 확인하고도 국회 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 운운한 건 대북 정책 문제를 떠나서 자국민의 생명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적인 의무를 무시한 행위로,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자세입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을 대북 정책과 '별개'라고 말한 정부 당국자의 발언은 블랙코미디죠. 대화할 땐 대화하더라도 강경할 땐 강경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실 강경했어야 하는 타이밍이고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답답한 것은, 강경해야 할 타이밍에 도저히 강경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외교적으로 볼 때 사실상 레임덕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여태껏 북한이 비상식적인 행위를 여러 차례 취해왔다면 마땅히 그에 대한 사전 대비부터 확실하게 한 상태에서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시도했어야 합니다. 지난 10여년간 수행된 햇볕정책이라는 건 이미 '실행된 역사'입니다. 이걸 말 한 두 마디로 뒤집을 수는 없는 겁니다. 여태까지 진행되온 대북 관계를 어떤 식으로 처리해야 현 정권이 의도하는 바대로 흘러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사전에 충분한 연구와 정책 토론이 선행되었어야 했는데, 그러한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북강경책을 내놓았다가 코너에 몰린 겁니다. 그러다보니 현재로서는 무엇이든 내세울 수 있는 카드가 하나도 남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지요. 대북 관계가 더 이상 경색되어선 안되므로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골치아픈 것이, 이 문제를 적당히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기본적인 외교 루트가 살아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지요. 북한이 상대를 안해준다는 겁니다. 대북정책 기조의 문제를 떠나서, 이 부분에 대한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입니다. 이번 문제를 언급하는 데 있어서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간혹 어떤 분들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자국 정부를 비판하는 것보다는 북한을 비판해야 하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그게 불가능하다는 거지요. 북한이 잘못했다라는 건 이미 논의의 필요조차 없는 팩트입니다. 문제는 이 팩트를 불러온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봐야 한다는 거지요.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현 정부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도저히 보이지가 않습니다. 북한이 도의적인 측면에서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현 정부는 외교상의 기술 미비와 더불어 정부로서의 기본적인 의무 이행 불성실이라는 측면에 대해서 비판을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지요. 그저 답답할 뿐입니다. 답이 보이질 않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북한과 화해를 한다는 것도 어불성설이고, 그렇다고 북한과 대화조차 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는 이 문제의 기본적인 사실에조차 접근한다는 게 어렵습니다. 이걸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미국-일본 등의 우방국과 협조 하에 북한의 비인도적인 처사를 '국제적으로' 비난하고 이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일 텐데요, 과연 현 정부의 외교적인 능력을 볼 때 그게 가능할까 싶습니다. 임기 내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미국이나, 독도 교과서 문제로 한국과 어느 정도의 경색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본이 과연 현재 대북문제를 두고서 한국과 공조체제를 취할 수 있을까요? 저로서는 부정적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김정일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 아산측에 모든 접촉을 맡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