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3일 영산강답사현장 2010-01-25 442 나그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00774.html ‘관리수위 7.5m’ 표지판 뗀다고 침수 우려없나 4대강 사업 저지 ‘소송단’ 영산강 현장답사 지붕보다 높아지는 강 수위, 주변 늪지대 될판 ‘수심 5m-수로폭 50m’ 그래도 운하 아니라니… 국민소송단 “법정에서 마을주민·전문가 증언” 정대하 기자 » 23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마을 앞 영산강 승촌보 건설 현장. 물길을 막기 위해 강바닥에 쇠파일을 박아 가물막이 공사를 끝낸 뒤의 흉물스런 모습이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제공 23일 오후 2시께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학산리 마을에서 영산강 둑위로 올라서자 영산강 6공구 승촌보 건설 현장이 한 눈에 들어왔다. 보를 건설하기 위해 가물막이 공사가 끝나 물길이 끊겼고, 강 바닥이 파헤쳐져 황토색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4대강 사업 위법 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 소속 변호사들은 이날 소송 원고로 참여한 학산리 주민들을 만났다. 시민단체와 시민 1만여명으로 구성된 국민소송단은 지난해 11월말 전국 4개법원에 사업중단을 위한 행정소송을 내고 사업 현장에 대한 답사를 해왔다. “요즘 야간에도 불을 환히 켜놓고 밤샘 공사를 해요. 장마 오기 전에 끝내려고 하는 것 같아요.” 나주 학산리 김재선(46·농업)씨는 소송단에 “강을 살린다면서 왜 사유지마저 수용해 농사를 못짓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산리 80여가구 주민 200여명은 주 수익원인 돌미나리 밭이 수변공원 터로 수용될 지경에 처하자 반발하고 있다. 김씨는 “공사시작 닷새 전에야 토지수용 관련 공문을 보내온 것이 말이 되느냐? 정부가 주민을 살게 해줘야지, 왜 죽이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학산교 다리 위에 있던 표지판이 없어진 경위를 밝히며 보 건설의 위험성을 제기했다. 보를 건설한 뒤 물을 가둬 유지하는 수위(관리수위)가 해발 7.5m로, 비가 많이 내렸을 때 막을 수 있는 수위(홍수위)는 11.48m로 적힌 표지판이 지난달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표지판을 보고서 경악했다고 했다. 표지판에 적힌 글은 바로 보 설치 이후 수위가 현재 강 수위보다 4~5m 정도 올라가 집 지붕보다 더 높아진다는 걸 방증하는 것이었다. 김씨는 “비가 150~200mm만 와도 물이 마을로 넘치는데, 보를 높이 싸 물을 가두면 마을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 ”고 물었다. » 영산강 사업 보 설치와 수심 단면도 전문가들은 관리수위가 7.5m로 유지되면 인근 지하수위가 함께 높아지면서 토양에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승수 전남대(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단순히 영산강 수위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강 주변의 지하수 수위도 높아져 결국 상당한 범위의 농경지가 늪지대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성기 조선대(환경공학) 교수는 “영산강 사업 단면도를 보면, 승촌보와 죽산보의 최소 수심을 5m 이상으로 유지하고 수로 폭을 50m 이상을 유지하도록 돼 있다”며 “이것이 운하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 낙동강 함안보의 경우, 보 설치로 주변지역 침수가 우려된다는 비판이 나오자 정부는 관리수위를 7.5m에서 5.0m로 2.5m를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소송단의 이날 답사는 죽산리 죽산보 건설 현장을 거쳐 영산호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엠비식 영산강 살리기는 중하류에 2개의 댐을 만들고 강바닥을 파내서 상시 수위 5m 이상이 되도록 물을 가득 채워 수질악화를 불러온 하구둑을 2개 더 만들겠다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국민소송단의 임통일 변호사는 “영산강 저지 행정소송의 첫 심리가 다음달 2일”이라며 “현장에서 만난 주민과 전문가들의 증언을 법정에서 중요한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나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