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개혁, 잘 되어야 할텐데...^^ 2010-03-25 598 녹명 아톰님 글 잘 읽었습니다. 아톰이라고 하니 어릴때 만화영화에 나오는 캐랙터 같아서 젊으신 분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글을 읽어보니 연륜이 있으신 분 같네요. 근데 갑자기 '중앙대 개혁......'이라는 제목이 올라오니 조금은 의아해 했습니다. 아마 이상돈 교수님께서 중앙대에 재직하고 계시니까 중앙대 개혁을 화두로 내걸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중앙대 재단이 80년도 말인가 90년도 초인가 재일교포 김희수씨한테 넘어간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 일본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상태여서 김희수씨가 일본 도쿄에 있는 4층짜리 건물 팔아서 중앙대를 인수했다고 제가 아는 제일교포가 이야기 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가 이상하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어떤게 이상한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는상태이고요. 그리고 지금은 전국에 대학이 넘쳐나서 심지어는 학생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가 즐비한게 현실이다보니 비단 중앙대 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대학들이 개혁을 하지 않으면 존립자체가 위협받는 급박한 실정입니다. 그래서 각 대학마다 실정에 맞는 그리고 특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변혁을 시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중에 학부 통페합이라는 부분도 상당한 파괴력을 가지겠죠. 사실 대학시절(참고로 저는 82학번에 지방국립대 법학과 출신임)을 돌이켜 보면, 아니 아직까지도, 대학이라는게 꼭 무슨 잡화상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없는 학과가 없고 같은 학교에서도 단과대학별로 유사한 학과가 동시에 존재하고 다른 학교에서 특이한 학과를 개설하면 2~3년 후 비슷한 학과를 개설하고 등등. 그리고 같이 입학한 다른 학과 동기들 지금 하는 일을 보면 불문과 나온 친구가 제약회사 다니고 국민윤리 교육과 나온 친구가 Korea Herald 기자하고 철학과 나온 친구가 영수학원 원장하고 그런게 현실입니다. 물론 평생 대학 전공과목과 유사하거나 관련이 있는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많은 정력과 에너지를 어쩌면 헛되이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규범적인 측면에서야 당연히 중복되는 학과를 통폐합하는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다만 그럴 경우 기존에 강의를 맏고 있던 교수님들 자리 문제며, 전체적인 입학생 숫자문제, 기존 졸업생들의 저항 등등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혁이라는것이 그만큼 어려운 이유 아니겠습니까? 改革이라 할때 革은 우리는 흔히 그냥 가죽이라고 해석하는데 사실은 가죽에도 두가지가 있다고 하네요. 그 하나는 皮 즉 외부로 드러난 가죽이고 革은 그 외부 껍질 안에 있는 부분이라고 합니다. 외부에 있는 가죽도 사실 바꾸기가 쉽지 않은데 그 가죽 아래 부분을 바꾸려고 하니 피나는 고통이 따르고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하여 개혁에 대한 강한 저항 세력들이 생긴다고 봅니다. 좌우튼 이왕에 관심을 가지셧으니 두산그룹이 던진 중앙대 개혁에 대해서 그 과정과 결과를 지켜봅시다. 아톰 선생께서 정확히 지적하셨듯이 저를 포함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첫발을 내 딛었을때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현업에서 요구되는 실무적인 절차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에 한번쯤은 당황해 하셨을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꼭히 그것을 사회에 직접 나가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기능인을 양성한다기 보다는 기초(기본)적인 지식과 원리를 배워서 그 원리를 바탕으로 현실에 나가서 실무에 접목시키고 응용하고 그 과정에서 창의력을 개발해 나가라는 취지에서 실무보다는 이론에 치중해서 교육 시킨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즉, 일부 전문대학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전기과나 기계과에서 용접기술을 가르치지 않고, 토목과에서 포크레인으로 땅파는 기술을 안가르쳐 주고 법과대학에서 소장 쓰는 법을 배우지 않고 회계학과에서 재무제표를 읽지 않느것이 그 사례일겁니다. 그렇지만 그 학생들이 나중에 실무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이나 원리를 잘알기 때문에 쉽게 현업에 적응 할 수 있는것입니다. 물론 과거 김우중 회장 같은 분은 이런 문제점을 지적했죠. 대학에서 제대로 교육을 시키면 나중에 기업에서 사원들을 채용해서 다시 재교육 시키는 비용이 줄어들거라고. 맞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POSCO는 이미 80년대 중반에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대학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제도 비슷한 걸 도입해서 실무경험을 쌓도록 하고 그 학생들을 졸업후 채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을 졸업해서 취업하자말자 현업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대학 혼자의 의지나 노력으로 될 사항은 아니고 규모가 큰 기업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두산그룹이 중앙대 재단을 인수한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또 한가지 대학교육의 문제점은 우리나라 문화와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실용주의로 대표되는 미국의 경우 이론보다는 실무에 중점을 둔 교육을 많이 시킵니다. 그렇다고 미국 교육이 이론이나 원리를 가르치지 않냐하면 오히려 반대의 경우일겁니다. 깊이 들어가는 이론이나 원리는 우리나라 대학보다 더 철저히 시켰으면 시켰지 결코 뒤지지 않을겁니다. 우리나라는 공자의 유교문화를 국시로 삼은지 어언 6백년이 넘었고 오히려 공자를 배출한 중국보다 더 유교적인 국가로 변모한게 사실입니다. 그리고 조선시대 士農工商 의 계급사회를 거치면서 기능이나 기술에 대한 천시풍조로 인해 高談峻論을 일삼는 인문학이나 법학, 경영학 등이 위세를 떨친 것도 한가지 원인일 것입니다. 또한 그분들이 나중에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에 올라서 파워그룹을 형성하다 보니 실용학문은 점점 더 뒤쳐지고 학생들에게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죠.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한가지 서광을 본다면 이제는 과거와 같은 패러다임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됬다는 것입니다. 즉, 국제적인 무한경쟁시대에서 더 이상 과거처럼 법대출신이, 경영학과 출신이 사회를 독과점적으로 좌지우지 하는 시대는 지났다 하는것입니다. 이것은 마치 30년간 권력을 행사하던 군부 세력이 물러나고 문민시대(일부에서는 민주화 운동으로 군부시대가 종식되었다고 하지만 저는 시대흐름의 결과라고 봅니다)가 온 것처럼 이제는 다양한 학식과 경력을 갖춘 사람들이 총체적으로 국가를 이끌어 가는 시대가 왔다는겁니다. 이를 증명하는 현상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기능이나 기술을 배우려고 전문대학에 다시 입학하는 사례가 빈번한데서 찾을 수 있을겁니다. 또한 소위 태크노크랫들이 정부요직을 차지하고 Engineer가 CEO가 되는 경우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닌것이 요즘실정입니다.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고 연극인이 장관이 되는 세상입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도 국제적인 경쟁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환경변화에 적응 할 수 있는 유연성과 창의성을 두루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데 전력을 경주해야 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그 중심에 대학이 있고 우리는 그곳을 굳게 믿고 항상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봄비도 오고해서 두서없는 글 하나 올렸습니다. 아톰님의 글 ------------------------------------ 중앙대가 두산그룹이 인수한 이후 학부통폐합등 내부 개혁을 추진 중에 있다고 합니다. 박용성 회장이 기업인 출신인만큼 실용성에 비중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보니 순수학문이라할 수 있는 인문학 쪽이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직장에서 일을 해보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다는 점은 다들 공감할 것입니다. 경영대학을 나와도 기업의 재무제표를 제대로 볼 줄 모르고, 기업가치를 산정하는데도 미숙합니다. 법과대학도 그래요. 지금은 로스쿨 제도여서 과거와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일례로 명문 법대를 나왔다는 사람이 압류와 가압류의 차이점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장을 한번 써 본 적도 없고 법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소송절차 즉 변론 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도 드뭅니다. 은행 예금에 질권을 설정하는 경우 왜 은행이 제3채무자가 되는지, 부동산등기부등본에서 갑구와 을구는 각각 어떤 내용인지 모른다는 거지요. 이런 상황에서 무슨 한스 켈젠이나 칼 슈미트니 루돌프 스멘트니 이런 뜬 구름 잡는 소리해봐야 별 의미가 없지요. 로스쿨이 어떻게 운영되고 또 뭘 가르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런 문제들이 해소되어야할 것입니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순수학문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됩니다. 젊을 때는 뭐 두툼한 법서를 끼고 다니면 폼 나는 줄 알지만 실제 인생에서 중요한 내용들은 고전에 있거든요. 동양고전에는 논어 맹자 채근담 등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을 제대로 할 사람들은 자본론, 순수이성비판, 과정과 실재(화이트헤드) 등을 탐독할 필요가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학부는 실용성에 우선순위를 두되 최소한의 인문지식을 습득케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실용적인 학문이라는 경영학과에도 동양과 서양의 고전 한 과목씩은 필수과목으로 넣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김철수 선생이 쓴 헌법학개론을 한번 읽는 것보다는 채근담을 한번 읽는 것이 인생 전체적으로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실용성과 순수학문의 절묘한 조화, 이게 바람직할 것인데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요. 중앙대가 ＇80년대에 재단이 무슨 재일교포에게 넘어가면서 학교가 이상하게 되었어요. 주인의식을 가진 두산이 인수해서 좋은 학교로 발전시키기를 바랍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중앙대의 미래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하는 提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