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경우와 진중권의 경우 2010-02-01 710 유은선 유명 드라마 작가 김수현이 엊그제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 아바타 ’와 관련 그 간단한 감상소감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것 때문이다. 김수현의 아바타에 대한 감상소감은 한마디로 혹평이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 남들 다 재미있다는 그 영화 난 보고 졸았다 ’며, ‘ 현란한 불꽃놀이도 잠깐이지 화려한 화면 어필만으로 무얼할수 있을까 ’라고 3D 그래픽 영화로 최첨단이라 평가받는 아바타를 한마디로 깔아뭉갰으며, 이어 ‘ 말과 감정의 인플레가 심해진 요즘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성이 퇴색한 느낌 ’이라며 요즘의 세태를 꼬집기까지 했다. 이미 알려진바와 같이 아바타는 3D 그래픽 영화다. 이미 국내 영화계와 대중문화평론가들은 우리 영화계가 살길을 3D 그래픽이라 지적하고 있기까지 할 정도다. 그리고 미국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제작한 영화 아바타는 이미 이런저런 국산영화들의 관객수를 훨씬 압도했다. 헌데 김수현은 3D 그래픽의 SF 영화를 내용이 없다고 재미없어 졸았다고 혹평한 것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 취향은 다양하니 남들 다 재미있다고 박수치는 영화가 개인적으론 지루할수도 있을것이다. 솔직히 나 역시 개인적으로는 SF 영화 별로 안 좋아한다. 그러나 아바타가 현란한 그래픽만 있지 내용은 없다는 김수현의 혹평은 웬지 예전에 누구 이야기와 엇비슷하다. 아니, 이미 이전에 누구한테 들었던 소리다. 바로 진중권이 심형래의 디워를 비판하면서 내놓았던 논리가 서사(敍事)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 진중권의 디워 비판논리를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 있었다. 한때 안티조선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고 대자보,서프라이즈등 진보성향 웹진의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빅뉴스를 운영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조갑제류의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한 변희재씨다. 변희재가 진중권의 디워 비판론을 비판한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영화평론은 내용뿐만 아니라 그래픽,음악등 총체적으로 보고 하는것이며 둘째, 진중권은 컴퓨터 그래픽에 관한 기본 지식조차 없는 사람이며 셋째로는 진중권류 386 지식인들이 연달아 디워를 비판한것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편파적 비판이었다는 것이다. 필자도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했고, 심지어 방송작가 교육원 시절엔 문학평론가 출신이 담임 선생님을 맡으신 적도 있어서 평론에 대해선 좀 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필자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던 90년대 초반만 해도 음악평론가나 미술평론가가 되고 싶다며 문창과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등 평론의 범위가 확대되기 시작하던 시절이었다. 근데 평론가란 사실 여러 가지 관점에 따라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똑같은 작품을 놓고도 사람에 따라선 ‘ 단군이래 최대의 명작 ’이라 극찬할수도 있고 ‘ 이런 저질 작품이 세상에 어디있느냐 ’ 고 혹평을 할수도 있는것이 평론이다. 실상 매우 공정한 평론이란 전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공평무사할 수가 없는 존재인데 공정한 평론이란게 어디 존재할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영화평론을 할거면 줄거리만 볼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이며 뭐며 총체적으로 보고 평가하라는 변희재의 주장이야말로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어찌되었거나 변희재의 논리대로라면 김수현의 아바타 혹평도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변희재는 진중권이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기본 상식도 없으면서 디워의 서사를 운운하며 혹평했다고 비판했다. 김수현의 이번 아바타 혹평과 진중권 논리가 뭐가 다른가. 내가 봤을때 김수현은 근본적으로 SF 영화나 3D 그래픽 영화 따위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 청춘의 덫 ’이나 ‘ 사랑과 진실 ’ 같은 드라마나 즐겨 쓰던 사람이 비현실적인(?) 공상과학 그래픽 영화가 재미없고 지루한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인적 취향이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저렇게 한 작품을 깔아뭉개는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김수현의 아바타 혹평이 있자 이미 수많은 네티즌들의 비판댓글이 이어졌다. 개인적으로 베스트 댓글을 두 개만 추천하자면 “ 까놓고 말해 전세계 적으로 제임스 카메론과 김수현중 누가 더 유명하냐 ? ”, “ 막장드라마의 원조인 67세 노인네가 감히 최첨단 영화인 아바타를 욕해 ? ” 내가 묻고 싶은것은 과연 이번 김수현의 아바타 비판에 대해 과연 변희재가 어찌 생각하는가 하는 점이다. 변희재는 진중권이 디워를 혹평할 때 그의 서사가 없다 운운한 발언을 트집잡아 컴퓨터 그래픽 영화에 대한 기본 상식조차 없다며 서울대 미학과 출신에 독일유학까지 하고 돌아온 한 지식인을 감히 무식하다 운운했다. 변희재의 논리대로라면 김수현도 진중권처럼 비판받아야 하는것 아닌가 ? 김수현도 진중권처럼 단지 아바타가 줄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내용이 없다는 이유로 현란한 그래픽 외엔 볼거 하나 없다는 이유로 아바타를 혹평했다. 하지만 감히 예상컨대 변희재가 이번 논란과 관련 아바타 영화에 관해 언급하거나 또는 김수현을 비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것이다. 왜냐면 디워 논란 당시 변희재가 디워롤 옹호하며 진중권을 집요하게 비판하며 물고 늘어진것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판단과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빅뉴스가 몹시 열악한 지경에 놓여있던 변희재는 그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디워논란에 끼어들 필요가 있었고 특히 대표적인 386 진보 지식인 진중권을 자신의 주적(主敵)으로 삼았던것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바타 논란에선 변희재가 김수현을 비판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변희재가 지금 김수현을 딱히 비판해야할 그런 정치적 포지션에 위치한것도 아니고, 마찬가지 이유로 변희재가 김수현의 아바타 혹평론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에게 떨어질 정치적 과실(果實)은 별로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허나 만약 그렇게 된다면 변희재는 자신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인물인지를 몸소 증명하는 것이 된다. 디워논란때 진중권이 디워를 서사 운운하며 비판하자 영화는 줄거리만 갖고 비평하는게 아니라 컴퓨터 그래픽등 그 총제적인 모든 것을 보고 해야하는것이라며 제법 점잖게(?) 진중권을 꾸짖기까지 했던 변희재. 헌데 마찬가지로 이번엔 김수현이 아바타를 줄거리가 없고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는데 거기에 침묵한다 ? 누가봐도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인 것이다. 변희재가 디워논란을 중심으로 집요하게 진중권을 비판할 때 그와 궤를 같이한 사람이 둘 있다. 바로 그 무렵부터 빅뉴스 고정논객으로 활약하기 시작한 무위 김휘영과 문명비평가를 자처하는 김로빈이란 사람이다. 한때 진보누리나 대자보등에서 김휘영이란 실명보다는 ‘ 무위 ’라는 아이디로 더 유명했던 김씨는 사실 어떤 정치적,이념적 포지션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그저 자신의 현학적 지식을 앞세워 현란한 장문의 궤변을 쓰는 다시말해 자신의 지적과시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김로빈의 경우 역시 지적과시형 논객이란점에서 김휘영과 대충 비슷한 사람이라 볼 수 있으나 필자의 경우 김로빈의 글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알아들을수 있는 이야기가 단 한건도 없었다. 김휘영,김로빈의 진중권 때리기와 디워 옹호 논리도 변희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마디로 이들 빅뉴스 3인방의 디워옹호는 진심이었다기 보다는 순전히 대표적인 386 진보 지식인 진중권을 까는 재미로 디워를 옹호했던 것이다. 어쨌든 변희재를 비롯한 김휘영,김로빈 이 3인방이 이번 아바타 논란과 김수현의 ‘ 영화가 재미없어 졸았다 ’, ‘ 현란한 그래픽빼고 볼게 하나 없더라 ’ 운운한 아바타 혹평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 만약 변희재 3총사가 단지 진중권을 비판할 호재(好材)를 모처럼만에 찾아 되려 김수현이나 아바타를 옹호하고 나선다면 그건 그네들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이고 이중적인 사람인지를 스스로 세상에 증명하는 결과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