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입적을 보면서.... 2010-03-12 403 녹명 나는 개인적으로 스님들을 좋아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종교인이 되어 신에게 인간을 대변하고 숱한 중생을 구제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변하기 않고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돌봐줘야 하는 딸린 식구가 없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쓸 돈이 필요하고 가족이 아프고 배고픈데 과연 진정한 종교적 신념이 생기고 유지될까 의구심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님들을 좋아한다. 천주교나 개신교나 비슷한 종교적 신념을 갖지만 일반인들이 보는 신부님과 목사님의 차이가 결국 먹여 살려야 하는 가족이 있나, 없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래서 스님들과 신부님들은 자주 만나고 대화도 나누지만 목사님들과는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오래전부터 나는 법정스님에 대해선 사실 약간 묘한 판단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일단은 훌륭한 분이셨고, 불의에 항거하셨으며 사회에 여러모로 귀감이 되셨던 분임은 분명하다. 나는 독실한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교리가 좋아서 절에 가면 108배는 하고 오는 편이다. 염불을 외울 때는(사실 끝까지 아는 염불도 없음) 모르지만 대부분의 기도는 침묵이다. 성경말씀에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고 하지만 사실 말씀이 있기 전에 침묵이 있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침묵이 금이고 웅변이 은인 것이다. 그런데 법정스님은 침묵하라 하시면서 사실 굉장한 웅변을 하신 분이다. 그래서 내가 그분에 대해서 묘한 판단을 내렸다고 한 것이고 역시 이분이 죽음을 앞에 두고 “장의의식을 하지마라 사리를 찾지 마라.” 했다고 하니 더더욱 그런 기분이 든다. 왜냐하면 자신의 영혼이 이미 사바세계를 떠났으면 그 후 일은 그냥 이승에 사는 사람들한테 맡겨 놓는 것이 더 종교적이고 숭고한 것 아닐까해서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침묵’하셨으면 더 멋있는 삶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본다. 오늘 우리 위정자들도 입으로만 국민을 위하네, 국가를 위하네 하지 말고 진정 침묵으로 보국안민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좌우지간 명목을 빌고 이 시대 어른이 한분 없어졌다는 사실이 오늘을 씁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