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아니라 방법의 문제다. 2010-03-23 376 인문학도 이런 부류의 주장을 내놓는 사람들이 흔히 써먹는 명제 중에 하나가 '너의 의견도 일부분의 의견일 뿐이다'라는 문장이다. 얼핏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주장처럼 보인다. 소피스트들의 궤변이 그러하듯, 이런 부류의 궤변들은 대체로 문제의 핵심을 엉뚱한 데로 돌려놓고 사람들을 현혹시킴으로써 본질을 흐리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방식을 택한다. 너무도 뻔한 수법이라서 때로는 실소마저 짓게 된다. 문제는 주장의 내용이 아니다. 그 주장을 납득시키는 방식이다. MB가 왜 뭇매를 맞는다고 생각하는가? 4천5백만의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을 대상으로 어떤 '정책'을 홍보하고 그것을 시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 내용을 홍보하고, 설득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주장을 수정하거나 굽힐 줄 아는 노력과 유연성이 필요하다. 자신과 다른 주장을 경청하고, 반박하며,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되 납득시켜야 할 부분은 납득시키는 것이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의사소통 구조다. MB가 개판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바로 이부분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 전제를 아주 '쉽게' 깔아뭉개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MB가 제대로 된 여론 수렴과 정책 검증 과정을 거쳤다면 4대강을 하든 대운하를 하든 하등 문제될 것이 없다. 하긴,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을 했다면 대운하 자체는 가능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4대강'이라는 괴작도 탄생하지 않긴 했겠지만... 허나 MB는 4대강과 관련하여 그 모든 비판에 대한 창구를 폐쇄했다. 오직 4대강을 찬성하는 이들의 언로만 터놓았을 뿐이다. 사정이 이러고보니 '강바닥을 파헤치면 수질이 좋아진다'라는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는 작자들이 버젓이 TV에 나와서 혓바닥을 놀리고 있는 것이다. 대입 시험에 수차례 물만 먹은 친구들끼리 모여서 '이따위 교육제도에는 영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꼴이랄지, 자신들의 주장에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수정의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지도 않고 그저 자기네들 하고 싶은 말만 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러니 욕을 먹는 것이다. 사람의 주장은 제각각이다, 그러니 4대강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반드시 옳은 주장이라 볼 수는 없다, 따위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먼저 제대로 된 여론수렴의 자리나 좀 만들어봐라. 어차피 자기네 사업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할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할 능력도 자부심도 없는 작자들이니 기껏 한다는 게 여론조작이나 하고 비판자들 찍어누르기나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것까지는 이해한다. 조리있게 말을 할 IQ는 되지 않고 어쩌다 지들 손에 무기는 쥐어졌으니 그거라도 휘둘러서 말을 듣게 만들겠다는 양아치들에게 권력을 준 게 우리 국민들이니 그것을 두고 욕을 할 자격은 없겠다. 허나 양아치라면 적어도 자신이 양아치라는 것 정도는 '양심상' 알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양아치가 칼 들고 사람들 협박하면서 돈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것도 4천5백만 중 한 명의 주장이니 그것은 그것대로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은 무슨 오뉴월에 개죽 쑤어먹는 소리란 말인가. 그따위 궤변이나 늘어놓을 요량이라면 차라리 '강바닥을 파헤치면 강물이 맑아진다'고 주장해달라. 그것도 4천5백만개의 주장 중 하나일테니. 이러다가는 '예수천국 불신지옥'도 4천5백만개의 주장 중 하나이니 그 나름대로 옳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이겠다. 하긴, 주장하는 것 자체가 무슨 잘못이랴, 그 주장의 잘잘못에 대해 따지려는 사람들 입을 틀어막으려는 양아치 짓이 잘못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