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궤변론자들의 편파성
2010-03-24 553 인문학도


지관이라는 중은 광우병 시위 주동자들이 조계사로 숨어들어가 시위를 벌일 때 자기가 탄 차량을 경찰이 검색했다는 이유로 진노했다는 겁니다. 참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자가 알량한 권력을 내세워 특권을 행사하려는 모습, 정말 어이가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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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구구절절히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다. 솔직히 이 부분만 보더라도 사태에 대한 악의적인 편집과 해석이 본질을 얼마나 구질구질한 모습으로 호도할 수 있는지 불가지문인지라.

광우병 사태 당시 조계종과 경찰 사이의 협의 사항은, 광우병 대책위 소속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조계사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조계종이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점이었다. 광우병 대책위가 검거망을 피해 조계사에 보호 요청을 했으므로 불자의 입장에서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돕기는 하되, 이러한 조계종의 도움이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태는 막겠다는 게 조계종의 입장이었다.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 선선히 동의를 했다. 뭐 경찰 입장에서야 광우병 대책위를 조계사 안에 묶어놓는 것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이니까.

문제는 이런 합의가 벌어진 상황에서 총무원장의 차량을 경찰이 수색했다는 점이다. 즉 경찰과 조계종 사이의 합의를 무시하고, 총무원장을 '잠재적인 범법자'로 취급한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총무원장이 격노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 경찰이 재빨리 해명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기껏 조계종과 협의 하에 시위 국면을 안정세로 바꿔놨는데, 이제 와서 조계종과 틀어져서는 그야말로 다된 밥에 코빠뜨리는 격이기 때문. 결국 경찰의 공식발표는 ㅡ 실제 사실은 어찌했든간에 ㅡ 당시 검문은 현장지휘관의 독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고, 총무원장 차량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조계종 측에서는 총무원장 차량이라는 것을 명백하게 밝혔음에도 검문을 시도했다고 항변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경찰이 저자세로 나간 탓인지 더 이상의 힐난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조계종의 입장은 사실 광우병 대책위 같은 선명한 반MB 노선은 아니었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만일 명백한 반MB였다면 ㅡ 그리고 단세포스러운 어느 궤변론자의 주장처럼 정치적 이권이나 추구하는 '중놈'들이었다면 ㅡ 광우병 사태를 빌미로 MB정권의 붕괴에 가속화를 꾀했을 것이다. 김영삼 정권 말기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했다가 나중에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서 '싹싹 빌었던' 전례를 생각해봤을 때, 종단에서 마음만 먹었다면 사태를 더 확장시키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조계종이 택한 길은 일단 광우병 대책위의 신변을 보호해둔 상태에서 MB정권을 대화의 테이블로 끌어내는 중재의 역할을 떠맡는 쪽이었다. 당시의 촛불시위 추이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시청 앞 광장에서의 첫번째 법회 이후로 사태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정권 측에서는 끝까지 물러서는 것을 거부했고, 오히려 이 과정에서 불교에 대한 편파적인 태도가 불거져버려 조계종을 등돌리게 만들었던 것이 당시 상황이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겠다는 개념없는 발언을 찍찍댈 정도의 MB라서 사태 파악이 제대로 안되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난 광우병 사태를 기점으로 조계종과 MB 사이에는 메우기 힘든 커다란 균열이 생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균열이 지금 안상수 발언과 4대강 사업 등과 맞물려서 지진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말이란 참으로 무섭다. 당시 사태에 대한 '탐구' 따위는 접어두고 자기 깜냥대로, 자기 해석하고 싶은 대로 앞뒤 잘라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꼴이란 마치 '언론'임을 참칭하는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의 필치를 보는 듯하다. 혹은 아예 무지해서, 당시 사태에 대해 그냥 지나가는 귀동냥이나 가끔 뉴스에서 지껄여주는 정도의 얄팍한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니 저런 수준의 해석이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허나 분명한 것은,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이고 개의 눈에는 개가 보인다는 것. 단군신화 속의 곰은 사람이 되기 위해 쑥과 마늘을 백일동안 먹었다는데, 부처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개'는 되지 않으려면 자기가 지껄이는 내용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수집 및 분석 정도는 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노력도 없이 그저 자기 깜냥대로의 악의적인 말만 늘어놓기를 계속한다면, 결국은 현 정권의 작태가 벌여놓은 꼬투리에 매달려 부스러기라도 줏어먹으려는 개 이상은 되기 어려우리라고 본다. 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