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장의 탓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2010-04-04 393 인문학도 현재의 침묵과 왜곡을 두고 최 함장 개인을 탓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함장은 단순한 개인이 아니라 국가에 예속된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군인복무규율을 언급하셨지만, 군인복무규율 상 군인은 군대와 관련된 내용에 대하여 상부가 허가하지 않는 한 그 어떤 내용도 언급할 수 없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냥 확 질러버리고 옷 벗으면 그만인 거 아니냐, 라고 하실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천안함 침몰과 더불어 최 함장의 군인 경력은 끝장난 셈이고, 만일 최 함장이 상부의 지시와 무관하게 자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게 되면 그 후의 일은 옷을 벗는 정도에서는 끝나지 않을 겁니다. 만일 최 함장이 그러한 피해 가능성을 감수하고서라도 진실을 밝혀야겠다고 나선다면 그것은 박수칠 일이겠으되, 우리가 진실을 알아야겠으니 너는 영창 신세를 지는 것도 감수해야겠다, 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최 함장도, 살아남은 다른 모든 장교들도, 진상 규명과 관련하여 군 상부로부터 어떤 식으로든지 지시와 압력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건 비단 천안함 사건뿐만 아니라 군 내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전형적인(?) 처리 방식 가운데 하나지요. 그 지시가 어떤 것이었고 압력은 또 어떠한 것이었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추측은 가능하겠지요. 허나 그게 어떠한 것이었든간에 생존자들에게 자신의 희생을 감내하면서까지 진실을 밝혀라, 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한 요구를 해야 하는 대상은 최 함장이나 다른 생존자들이 아니라 군 당국과 현 정권이겠지요. 살아남았기에 오히려 더 괴로운 이들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닦달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겠습니다마는, 그것도 도를 넘어서는 곤란하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보다도 답답하고 가슴아픈 것은 다름아닌 생존자들, 그리고 실종자들의 가족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