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스님을 만들어준 당신에게 감사한다. 2010-03-23 634 인문학도 아래는 어느 '좌파 스님'의 이력이다. - 맹호부대 베트남전 참전용사 - 2006.11.23. 봉은사 23대 주지 취임 - 엄청난 사찰수입을 둘러싸고 각목부대와 승려들간 폭력이 난무했던 재정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침. - 전 주지가 몰고 다니던 외제차를 팔아서 사찰 빚을 갚음. - 신도수 30% 증가, 일요법회도 100여명에서 1,000여명으로 급증. - 주요 회의에 재가 불자들을 참여시키는 파격 단행 - 사찰재정 투명한 공개로 연 80억의 재정규모가 오히려 120억으로 불어남 - 주지가 자기주머니처럼 사용하던 불전함까지 신도들이 관리하게 함 - 경기도 교육청에 결식아동돕기 성금 9천만원 전달 - 용산참사 유가족에 성금 1억원 전달 그래, 좌파라 불릴만 하다. 틈만 나면 좌파 타령, 친북 타령하기에 여념이 없는, 머리에 든 것이라고는 '좌파 and ~좌파'밖에 없는 단세포들에게는 그야말로 좌파라고 불리기 딱 좋을만한 행동만 했다. 경기도 교육청에 결식아동돕기 성금을 전달했다거나, 용산참사 유가족에게 성금을 주었다는 대목에서는 이 단세포들은 있지도 않은 무릎을 탁~ 하고 치면서 외칠 것이다. '옳타쿠나, 좌파로구나!' 하긴, 이들은 삼국시대의 원효대사를 만나도 좌파라고 손가락질할 족속들일 테다. 개인의 해탈보다는 중생의 구제를 더 중시하는 대승불교의 정신, 그야말로 '좌파적'이 아니던가. 이 단세포들의 논리대로 이것은 '좌파'이고, 좌파이기 때문에 '나쁘다'고 한다면, 이 '중생을 구제하는 좌파 스님'보다는 그 이전에 외제차 타고 다니면서 쇠파이프 휘두르는 깡패 중놈들이 더 종교인다운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자, 다음은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파 정치인의 이력이다. 1966~1967 징병신체검사 기피 1968 1을종 판정 1969 입영일시 연기 1970 2급 판정 1971 입영기피 1973 입영일시 연기 (사유: 행방불명) 1974 입영일시 연기 (사유: 행방불명) 1975 공소권 무효, 입영 직후 귀가 1977 무관후보생 편입 1977 보충역 판정 (무관후보생 퇴교조치자로 입영의무 면제) 1978 소집면제 (고령) 그래, 진정 '우파'라 불릴만하다. 최소한 이 정도는 해줘야 대한민국에서 '우국우파'라고 주장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단순히 입영 연기를 떠나서, 결국 무관후보생 퇴교조치까지 당하면서 현역에서 빠져나왔고, 그나마도 고령을 이유로 아예 소집면제 처리가 되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현역을 가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하다못해 동사무소에서 예비군 소집 통지서라도 돌리는데, 이 위대하신 분은 그나마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빠져나갔다는 거다. 아, 물론, 오해하지는 말라. 이 사람이 병역을 기피했다는 것이 곧 '우파'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스스로 '보수우파'임을 주장하고 나서기 때문에, 본인의 소원대로 보수우파라고 불러주는 것뿐이다. 국민으로서 주어진 의무를 다 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중생들마저 구제하겠다고 나선 스님을 두고 '좌파'라고 몰아세울 정도의 사람이라면, 본인은 '우파'라는 확고한 믿음이 서 있고도 남을 것이리라. 이런 분이니 어찌 우파로 불러주지 않겠는가, 그 정성과 고집이 갸륵해서라도 본인 원하는 대로 우파 취급을 해줘야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한번 이런 문제는 좀 생각을 해보자. 이 병역기피자 출신의 원내대표는 물론이고, 요즘 수많은 '병역기피자'들이 히스테리처럼 내뱉는 좌파 발언을 그대로 따라간다면, 결국 제 의무 다하는 것도 모자라 다른 불쌍한 사람 돕겠다고 발벗고 나선 사람들은 대부분 좌파 취급을 받게 된다. 뭐 그것까지는 좋다. 좌파라면 죽은 자를 살려내도 흑막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 이들에게야 어찌됐든 상관없겠지. 허나 문제는 그런 강박증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은 대한민국에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은 좌파라 불리든 우파라 불리든 제 할일 다 하고 남까지 돕는 사람을 '선량'하고 '도덕'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참으로 '우연하게도', 뭔가 제 할일 다 하고 남을 위해 발벗고 뛰는 사람들일수록 하나도 남김없이 좌파 소리를 들으니, 어느덧 좌파란 '국가에 대한 의무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몸소 실천하는 경향의 사람들'이 되어버리고 마는 게 아닌가. 거꾸로, 이렇게 좌파 놀음을 하느라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르는 이 '우파 신선'네들 경력을 보면, 그야말로 화려하기가 그지없지 않은가. 전과 14범에 빛나는 대장님은 뭐 그렇다 쳐도, 일단은 병역 면제/기피 정도는 기본으로 달고 있으며 여기에 뇌물 수수나 공천 비리 따위로 별 한두개쯤 달고 있지 않은 사람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혹은 이렇게 별이라도 없으면 어떻게든 '막말'이라도 해서 이 반열에 끼고 싶어서 안달난 사람들이 태반이다. 그러니 '강바닥 파헤치면 강물이 맑아져요'라든가, '아프리카는 무식한 흑인들이나 뛰어노는 동네'라는 상식 이하의 발언을 툭툭 내뱉는 사람들만 한가득 모이지 않는가. 역시 '우연하게도', 이런 인간들만 모인 집단이 '우파'가 되었다. 결국 우파란 지 할일도 안하고 남탓만 하며 어디 가서 말도 안되는 소리나 찍찍 내뱉는 양아치 집단이라는 의미가 되어버리고 마는 게 아닌가. 나는 이번 모 병역기피자의 좌파 스님 발언에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 덕분에 대한민국 좌파는 또 한 명의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니 말이다. 다음은 천주교 주교회라도 좌파로 돌릴 셈인가?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의 3대 종교 중 2개 종교의 수뇌부격 인물들이 좌파 천국이 되고 만다. 그야말로 자칭 '우파'라고 하는 이들이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선량하고 도덕적인 좌파'들의 세상으로 만들어주는 꼴이 아닌가. 덕분에 대한민국 좌파는 가만히 앉아서도 지지세력을 불릴 수 있는 기반이 생기고 말았다. 노동운동가들이 듣는다면 그야말로 쌍수들고 환영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좌파를 '자칭'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세인들의 긍정적인 시선을 따낼 수 있는 기반이 저절로 마련된 격이니까. 반면 우파는 어쩔 셈이냐. 자기 스스로 '제 할일도 안하고 남탓만 하다가 막말이나 질질 싸대는' 집단으로 전락해버린 우파는 어떻게 할 셈이냐. 언제까지고 좌파 소리만 들어도 요실금에 걸리는 전쟁세대에게 기대어 해묵은 메카시즘이나 펼치면서 세력을 온존하실 생각이신지? 이렇게 되고보면 동네에 돌아다니는 잡종개조차도 '우파'라는 말을 들으면 키우던 주인을 물어버리는 상황이 오고 말겠다. 하긴, 어차피 자신들이 집권하고 있을 때에만 현상유지 잘 하고 있으면 그 뒤의 일은 아무래도 좋다는 사람들이 한가득인 집단이니 뭘 걱정하며 뭘 우려하겠는가. 그러니 4대강 하면서 건설경기 붐이나 일으켜서 일시적으로 통화량만 늘려놓고 다음 정권이야 감당하기 힘든 인플레에 허덕이든, 다 썩어빠진 물줄기 앞에서 망연자실하든 관계치 않고 자기네들이 사놓은 땅값이나 올리려고 혈안이 된 것이겠지만. 결론은 이렇다.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좌파가 어떻고 우파가 어떻든, 대한민국에서의 좌파란 이미 '도덕적이고 선량한 집단'이 되어버렸고, 우파는 그 대척점에 놓여버렸다. 그리고 이런 구도를 만들어낸 장본인은 다름아닌 '보수우파'를 자칭하는 그분네들과, 그분네들이 어떤 똥을 싸지르고 다니든 열심히 옹호하느라 바쁜 일부 정신나간 지지세력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조금만 더 분발해준다면, 대한민국에서 온갖 나쁜 짓거리만 하고 다니는 인종들은 싸그리 솎아내서 정권교체와 함께 전부 분리수거해버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는가. 조금만 더 분발해달라. 기왕이면 오바마 대통령 앞에라도 가서 '아프리카는 무식한 흑인들이나 뛰어다니는 땅'이라고 말해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