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한주호 준위 광복장 추서, 그러나... 2010-04-01 573 인문학도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1&aid=0003199262 이번에 천안함 실종자 구조수색 중 순직한 고 한주호 준위에게 광복장이 추서되었다 한다. 응당 그래야 할 일이다. 그런데 이 훈장 추서를 둘러싼 이야기가 우리에게 쓴웃음을 짓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고 한주호 준위에게 최대의 예우를 해주겠다는 한나라당의 방침 자체는 그럴싸했다. 훈장 추서를 건의할 때까지도 좋았다. 그런데 그 다음 제안이 코미디다. 고 한 준위에게 '1계급 특진'을 시켜주겠단다. 다행히도(?) 유가족들이 '완곡히 거절'한 덕분에 훈장만 추서하는 선에서 끝내는 것으로 했지만, 1계급 특진 제안을 받았을 때 유가족들이 지었을 표정이 안봐도 눈에 선하다. 군 면제자 정권이라는 오명은 이미 오래전부터 써왔던 것이니 그리 어색하진 않을 게다. 하지만 옛말에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했는데, 꼭 이렇게까지 코미디 한 꼭지를 보여줘야만 속이 시원한 것일까.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를 위해서 순직한 사람에게 명예를 빙자한 불명예를 씌우려 했다니, 그것도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몰라서' 그랬다니 정말로 통탄할 노릇이다. 그게 아직 나이 어려서 국방의 의무를 할 시기가 되지 못한 아해들이 그런 것이라면야 그러려니 하기라도 하겠지만, 일국을 이끌어간다는 정치가들이 그런 결례를 범하다니 이건 참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이 아닌가. 나는 군 복무의 문제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문제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런 의무까지 다했다면 금상첨화겠다마는, 만일 군 복무를 다하는 것보다 그 시간에 다른 분야에서 활약함으로써 '공인'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다면 군 면제 정도는 용납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문제는 군대를 갔다오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의사결정집단을 구성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안보에 가장 핵심적인 '군사적 위기사안'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결여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만일 천안함 사고가 북한의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어찌했을 것인가?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원인 하나 밝혀내지 못하고 우왕자왕하는 '미필자 정권'이 그와 같은 군사적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고 정교한 대응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일계급 특진' 해프닝은 그에 대한 불안감이 결코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 하겠다. 순직한 준위에게 1계급 특진을 권할 정도로 '군대'라는 것에 대한 감각이 둔한 것이 현 정권임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제자 정권 하에서 만일 북한과 군사적 충돌이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다. 고 한주호 준위의 아들은 ROTC 중위로 현재 군 복무중이라고 한다. 순직하신 아버지에 대해 1계급 특진을 시켜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생각만으로도 외려 내가 민망해질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